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람들이 줄 서서 사먹는 ‘추석 황금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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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사람들이 줄 서서 사먹는 ‘추석 황금향’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8.29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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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미래로팜 최갑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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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누구보다 바쁜 농부가 있다. 8월에 황금향 출하를 시작한 미래로팜 최갑성 대표다. 호접란 농사를 하다 과일 농부로 전업한 지 5년 차. 제주도도, 남도 지방도 아닌 경기도에서 달디 단 황금향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호접란 대량 출하로 화훼 공판장을 주름잡던 ‘꽃쟁이’가 과일 농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화사했던 양란 농장을 황금향 과수원으로 탈바꿈시킨 미래로팜 최갑성 대표다. 
“껍질은 초록색이지만, 먹어보면 ‘어떻게 이렇게 달지?’하실 겁니다.”
아내 김영순 씨가 먹기 좋게 깐 황금향을 내놓는다. 초록빛이 감도는 외관만 보면 영락없는 풋귤 같지만, 먹어보면 감쪽같이 달다. 혀 끝에 감도는 새콤함은 덤이다. 알고 보니 수확을 한 달밖에 안 남긴 ‘귀한’ 몸. 이 농장 황금향의 정식 수확 및 판매 시기는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이른바 여름에 먹는 황금향이자 ‘추석 황금향’이다.

경기 평택시 진위면에 조성한 미래로팜 황금향 농장. 총 면적 4600여㎡의 비닐하우스에 황금향 나무 700여 그루를 심었다.

한여름에 먹는 황금향 ‘대박’
추석 선물로 날개 돋친 듯 팔려

유난히 더운 8월의 비닐하우스에서도 황금향은 끄떡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최갑성 대표가 ‘이번에 새로 인쇄할 전단지’라며 자필로 쓴 농장 설명서를 보여준다. 황금향 맛있게 먹는 법부터 올바른 보관 방법까지,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껍질이 얇아서 잘 안 벗겨지는 황금향은 칼로 먼저 네 등분을 하면 껍질을 벗기기 쉽단다.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여름에 먹는 황금향’이다.
“저희 농장은 직접 찾아와서 사가는 손님들이 많은 편인데요. 한창 수확할 때는 밤 10시까지도 손님들이 와요.”
서울과 가깝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도 많다보니 입소문도 빨리 퍼졌다. 택배 주문도 많지만 가까이 사는 손님들 중엔 일부러 들러서 사가기도 한다. 맛있는 황금향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을 위해 봉지 단위로도 판매 한다. 봉지 황금향은 소위 ‘가정 소비용’다. 껍질에 미세한 상처가 있거나 선물용으로 팔긴 어렵지만, 맛은 흠 잡을 데 없다. 한 봉지에 열 개 남짓 포장한다. 가격은 지난해 기준 만 원이다. 선물용 상품은 품질(크기)에 따라 3kg에 3만 원대부터 4만 원 대까지 가격이 달라진다.  
“화훼 농사를 하던 시절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농장 인근의 기업체에서 단체 주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한 해 수확량이 20t인데, 저장고에 저장할 물량도 없이 다 팔립니다.”

연중 6개월 동안 가온한 비닐하우스에서 매년 8월 말부터 9월 말까지 황금향을 수확한다.
미래로팜 황금향은 당도가 14~16Brx에 달한다. 산도도 적절해 달콤새콤한 맛이 조화롭다.

 

일 년 중 절반 동안 비닐하우스 난방
수확 45일 전부터 관수 조절로 당도 높여

아열대과수 농장의 가장 큰 고민은 판로 확보와 순수익 제고다. 미래로팜의 경우 판로 걱정은 없다. 순수익을 늘리기 위해선 난방비 등 고정 지출과 수입을 철저히 계산해 합리적 경영을 해야 한다. 
“올해는 봄철에도 밤이 유난히 추워 6월까지도 비닐하우스를 난방했어요. 야간 온도를 22℃에 맞춰야 하거든요. 공기열 히트펌프를 설치해서 온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총 면적 4600여㎡(1400평)에 달하는 비닐하우스를 난방하기 위해 총 설치 금액 1억 원 상당의 공기열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지자체 보조와 자부담 각각 일 대 일 비율이다. 자부담 금액이 높은 편이지만, 투자라고 판단해 과감히 돈을 들였다. 난방비를 포함해 인건비, 비료 값 등 일 년 총 경영비는 약 6000만 원에 달한다. 
“호접란 농사를 할 때는 일 년 동안 필요한 고정 인력이 6명이었어요. 저희 부부를 제외하고요. 반면 황금향은 집중 수확 기간(약 20일)에 하루 열 명씩만 인부를 고용하면 되니 인건비 지출이 훨씬 적은 편이죠.”
난방비 부담도 호접란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호접란 농사를 할 때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26℃ 이상 유지해야 해 지금보다 부담이 더 컸다. 
황금향의 높은 당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그 비밀은 ‘물’이다. 수확하기 45일 전부터 물을 덜 준다. 예컨대 하루에 한 시간 관수하던 것을 30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수확 20일 전부터는 아예 물을 ‘끊는다’.
최갑성 대표는 젊은 시절 대기업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내 사업’을 해보고 싶어 농사에 뛰어들었다. 첫 품목이었던 호접란은 물량도 많거니와 품질이 워낙 좋아, 국내 화훼 공판장을 쥐락펴락 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호접란 재배 농가들이 급증하면서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것이 최갑성 대표가 과수 농사로 전업한 동기다.
“묘목을 심고 나서 5년 동안 수입이 ‘제로’였습니다. 그것이 가장 힘들었죠. 그런 부분에 대한 각오가 있지 않으면 아열대 과수 농사는 힘들 것입니다.”
농업인들에게 아열대 과수 농사를 추천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최갑성 대표의 대답이다. 2014년에 식재한 황금향 묘목은 그 당시 3년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수입을 얻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4년이나 지나서였다. 

선별 중인 황금향. 크기와 외관에 따라 가정 소비용과 선물용으로 구분해 판매한다.


맛있는 황금향 재배를 위해 토양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토양에 유기물을 충분히 공급하고 배수도 원활히 하기 위해, 발효 우드칩을 깊이 30cm로 땅에 깔고 굴삭기로 뒤집은 게 효과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황금향 생산을 위해 농산물 우수 관리 인증(GAP)도 받았다. 추석을 앞두고 분주한 손길에 흡사 자식을 키우는 듯 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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