전자 공학도, 영양부추 키우는 청년농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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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공학도, 영양부추 키우는 청년농부 되다
  • 안혜연 기자
  • 승인 2018.07.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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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시 사계절텃밭 김동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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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시 사계절텃밭 김동현 대표

거창하지는 않지만 마치 식물공장을 연상케 하는 다단식 재배와 LED등 
이곳저곳 설치된 기계와 그 사이로 복잡하게 얽힌 전기선.
도시에서 자라 전자과를 나온 청년농사꾼 김동현 대표의 사계절텃밭 모습이다.

 

김동현 대표는 그와 마찬가지로 전자를 전공한 형과 함께 2년 전부터 양주에 자리를 잡고 영양부추 농사를 시작했다. 원래 전자부품 관련 사업을 했던 형제는 경기 불황과 대기업의 횡포 등 현실적인 이유로 불안정한 사업을 접고 농업에 뛰어들었다. 200시간 이상의 귀농 교육과 시장성 검토, 주거지역 물색 등 2년 동안 많은 준비를 거친 뒤였다. 연고가 없으면 텃세가 심하다는 말도 들었지만 친절한 이웃들이 있어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내구도 실험 중인 다단식 재배시설.

영양부추 연중 생산 목표로 전자기술 접목
김 대표는 영양부추를 일 년 내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제공하겠다는 의미에서 텃밭 이름도 ‘사계절’텃밭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이에 따른 설비도 개발 중이다. 사계절텃밭의 시설은 모두 형제의 손에서 탄생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다단재배 시설이다. 현재 내구도 테스트 중으로, 좁은 재배 단면적을 효율적으로 늘리고 수확 시 동선을 줄여 노동력을 절감하기 위해 만들었다. 부수적으로 반그늘과 비가림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단재배 시 햇볕 역할을 할 LED등에 대한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부추가 어떤 파장의 빛 아래서 잘 자라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보통 인공광은 자연광을 따라갈 수 없지만 부추처럼 잎이 얇고 긴 경엽채류는 LED 불빛에서도 잘 자란다. 이는 김 대표가 영양부추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부추 아랫부분에 LED 알전구를 터널 형태로 설치해 추운 겨울 보온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설비들은 시중의 스마트팜과 유사하다. 하지만 시중에서 파는 스마트팜에는 필요 이상의 기능과 설비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비싸 국가 지원을 받지 않고는 지을 수 없었다. 지원을 받더라도 손익분기를 넘기지 못해 결국 스마트팜을 접는 경우를 보며 직접 시설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부직포 위에 영양부추를 분재배 하고 있다.

영양부추 세척기 개발로 이웃과의 상생 꿈꿔
김 대표는 세척 기계 개발도 구상하고 있다. 짧고 얇은 영양부추를 손질해 포장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다. 단으로 묶어서 박스에 담기 전 마른 잎을 일일이 손으로 제거해야하기 때문. 에어 세척기가 개발돼 있는 일반부추와는 상황이 다르다. 또 양주는 영양부추의 원조 격인 지역인데, 60대 이상 고령 농업인이 대부분이다. 힘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이에 김 대표는 세척기를 개발하면 주변 농가의 영양부추를 위탁받아 세척해주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기계를 만들어 우리만 쓰면 우리만 살아남는 거잖아요. 기존 농가 분들이 포장할 때 눈이나 손이 아파 고생을 많이 하시는데 다 같이 윈윈 했으면 좋겠어요.”

직거래로 판매되는 영양부추. 친환경이지만 3~4번 깔끔하게 세척한다.

일반부추보다 영양 풍부하고 식감 연한 영양부추
영양부추와 일반부추는 우선 외관에서 차이가 있다. 영양부추가 10cm 정도 가량 더 짧으며 굵기도 얇다. 하지만 굉장히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더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식감에서도 차이가 난다. 풀 향이 많이 나고 질긴 일반부추와 비교해 영양부추는 연하고 달달한 맛도 난다. 이가 별로 없어 부추를 잘 못 먹는 김 대표의 아버지도 영양부추는 잘 드신다고. 영양부추는 샐러드나 부추전으로 만들어 먹거나 삼겹살, 오리고기 등에 곁들여 먹어도 좋다. 
김 대표는 친환경으로 영양부추를 재배한다. 영양부추는 워낙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복합비료 등 순간적인 과한 영양분은 필요가 없다. 대신 친환경적인 퇴비로만으로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잡초를 계속 뽑아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잡초가 적은 분재배를 시도 중이다.

영양부추에 적합한 파장을 찾는 실험을 하고 있다. 층마다 색이 다양하다.

“청년농부, 자신만의 농업 아이디어 구상해야”
청년농부 지망생에게 조언해줄 말이 있는지 묻자 김 대표는 “공부나 연구를 싫어하면 농사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만의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롱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3~4%의 은행 대출을 받아 지금의 땅을 샀다. 하지만 청년창업농으로서 후계농이 되면 1% 저리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대출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후계농 대출로의 전환은 불가능했다. 이제 막 농업인이 돼 시설을 짓고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은행의 이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청년창업농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좀 더 융통성 있는 행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꾼은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피부를 검게 그을리면서 몸을 움직이다보니 소화불량도 없어지고 감기에도 잘 안 걸렸다. 흙을 만지다보니 피부병, 풀독도 금방 나았다. 집 앞 마당에서 강아지를 기르고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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