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한 문경 오미자, 김·음료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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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한 문경 오미자, 김·음료로 다시 태어나다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8.2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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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미소·문경오미자생산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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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가 익는 9월이다. 빨갛고 탱글탱글한 오미자를 청으로 담가 먹으면, 새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전국 최고 품질을 자부하는 문경 오미자 농장과 연계 가공 산업 현장을 찾아갔다.

“다른 어느 농장을 가도 여기처럼 오미자 알이 굵은 곳은 드물 것입니다.”
경북 문경시 동로면에 소재한 주상대 문경오미자생산자협의회장의 농장에 들어서자, 비탈진 산기슭을 가득 메운 오미자 넝쿨이 눈에 들어온다. 폭염 끝의 단비가 내린 직후, 농장에는 생기가 돌았다.
이 농장에서 일 년 동안 수확하는 오미자의 양은 약 13t이다. 총 면적 1.7ha(5000평) 규모의 밭에서 오미자 농사를 한 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었다. 최근 오미자 생산 면적이 증가함에 따라 농업인들의 판로 고민이 늘고 있지만, 주상대 회장은 가공업체인 문경미소 주식회사에 오미자를 대량 납품하기로 해 걱정을 덜었다. 

해발 700m에서 키운 오미자
재해에 견디는 시설로 품질 쑥쑥

주상대 회장은 오직 오미자 농사만 한다. 다른 품목에 눈 돌리지 않고 한 길만 걸으며, 오미자에 적합한 시설까지 개발했다. 각종 자연 재해에 견디는 능력이 뛰어난 ‘내재해형’ 시설이 바로 그것이다.
“적절한 폭과 길이를 계산한 뒤, 그에 따라 파이프를 일일이 구부려서 시설을 만들었어요. 기존의 재래 시설에 비해 햇빛 투광률이 높아지고 통풍도 잘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 시설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3.3㎡(평)당 설치비용은 만 원 꼴. 그러나 고품질 오미자 생산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경 오미자 수확 시기는 9월 초부터 10월 초까지다. 올해는 유난히 심했던 폭염과 가뭄 때문에 지난해보다 작황이 부진하지만,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오미자 재배를 할 때는 흰가루병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발생 흔적이 눈에 띈 후에는 걷잡을 수 없으니, 예방과 적기 방제를 철저히 해야 해요.”
연작 장애가 거의 없는 오미자는 퇴비 살포 위주로 토양을 관리한다. 축사에서 가져온 우분을 2~3년 동안 직접 발효해 밭에 뿌린다. 오미자는 수령이 3년 정도 지나면 수확 후 뿌리를 뽑아낸 뒤 다시 심는다. 식재 이후 3~4년이 지나면 품질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상대 회장은 올해부터 오미자 생산량의 60%를 문경미소 주식회사에 납품할 계획이다. 한때 직거래 금액이 연간 1억 원에 달할 정도로 오미자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오미자 생산지가 강원도의 산악 지역까지 늘고 있는 데다, 오미자청 원료인 정백당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주문이 줄었다고. 
그러나 단기간에 재배 면적을 줄일 수는 없었다. 농사만 해도 바쁜 형편이라, 이제 와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다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가공용 오미자 대량 납품 농가를 물색하던 문경미소 주식회사와 연이 닿아 계약을 맺게 됐다.

동로면 일대는 문경 오미자 특구로 지정된 만큼 품질 좋은 오미자를 재배하기로 유명하다.


  
오미자로 김, 발효 음료 만드는 ‘문경미소’
설립 5년 만에 매출 10억 달성

문경미소 주식회사는 사단법인 한국농식품6차산업협회(회장 김성수) 가입 업체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던 김경란 문경미소 대표는 고향 문경으로 귀향한 뒤 오미자 가공업에 착수했다.
“문경에 돌아와 보니 농촌 실태가 심각하더군요. 저희 동네에 사람 살고 있는 집이 5가구 밖에 안 남았어요.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어린이집 근무 시절 급식 업무를 접했고, 그것을 계기로 특산물 가공식품에 눈을 뜨게 됐다. 마음 맞는 지인들과 자본금 총 2000만원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로 오미자김과 오미자청을 만들어 우체국 쇼핑몰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과연 얼마나 버티겠느냐”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굴하지 않았다. 한겨울에 보일러도 안 들어오는 창고에서 직원들이 뜬눈으로 숙식하며 고군분투한 결과, 5년 만에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 목표액은 15억 원이다.
특히 올해 문경미소는 겹경사를 맞았다. 국내 유명 외국계 커피회사에 오미자를 납품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찾아온 바이어들이 업체명도 알려주지 않고 극비리에 계약을 추진해 반신반의했지만, 나중에 해당 회사에서 오미자 음료를 출시한 뒤 ‘정체’를 밝히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또 다른 경사는 바로 홈쇼핑 진출이다. 추석 명절 전에 공영홈쇼핑 채널을 통해 문경미소 가공식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백당 대신 사탕수수에서 채취한 천연 당을 조만간 사용하기 시작할 예정이거든요. 그때 가면 저희 제품에 더욱 자신이 있는데….”
문경미소는 문경에서 생산된 질 좋은 오미자를 대량 수매하고 있어 농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문경미소가 커피회사에 납품하는 오미자 원물만 해도 연간 50t에 달한다. 
“식품 가공업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닙니다. 대기업과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문경 사람으로서 문경 오미자의 위상이 계속해서 드높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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