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업인의 ‘식물공장’ 도전과 비전
경기 이천시 네이쳐스테이 박노영 대표
농업은 오랫동안 ‘땅에서 땀 흘리는 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기술 발전은 농업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6년 차 식물공장을 운영하는 청년 농업인 박노영 대표(40세)의 이야기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쌀농사와 축산업을 해오신 부모님 밑에서 농업을 시작했던 그는, 구제역 파동 이후 사회생활을 하다가 2019년 귀농을 준비하며 식물공장이라는 미래 농업의 길을 선택했다.
빚은 최소화, 경험은 최대화
박노영 대표가 식물공장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비전에 따른 전략적 결정이었다. 그는 “단순히 재배만 해서 유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하우스가 맞지만, 6차 산업을 겸하고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농업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스마트팜이나 식물공장을 해도 돼요. 하지만 문제점은 이 스마트팜 쪽으로 넘어오면 일단은 판로에 대한 부분이 많이 막힙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식물공장 진입에는 막대한 시설 투자라는 큰 장애물이 있다. 그는 “빚 지는 순간 식물공장은 답이 없다”고 단언하며, 최소한의 투자로 시작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그의 식물공장 시설(재배 50평, 전체 60평)에 땅값을 제외하고 6억 원의 시설비가 투자되었으며, 이천 지역의 높은 농지 가격을 고려하면 일반 청년 농업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는 2020년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았지만, 5년 거치 20년 상환 조건은 농업에서 수익을 내기에는 짧은 기간이라며 청년농 지원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출 과정에서 농협 자체적으로 까다로운 담보나 신용 조건을 요구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애초에 지원 대상 선정 시 기준을 명확히 하거나 융자 현실화를 통해 청년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익성과 판로 확보의 난제
박노영 대표는 식물공장의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현재 식물공장에서 주로 재배하는 유럽피안 상추 등은 가락동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며,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최근 유리온실에서 대량으로 저렴하게 생산되는 샐러드 채소와의 단가 경쟁에서 식물공장이 밀리고 있어, 생존을 위한 단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는 “현재 식물공장 단가를 고려하면 최소 10,000원/kg은 받아야 돼요”라고 말했다.
현재 박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활로를 찾았다. 꾸준한 노력 끝에 현재 재배 물량의 납품처를 마켓컬리와 쿠팡 등 대형 유통 라인으로 확보하여, 하루 평균 300kg에 달하는 물량을 출하하고 있다. 이는 6년 차인 작년 매출 2억 6천만 원에서 올해 약 4억 원 이상으로 매출이 크게 성장하는 동력이 되었다. 165㎡(50평) 규모에서 연간 약 20톤의 버터헤드 레터스 단일 품목을 생산하고 있으며, 총 9,200포트가 풀 가동된다.
그는 식물공장의 가장 큰 문제로 높은 전기비를 꼽는다. “전기비 같은 경우에는 여름철에 한 300만원 선에서 왔다 갔다 하고요. 그리고 여름철 지나고 또 가을부터 따지면 봄까지 따지면 한 200만원 중후반대 나오고 있어요”라며, 전기비가 생산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는 양액 순환식 시스템을 통해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태양광 발전을 활용하여 LED 사용 비용을 줄이는 등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노영 대표는 식물공장 기술의 개발 수준은 높으나, 이를 현실화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농업인이 직접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이나 부품 공급 플랫폼이 부재하여,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턴키(Turn-Key) 방식으로 업체를 통해 시설을 도입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60만 원짜리 정량 펌프를 3만 원짜리 부품으로 대체한 경험을 소개하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턴키는 추천하기 쉽지 않아요. 편하지만 비싸고 거품이 없다고 할 수 없죠”라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 실전형 교육과 동반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 농정원과 연계된 귀농귀촌 일자리 체험 교육을 진행하며 교육생들과 함께 66㎡(20평) 규모의 식물공장을 패널부터 용접까지 직접 짓는 과정을 이끌었다.
“저희는 교육생들이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용접도 해보고 선도 연결해보는 체험형 교육을 하려고 해요. 그래야 식물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스스로 유지보수가 가능해집니다.”
현재 교육생 중 한 명은 박 대표의 농장에 66㎡(20평) 식물공장을 차려 독립 경영 중이며, 박 대표는 생산물을 전량 매입하여 판로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이 모델은 작은 규모로 시작하는 청년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진입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박 대표는 식물공장 간 협동조합을 만들어 부품 공동 구매, 단가 관리, 계약 재배 등을 통해 안정적인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축산 협동조합처럼 식물공장도 단가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겉모습만 보지 말고, 속을 파고들어라”
박노영 대표는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을 꿈꾸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던졌다.
“식물공장을 눈으로 보는 것과 들어가서 현실을 보는 것은 천지 차이거든요. 시작을 할 때 겉으로 보고 좋다보다는 저 내부로 들어가서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10평이라도 좋으니 집에서라도 직접 작게 지어보고 재배 과정을 경험해봐야 합니다. 부품 하나를 사더라도 저 부품이 뭔지 알 정도로 고민해야 됩니다. 농업은 제가 봤을 때는 책상에 앉아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현장에서 부딪히고 배우는 실전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박노영 대표는 기후 변화 속에서 식물공장이 미래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막대한 자본력과 치열한 시장 경쟁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는 학습과 혁신적인 동반성장 모델을 통해서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다. 그는 신규 유입되는 청년 농업인만큼 기존 농업인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미래 농업의 길을 열어가는 동시에 상생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