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겨울정원으로 동장군 물리친다
상태바
이색적인 겨울정원으로 동장군 물리친다
  • 월간원예
  • 승인 2018.11.29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자작나무원

11월까지 곱디곱던 단풍이 점차 차가운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면 주변은 꽤나 삭막해 진다. 가드너들에게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리기엔 차디찬 겨울이 너무 길다. 그래서 그들은 겨울만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노력과 관심을 통해 겨울정원(Winter Garden)이 탄생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수목의 꽃과 열매, 단풍 등을 감상 대상으로 즐겨왔다면 겨울정원의 주요소재로는 상록수의 푸르름과 함께 낙엽수목으로는 수목의 수피모양, 색감, 수형 등을 주로 감상할 수 있는 수종들을 활용할 수 있다.
 낙엽을 떨군 후 더욱 돋보이는 수목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끔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강원도 자작나무 숲의 아름다운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자작나무속(Betula)의 대표적인 나무로는 거제수나무B. costata, 박달나무B. schimidtii 자작나무B. platyphylla var. japonica, 사스레나무B. ermanii, 물박달나무B. davurica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같은 자작나무속이지만 수피의 모습은 거칠기도 하고 부드럽게 벗겨지기도 하고 아예 잘 벗겨지지 않는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하면 수피의 아름다움을 잘 연출하여 겨울정원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자작나무는 수목이 성장할수록 수피의 색깔이 순백색을 띠며 종이처럼 잘 벗겨지는 데 수피를 이용해 애정을 담은 글을 써서 연인에게 전달하기도 하는 용도로 사용했다고도 한다. 자작나무의 수피가 흰색으로 벗겨진다면 벗겨지는 수피의 안쪽이 붉은 빛을 띠는 거제수나무가 있다. 거제수나무는 벗겨지는 수피의 두께도 자작나무에 비해 약간 두껍게 벗겨지는 경향이 있다. 두 수종모두 수피가 잘 벗겨지는 특징이 있다면 물박달나무와 사스레나무는 수피가 좀 거칠게 발달하고 잘 벗겨지지 않는 유형의 수피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이 둘은 약간 터프한 느낌을 준다. 같은 자작나무속이지만 박달나무는 수피가 벗겨지지 않는 비교적 매끈한 수피를 가지고 있다.

소천지의 사스레나무군락


사스레나무는 백두대간의 높은 산악지역에서 자라는 수목으로 물박달나무와 거제수나무의 중간쯤의 거친 수피를 가지고 있는 수종으로 오랜 기간 성장할수록 흰색의 수피가 아름다워지는 수종이다. 몇 년 전에 백두산지역의 식생조사를 다닐 무렵 소천지 주변에 교목으로 잘 성장한 사스레나무의 군락이 물가에 반영되어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랜 기간 성장한 나무들은 제각기 아름다운 수형을 유지하기 나름이지만 자작나무속 식물은 수형과 함께 아름다운 수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종이라 생각된다. 겨울정원을 조성하는데 자작나무속 대부분이 훌륭하지만 그중에서도 거제수나무와 자작나무, 물박달나무가 활용하기에 좋은 수종이라 생각된다. 사스레나무 역시 좋은 소재이나 한랭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수종이라 정원에 도입하기에는 소재의 수급이나 이용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자작나무의 수피만큼이나 고운수피를 자랑하는 나무로는 벚나무속에 해당하는 개벚지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개벚지나무는 장미과의 벚나무속(Prunus)에 해당되는 식물로 우리나라 산간지역에 자생하는 수목으로 5~6월에 총상꽃차례로 흰색의 꽃이 핀다. 봄에 피는 꽃도 관상가치가 있지만 개벚지나무의 진면목은 잎이 떨어진 후의 갈색 또는 황동의 색상을 띤 수피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수목이다. 개벚지나무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더욱 수피의 색감이 뚜렷해지는 데 껍질이 벗겨지면서 드러나는 진한 황색계열의 색상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뛰어나며, 자작나무속 수목들이 약간 찬 느낌을 주는 반면 개벚지나무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수피를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수목으로 화단의 가장자리에 배치하여 연출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종으로 권장하고 싶다.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우면서 수피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수목들 중에는 단풍나무과 식물중에는 복자기(Acer triflorum)와 복장나무(Acer mandshuricum) 그리고 녹색의 수피를 보여주는 산겨릅나무(Acer tegmentosum)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붉은 수피가 매력적인 원예품종이 많이 도입되고 있다. 복자기와 복장나무를 혼동하거나 구분이 잘 안되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복자기는 잎의 한쪽 측면에만 거치가 있고 비대칭의 모습이라면 복장나무는 잎이 대칭을 이루며 고르게 잔거치가 있어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수피를 보면 복자기는 갈색의 거친 수피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복장나무는 수피가 벗겨지지 않으며 매끈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하겠다. 복자기는 오래전부터 단풍과 독특한 수피로 인해 많이 애용되고 있으나 복장나무는 조경수로 아직 대량개발 유통되고 있지는 않은 수종이지만 앞으로 좋은 소재로 개발될 만한 소재라 생각된다.

말채나무


단풍나무 중에서 조경소재로 애용되기 보다는 약용으로 국내에서 먼저 알려진 산겨릅나무는 벌나무 또는 산청목으로 불리고 있다. 약용으로 이용되다보니 일부 농가에서 키를 많이 키우기 보다는 주간을 짧게 잘라 곁가지를 여러 개 분지시켜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신초가 푸른 녹색을 띠고 있어 다른 수목들이 갖지 못하는 수피의 색상을 보여 준다. 말채나무류와 함께 관목 수종으로 활용하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다양한 말채나무 품종이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일부 수종이 내한성이 문제가 되거나 원래의 수피색을 유지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종으로는 흰말채나무(Cornus alba)와 노랑말채나무(Cornus sericea)인데, 군락 식재하여 색감을 연출하면 겨울정원화단 하부를 장식하는데 매우 이상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

양버즘나무


지금까지 소개된 수종들 외에도 수피가 아름다운 수종들은 무궁무진하다. 몇 년 전 미사리 조정경기장을 방문한적 있는 데 양버즘나무의 수피가 곱게 벗겨져 순백색에 가까운 흰색을 띠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매력에 빠진 적 있다. 보통은 녹색과 백색과 얼룩진 듯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필자가 본 모습은 귀티가 날 정도로 깨끗한 수피를 보여주고 있었다. 물푸레나무는 흰색과 잿빛이 번갈아나며 보이는 데 군락 식재하여 연출되는 모습 또한 장관을 이룬다. 조금만 시선을 돌린다면 삭막하게 느껴지는 겨울을 좀 더 이색적으로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는 수목마다 가지고 있는 개성 있는 수피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