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같이 즐거운 품종 만들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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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같이 즐거운 품종 만들어갈 것
  • 이지우 기자
  • 승인 2019.01.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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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안철근 박사
2018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라온’ 미니 파프리카. 경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안철근 박사는 파프리카의 품목 다양화를 위해 ‘라온’ 품종을 개발했다.

<월간원예=이춘희 기자> 작년 12월 개최된 2018년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경남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라온’ 미니 파프리카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라온’ 품종은 고가의 수입 종자를 100% 대체 가능한 국내 최초 육성 미니 파프리카 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과일처럼 생으로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이렇게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 한 공로를 인정받은 ‘라온’의 개발자 안철근 박사를 만났다.

 

Q. 먼저 대한민국우수품종상 국무총리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현재 우리 농업은 기후변화와 농촌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시설원예와 같이 기존 관행 농업 대비 노동력을 절감하고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농업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경남 농업기술원 원예연구에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일찍부터 우리 경남지역은 기후적으로 시설농업의 적지였기 때문에 주로 화훼와 채소를 중심으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시설원예가 발전해 왔습니다. 저희 경남농업기술원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특색을 살린 한국형 시설원예의 기반을 다지고 미래 지향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스마트원예팀을 신설하여 ICT 융·복합 스마트팜이 시설원예의 미래가 될 것을 예상하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고령화되고 악화되는 기상환경에 대비한 스마트팜 연구를 통해 시설원예가 우리나라 미래 성장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경남 밀양의 파프리카 시범재배 농가에서 생산되고 있는 라온 파프리카. ‘라온’은 당도가 높고 과일처럼 생으로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Q. ‘라온 파프리카’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우수품종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라온 파프리카는 어떤 계기로 개발하게 되었으며, 기존 파프리카 대비 라온 파프리카의 특징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내 파프리카 소비량은 연간 1인 기존으로 0.8kg 정도인데, 이는 일본의 2~3배를 넘는 양입니다. 이처럼 소비량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어느 정도 소비의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소비는 정체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재배면적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었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소규모 농가들은 풋고추나 토마토 등으로 품목전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 품목의 가격까지도 폭락을 거듭하게 되었고 시설원예 산업의 위기까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파프리카의 품목 다양화를 위한 새로운 품목 개발의 필요성을 가지게 되었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던 중에 미니 파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니 파프리카는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수입산 품종은 25~30g 정도로 작고 당도도 높은 장점을 가진 수입산 품종인데, 색깔별로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 생산성이 낮아(기존 파프리카의 40% 이하) 비싸게 판매하다 보니 소비가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라온 파프리카는 이러한 수입 미니파프리카의 소비확대 걸림돌이었던 낮은 수량성을 크게 개선하여 소비자에게 싸게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실 크기는 50g 정도로 기존 파프리카의 1/4 정도이고 당도가 10°Brix로 높아 등산이나 운동 전후에 휴대하면서 먹기에 적합합니다. 그래서 샐러드와 같이 생과로 소비하는 파프리카 시장을 라온 파프리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기존 파프리카와 소비의 역할분담을 통해 파프리카 제2의 중흥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라온은 ‘즐겁다’라는 순우리말입니다. 앞으로 라온 파프리카의 기능 성분을 분석하여 잠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성분의 기능성을 확인한 후,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같이 즐거운 품종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존 파프리카의 소비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를 대체할 품목이 필요한 시장과 소비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히트 상품 된 ‘라온’ 파프리카.

 

Q. 시설원예 원예 육종 전문가로서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어떤 연구 계획이나 목표를 갖고 계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경남 농업기술원 원예육종팀의 주력 품목인 파프리카, 토마토, 딸기 등의 국산 품종 개발을 위해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품종육성 방향은 주로 재배자의 입장에서 목표를 설정했었습니다. 초세가 강하고 다양한 병과 바이러스 등에는 저항성이 있어 재배가 쉽다거나, 착과성이 우수해 수량이 높은 품종, 또는 기후변화나 재배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품종 개발에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 반영하고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제적으로 파악하여 시장이 원하는 품종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 그래서 올해부터 저희 팀에서는 도시농부를 위한 품종 육성 과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지자체별 텃밭 활용을 위한 정원용 파프리카와 토마토 품종, 아파트 베란다 재배를 위한 분화용 딸기와 토마토 품종 등을 개발하겠습니다. 향후 저희 팀에서는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시장을 찾아 적극 활용하는 작업에 투자하겠습니다. 그래서 한계에 다다른 우리 원예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자 합니다. 

Q. 농민들의 시설원예 농업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팜 시스템의 도입이 활성화 되면서 청년층까지 농업에 관심을 갖는 현상까지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시설원예의 현재와 발전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스마트팜’이 부상하면서, 농업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클라우드·로봇·나노 등 첨단 ICT 기술이 농업에 융·복합되면서, 농업은 점차 첨단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기존의 농업 방식으로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식량 증산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가는 농업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농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팜이 미래 첨단산업으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에는 순수 농업기술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기술과 산업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스마트팜 구축을 위해서는 농업생산을 비롯해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단계에 첨단기술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스마트팜은 온도, 습도 등 단순 환경정보를 바탕으로 스마트기기를 통해 온실환기, 보온커튼, 양액공급 등 제어기기를 작동시키는 단계에 머물러있습니다. 그러나 향후 스마트팜은 생육정보와 기상정보, 더 나아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정보 및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정밀한 작물관리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재배시설 내의 환경정보, 생육정보 등의 데이터는 개별 농가별로 축적이 가능하나, 소비자의 농축산물 소비패턴, 기상정보, 농축산물 유통정보, 농산물 생산량, 가격정보 등은 개별단위 농가 또는 특정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축적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스마트팜 구축을 위해서는 개별농가 혹은 기업만이 아닌 통합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인 데이터가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팜 유망 분야에 R&D와 투자를 집중하여 수출로 연계하기 위한 한국형 성공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시설원예 농업으로 전환을 고려하는 많은 농민들이 있으나 초기 투자비용과 제한적인 재배 작목으로 인해 망설이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를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귀농 후 노후의 안정적인 수익보전을 위해 풋고추나 애호박과 같은 비교적 소액투자가 가능한 품목재배가 많아졌습니다. 그로인해 이들 채소가 최근 몇 년 동안 폭락을 거듭하면서 낭패를 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몇 안 되는 재배 작목에서 내실 있는 소득 품목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발품을 팔아 정보를 모으고 직접 교육도 받고 실습을 통해 경험도 쌓아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투자규모를 크게 하는 것보다는 적정 투자규모를 정해서 내실있고 차별화된 품목을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붙으면 조금씩 투자를 늘려서 규모를 키워 나가는 전략이 안전합니다. 또한 품목을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재배의 안정성과 판매망의 확보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항상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고 처음부터 완벽한 시설을 갖추기보다 꼭 필요한 필수시설과 편의시설들을 구분하여 시설을 단계적으로 갖춰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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