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사과 재배의 미래를 묻다

경기 파주 DMZ 1KM 사과 명인복 대표

2025-12-01     이지우

DMZ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 이곳 DMZ1KM 사과농원의 명인복 대표(농업 마이스터 1기)는 한국 사과 재배의 지도를 새로 쓰고 있다. 전통적인 주산지가 아닌 지역에서, 그는 국내 최초의 완전 시설 사과 재배라는 혁신적인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명인복 대표는 20년 전 귀농하여 10년간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으나, 이후 사과 재배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이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기후 변화임을 인지하고, 과감하게 재배 방식을 전환했다. 18년 전 나름대로 설계했던 비가림 시설을 통해 노하우를 쌓았고, 이를 발전시켜 현재의 완전 시설 재배(약 9917㎡, 3000평)를 완성했다. 총 26446㎡(8000평) 농원 중 약 절반을 시설로 운영하는 대규모 도전이다. 명 대표는 “기존의 비가림 시설에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설하우스로 옮겨왔으며, 시설하우스 안에도 사과 재배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명 대표가 설계한 시설하우스는 일반적인 비가림 시설보다 훨씬 넓고 높다. 어깨 높이만 5m, 총 높이가 7m에 달하는 이 고도의 시설은 사과 생육에 필요한 최적의 ‘미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특히 여름철 고온 극복을 위해 시설 내부 온도를 노지보다 3~5℃ 낮추는 기술을 적용했다. 햇빛 가림막은 물론, 미세 살수(미스트)를 활용해 내부 온도를 3℃가량 떨어뜨리는 첨단 환경 제어 기술이 핵심이다.
또한 시설 안에는 노동력 절감과 효율화를 위한 자동화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이태리에서 도입된 ‘Guyot(구욧)’ 수형을 적용하여 열간 2.6m, 수간 1.5m의 밀식 재배를 하면서, 무인 방제 및 자동 관수 시스템을 구축했다. 명 대표는 “앞으로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70~80%는 기계화가 될 것입니다. 지금 노동 인력이 없지 않습니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이 수형과 자동화를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강조하며, 향후 노동력 비용 절감과 영농 효율 극대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임을 밝혔다.

고품질 경쟁력 확보와 품종 다양화 전략
DMZ 지역은 위도가 높아 일교차가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표고가 낮아 온도가 올라갈 경우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도 상존한다. 명 대표는 이러한 지역적 한계를 시설로 극복하고 품질 경쟁력을 최우선에 두었다.
명 대표는 사과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일교차를 꼽는다. “추우면 식물이 자기 몸을 보호하려고 당분을 저장합니다. 이 역할이 맛의 차이, 식감, 향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렇듯 DMZ 지역의 기후적 이점과 시설 관리가 시너지를 내면서 DMZ1KM 사과는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농원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생산 물량의 90% 이상이 인터넷이나 현장 방문을 통한 소비자 직판으로 판매된다. 이는 청정 DMZ라는 이미지와 시설 재배로 구현한 안정적인 고품질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은 방증이다.
현재 농원의 주력 품종은 저장성과 대중적 선호도가 높은 후지(부사)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수입 과일 개방에 대비하여 품종 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그는 기후에 민감한 홍로 대신, 새로운 국산 품종인 이지풀이나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몽 계열 품종을 시설에 도입할 계획이다. 명 대표는 “몇 년 안에 FTA로 사과 수입이 된다고 봅니다. 그러면 맛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노지에서 재배하기 어려운 가몽 같은 고품질 품종을 시설로 가져와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농업인들에게도 정보가 오픈된 요즘 적극적으로 배워서 시작한다면 미래가 밝을 것이며, 9917㎡(3000평) 정도 규모는 부부가 시작하기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명인복 마이스터의 제언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농업 마이스터 1기(2013년 지정)로서, 명인복 대표는 개인의 혁신을 넘어, 한국 사과 산업 전체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그는 마이스터 제도 시행 후 10여 년간 “전국의 재배 농가 기술 수준이 확연히 올라왔다”며, 마이스터들의 역할이 한국 농업의 중요한 자산임을 강조했다.
명 대표의 완전 시설 구축에는 맞춤 농정 사업을 통해 약 3억 6천만 원의 정부 지원(50% 보조)이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시설 투자비 자체가 높기 때문에, 새로운 농가들에게는 기존 시설보다 적은 투자비가 드는 비가림 시설 정도의 규모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마이스터들 사이의 최대 이슈는 ‘미래형 사과 재배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명 대표는 유럽 방식을 도입한 새로운 수형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실패하는 농가들이 많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농가들은 도전 정신이 높지만, 유튜브만 보고 따라 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와 마이스터들이 협력해 새로운 재배 체계를 빨리 정립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착오를 줄여줘야 합니다.”
또한, 정부가 청년 농업인 육성뿐 아니라 농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후계자 문제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농업 정책 및 연구 방향에 대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장비 지원 사업에 대해 “재배 체계에 맞게 기계가 개발돼야 하며, 농가에게 꼭 필요한 장비(예: 소형 포크레인 등)를 개인의 욕심으로 보지 말고, 대상자를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해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요청하며, 지원의 다양화와 대상자 중심의 정책을 강조했다. 연구기관에 대해서도 “재배 생리, 기계 등 다양하게 미래를 보고 농가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을 연구해줬으면 좋겠다”며, “생색내기 연구가 아닌, 농업의 미래를 위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력히 당부했다.
DMZ1KM 사과농원에서 명인복 대표가 일구어낸 혁신은, 기후 위기와 인력난 속에서 한국 사과 산업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의 도전은 ‘청정 DMZ’를 넘어 ‘미래 농업’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