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고랭지에서 키운 엔비 사과를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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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고랭지에서 키운 엔비 사과를 기대하세요”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8.2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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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군 물골농장 최정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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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계곡이 흐르는 공작산 자락, 해발 500m에 안기듯 자리한 과수원이 있다.
홍로, 후지 사과에 이어 뉴질랜드 원산의 신품종 ‘엔비’사과까지 재배하기 시작한 물골농장. 
붉게 익은 사과가 가을을 알린다.

“거창에서 사과 농사를 하던 친구에게 ‘엔비’사과를 추천받아서 심게 되었습니다. 빨리 엔비 사과의 진가가 알려져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어요.”
올해로 사과 농사 12년 차를 맞은 물골농장 최정식 대표. 그는 일본의 사과 명인 나리타 선생을 주축으로 국내 회원이 1000명에 달하는 한국사과협회 홍천지회장 출신이다.
그가 직접 강원 홍천군 동면에 조성한 사과 과수원은 총 면적 3ha에 달한다. ‘홍로’, ‘후지’ 품종에 주력하던 중, 친구에게 소개받은 ‘엔비’ 사과를 심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도입된 ‘엔비’ 품종은 당도가 15~18Brix에 달한다. ‘후지’ 사과보다 달다. 고당도 과일이 트렌드인 요즘, 최정식 대표가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확기에 접어든 ‘홍로’사과가 붉게 익었다.


 
아삭아삭 달고 맛있는 엔비사과
10월에 수확하는 ‘틈새’ 품종

엔비 사과는 아무나 심을 수 없다. 국내 한 에이전트 회사를 통해서만 묘목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거창군, 충남 예산군 등에 지역 단위 신품종 보급 사업으로 재배 면적이 늘고 있는데, 최근엔 홍천군도 포함됐다.
“먹어보니 맛있고, 앞으로 사과 시장에서 인기를 끌 것 같아 재배를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엔비 묘목 920그루를 심었다. 엔비 사과의 또 다른 매력은 ‘틈새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9월에 홍로 사과 수확을 마친 뒤, 엔비 사과 수확에 들어갈 수 있다.
“후지 사과는 11월에 수확이 끝나거든요. 그런데 엔비 사과는 그보다 앞서서 10월 20일이면 수확을 마쳐요.”
쉽게 말해 사과 농가에서는 홍로, 엔비, 후지 순으로 수확하면, 9월부터 11월까지 쉬지 않고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밖에도 엔비 사과는 재배자 입장에서 장점이 많다. 꽃이 많이 피고, 수형 관리가 다른 품종에 비해 수월한 편이다. 
“‘홍로’ 사과보다 꽃이 70% 정도 더 많이 핀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적과를 해도 수확량이 많지요.”
또한 후지 사과에 비해 재배하는 데 드는 품이 3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고 최정식 대표는 설명한다. 엔비 사과 담당 에이전트 측에서 중소과를 선호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제사상에 많이 올리는 홍로나 후지 사과는 크게 키우려고 애를 쓰는 반면, 엔비 사과는 굳이 크기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10월에 수확할 ‘엔비’사과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엔비 사과는 높은 당도와 매우 단단한 식감이 특징이다.

 

고른 품질의 사과 재배 위해
폭염 대비 살수시설 필요

홍천군은 강원도 사과 주산지로 빠르게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일교차가 크다 보니 붉기 착색이 잘 돼 시장에서 유리하다. 뿐만 아니라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은 남부 주산지의 사과 품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만 올해는 유난히 기후가 불리했다. 봄철 저온 피해로 사과 표피가 얼룩덜룩해지는(동녹) 증상이 나타난 것. 여기에 사과가 햇볕에 데는 일소 증상까지 나타나 많은 사과 농가들이 시름을 앓았다. 
“이제는 사과 농가도 미세 살수 시설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나무 위에서 안개 분무 형태로 물 뿌리는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문제는 비용이다. 3.3㎡(평)당 1만 원 꼴인 설치비를 감당하기가 만만찮다. 물골농원의 경우, 과수원 전체 면적에 미세 살수 시설을 설치하려면 8000만 원이 필요한 셈이다.
폭염 피해를 그나마 완화하기 위해 풀을 일부러 깎지 않고 놔두고 있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풀만 잘 자라도 땅 표면 온도를 5℃ 이상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땅 표면 온도를 낮추면 그로 인한 복사열 발생량을 줄일 수 있고, 그러면 사과의 햇볕 데임 피해(일소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한국사과협회원들이 지난해 경북 안동에서 현장 교육을 실시했다.

귀농 전 최정식 대표는 히말라야를 오르내리던 산악인이었다. 친한 동료에게 일어난 불의의 사고 이후, 마음을 다잡고 농사에 입문했다. 첫 도전 품목은 사과가 아니었다. 풋고추, 옥수수, 산마늘, 곰취 등 다양한 작물을 시작했다. 
“채소는 봄에 심고 가을에 수확하기를 반복해야 하잖아요. 한 번 심어놓고 계속 수확하는 농사를 하고 싶어서 사과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사과나무 60그루로 시작해 해마다 규모를 늘려 어느덧 현재까지 이르렀다. 물론 지금도 채소와 산채 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마늘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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