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생즙 마시며 빙수 체험으로 늦더위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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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생즙 마시며 빙수 체험으로 늦더위 ‘훌훌’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8.2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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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칠성농원 박재훈·이순열 부부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장호원 복숭아의 막바지 인기가 이어지는 9월이다. 늦더위는 아직 물러갈 기미가 안 보이는데, 더위를 가셔 줄 먹거리는 없을까? 예로부터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과일. 복숭아 수확 체험과 빙수 만들기가 기다리는 이천 칠성농원에서 귀신 대신 ‘더위’를 쫓아보자. 

“회사를 그만두고 2년 동안 사업을 했어요. 집에 돌아오면 머리가 아프더군요. 그래서 사업을 접고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과수 농사 18년차. 귀농인이라 부르기도 무색할 만큼 농사가 익숙해 진 박재훈·이순열 부부를 만났다. 복숭아나무를 심고 가꾼 세월 동안, 부부는 늘 흙투성이였다. 그래도 행복했다. 어린 나무를 자식처럼 키우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시 대월면에 조성한 ‘도도한복숭아 칠성농원’은 총 면적 1.7ha의 과수원이다. 이천의 여느 복숭아 농장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햇사레 브랜드로 출하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체험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단월도’품종 복숭아가 택배 포장을 앞두고 있다.

복숭아 100%로 만든 생즙과
풋복숭아 발효 음료 인기

칠성농원은 복숭아로 다양한 가공식품을 생산한다. 대표 상품은 복숭아로 만든 생즙과 발효 음료, 장아찌다. 대부분 직거래하거나 로컬푸드 매장 또는 이천의 한 대기업 아웃렛에 납품한다.
복숭아 생즙은 씨앗을 제거한 뒤, 80℃ 미만의 온도에서 살균·착즙하여 만든다. 인공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복숭아 100% 가공 식품이다. 설탕도, 합성 착향료도 찾아볼 수 없다. 이따금 ‘시판 음료보다 복숭아 향이 약한 것 같다’는 평가를 듣고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몸에 좋은 것만 만들겠다는 초심을 지켜 나가고 있다. 
생즙보다 색깔이 투명한 복숭아 발효 음료는 이천시농업기술센터와 기술 협력하여 생산하는 제품이다. 복숭아 농장에서는 수확 전에 복숭아 솎음 작업을 하는데, 이때 걸러낸 ‘적과’ 복숭아를 버리지 않고 발효 음료로 만든다. 
“대기업에서 만든 복숭아 발효 음료는 복숭아 함유량이 많아봤자 2% 전후예요. 그런데 저희가 만든 복숭아 발효 음료는 복숭아 함유율이 28%나 된답니다.”
칠성농원 복숭아 발효 입 안에 감도는 맛이 산뜻하며 삼키는 느낌이 깔끔하다. 풋복숭아로 담갔다 하여, 이름도 ‘풋풋한 복숭아’라고 붙였다. 
이천시로컬푸드매장에 납품하는 복숭아 장아찌도 인기다. 꾸덕꾸덕 말려놓은 복숭아 장아찌를 씹기 좋은 크기로 잘게 잘라 고추장에 버무린다. 칠성농원 고추장 장아찌는 이천의 유명한 관광호텔에도 납품된 적 있다.

경기 이천시 대월면 칠성농원에서 붉게 익은 복숭아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알칼리성 과일인 복숭아는 체내 균형을 돕고, 무기질과 섬유소가 풍부해 피부 미용 및 숙취 해소 효과가 있다.

 

외국인도 ‘싱글벙글’
복숭아 수확·빙수 만들기 체험

제철을 맞은 칠성농원은 7월부터 수확 작업이 한창이다. 바쁜 도중 틈틈이 수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과수원 앞에 마련된 체험장에는 예약 손님의 날짜와 연락처가 수십 장의 메모지에 빼곡이 적혀 있을 정도다.
“수확 체험 비용은 개수에 따라 달라요. 2개 수확에 8000원, 5개 수확에 1만 5000원입니다.”
체험을 하는 동안 미리 수확해 놓은 복숭아를 깎아서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배부를 때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먹고 가는 양’까지 계산하면, 실질 체험비는 더 싼 셈이다.
취재 당일, 폭염에도 불구하고 농장에 밀려든 전화 중 한 통은 빙수 체험 예약 전화였다. ‘이천에 놀러갈 건데, 농장에서 빙수 체험을 하고 싶다’는 요지였다. 칠성농원 체험 프로그램은 농촌 관광 사이트인 ‘이천농촌나드리’를 통해서도 예약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유독 홍콩인 비율이 높다. 따로 홍보를 한 적은 없고, 한국의 농촌을 경험해 보고 싶은 외국인들이 여행사를 통해 방문한다고 한다.

칠성농원은 올해 무봉지 재배 2년차다. 20년 전 조성된 과수원에 ‘천중도’, ‘미홍’, ‘장호원황도’품종 등 다양한 품종을 농사 중이다.

“농가 입장에서 복숭아를 생과로 파는 것과 가공해서 파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낫습니까?”
잠시 망설이던 이순열 대표는 ‘생과 판매가 더 낫다’고 말한다. 부부 내외가 농사에다 가공까지 하기가 이제는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십 년 전만 해도 저는 ‘가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이었어요. 농산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지금은 가능한 한 생과로 파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영비 절감 차원에서 무봉지 재배를 시작한 지도 올해로 2년째다. 봉지 값도 아끼고 봉지 씌우는 인력에 지출하는 품삯도 절감하기 위해서다. 무봉지 재배 결과, 복숭아에 상처가 나는 등 외관이 다소 흡족하진 않지만 맛은 별 차이 없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4.5kg에 2만원 씩 ‘떨이’로 직거래하는데 오히려 ‘싸고 맛있다’는 호응이 돌아왔다.
과수원 한편에서 붉게 익어가는 유럽산 ‘거반도(납작복숭아)’가 눈에 띄어 판매용이냐고 묻자, 충북 음성군의 지인에게 묘목 몇 그루를 얻어 취미로 키우고 있다고 한다. 황도나 백도에 비해 관리하기가 너무 까다로워 알음알음 주문하는 지인들에게만 소량 판매한다고.

칠성농원에서 생산하는 복숭아 가공식품. 복숭아 100%로 만든 생즙과 풋복숭아 발효음료, 복숭아 장아찌와 말랭이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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