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전망 2026] 농업전망 : 품목별 세부 수급 동향과 전망
1. 과채류
‘고단가 학습효과’의 명암…
토마토·수박 늘고 참외는 ‘인력난’에 발목
지난해 과채류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가격 강세 흐름이 2026년 농가의 작목 선택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높은 수익성을 목격한 농가들이 토마토와 오이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전체 재배면적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노동 강도가 높은 참외 등은 고령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감소세가 뚜렷해 작목 간 양극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 전체 과채류
재배면적·생산량 동반 상승,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2026 농업전망’에 따르면, 2026년 7대 과채류(오이, 호박, 풋고추, 토마토, 딸기, 수박, 참외, 멜론)의 전체 재배면적은 4만 6,844ha로 전년 대비 0.8%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5년 출하기 가격 강세에 따른 농가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생산량 또한 기상 호조에 따른 단수 회복(전년 대비 1.5% 증가)과 면적 확대가 맞물려, 전년 대비 2.1% 증가한 208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오이·토마토
작목 전환 활발 품목별로 살펴보면 오이와 토마토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오이 재배면적은 4,727ha로 전년 대비 1.7%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타 작목에서 오이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4~6월 출하기 면적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생산량은 전년 작황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더해져 7.0% 증가한 33만 2천 톤으로 예측된다.
토마토 역시 ‘효자 작목’으로 부상했다. 2026년 재배면적은 6,293ha로 전년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추방울토마토의 경우, 노동력 투입 대비 수익성이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10~12월 정식 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팜 신규 진입 농가들이 토마토를 선호하는 현상도 생산량 증가(39만 톤, 전년비 2.0%↑)의 한 원인이다.
● 수박의 귀환 vs 참외의 위기
수박은 오랜 감소세를 끊고 반등했다. 2026년 재배면적은 10,665ha(+1.5%), 생산량은 42만 9천 톤(+11.5%)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가격 강세가 농심(農心)을 움직인 것이다. 반면 참외는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2026년 재배면적은 4,636ha로 전년 대비 0.6% 감소할 전망이다. 주산지인 경북 성주 지역의 농가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동 집약적인 참외 농사를 포기하거나 면적을 줄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 가격 등락과 무관하게 국내 참외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 엽근채소
널뛰는 수급, ‘금배추’ 뒤엔 생산 과잉 그림자
“가격이 좋으면 심고, 폭락하면 갈아엎는다.” 엽근채소 시장의 고질적인 수급 불안정성은 202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025년 이례적인 가격 폭등으로 재배면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26년 상반기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배추·무
2025년 면적 급증, 2026년은 ‘숨 고르기’ 2025년 엽근채소(배추, 무, 당근, 양배추)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무려 11.5%나 증가한 6만 3,514ha를 기록했다. 2024년 작황 부진으로 인한 고단가 기조가 2025년 파종 면적을 대폭 늘린 것이다. 이에 따라 2026년은 급증했던 면적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는 시기다. KREI 전망치에 따르면 2026년 엽근채소 재배면적은 전년(2025년) 대비 3.5% 감소한 6만 1,316ha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무의 경우, 2025년산 겨울무(2026년 1~5월 출하) 생산량이 전년 대비 29.5%나 폭증한 37만 5천 톤으로 추산된다. 제주 지역의 태풍 피해가 없었고 파종 면적 자체가 15.7%나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2026년 봄철 시장 가격을 하락시키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 기후 위기, 고랭지 배추 지도를 바꾼다
단기적 수급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장기적인 생산 기반 붕괴다. 2026년 배추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고랭지’다. 여름철 고온과 잦은 비 등 기상 이변이 일상화되면서 강원도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35년까지 연평균 0.7%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량 감소분은 수입 김치가 메우고 있다. 2026년 배추 공급량 중 수입 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이는 식탁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국내 농가의 설 자리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당근·양배추
수입산과의 힘겨운 싸움 당근은 2025년 재배면적 확대로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44.1%나 급락하는 홍역을 치렀다. 이 학습효과로 2026년 재배 의향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국산 당근의 빈자리는 씻은 당근(세척 당근)을 앞세운 중국산이 잠식하고 있다. 양배추는 2025년산 겨울 작형의 작황이 양호해 2026년 상반기 물량은 넉넉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량은 전년 대비 28.2% 증가할 전망이나,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경우 가격 약세가 우려된다.
3. 양념채소
양파·대파 줄고 마늘은 품종 쏠림…
‘수급 불안’ 뇌관 여전
양념채소는 필수 식자재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의존도가 높아 재배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 2026년 전망치는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양파, 대파, 건고추 등 주요 품목의 재배면적이 일제히 하락세를 그리며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 양파
조생·중만생 동반 감소… 자급률 경고등 2026년산 양파 생산량은 116만 8천 톤으로 전년 대비 9.9% 감소할 전망이다. 2025년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농가들이 재배를 주저했기 때문이다. 전체 재배면적은 1만 6,952ha로 전년 대비 6.9%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급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만생종 양파의 감소폭(-10.8%)이 조생종(-4.9%)보다 커 하반기 단경기 수급 불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수입량은 의무수입물량(TRQ) 등으로 인해 평년보다 많은 16만 톤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자급률은 2025년 89.2%에서 2026년 더 낮아질 위기에 처했다.
● 마늘
‘남도종’ 지고 ‘대서종’ 뜬다. 마늘의 2026년 재배면적은 2만 2,890ha로 전년과 비슷(+0.2%)할 전망이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품종 간 세대교체가 급격하다. 전통적인 한지형과 난지형 남도종은 인건비 부담과 종구 비용 상승으로 면적이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기계 파종과 수확이 용이하고 수량성이 높은 ‘대서종’은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6년 마늘 생산량은 29만 6천 톤으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대서종 쏠림 현상으로 인한 품질 저하 우려와 매운맛을 선호하는 소비자 기호와의 괴리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 건고추·대파
고령화가 부른 생산 감소 건고추는 기계화율이 낮아 노동력 부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26년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8% 감소한 2만 6,368ha에 그칠 전망이다. 자급률은 46.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며, 이 빈자리는 냉동 고추 및 고춧가루 수입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대파 역시 2025년산 가격 약세와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2026년 재배면적이 4.8% 감소할 전망이다. 면적 감소는 곧바로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2026년 도매가격은 평년(1,970원/kg)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4. 과일류
사과·배 ‘평년작’ 회귀… 샤인머스캣은 구조조정 본격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의 최전선에 있는 과일 산업은 2026년 ‘안정’과 ‘재편’의 갈림길에 섰다. 사과와 배는 유목 관리와 방제에 집중하며 생산 기반을 다지는 모양새지만, 포도는 공급 과잉의 늪에 빠진 샤인머스캣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며 전체 지도가 바뀌고 있다.
● 사과
“미래를 심는다” 유목 면적 확대 2026년 사과 재배면적은 3만 3,200ha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성목(다 자란 나무) 면적은 줄고 유목(어린 나무) 면적이 늘었다는 것이다. 고령화된 과원을 폐원하고, 착색이 잘 되거나 노동력이 적게 드는 신품종(이지플, 감홍 등) 묘목으로 갱신하는 농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생산량은 44만 3천 톤으로 전년(44만 8천 톤) 대비 1.1% 소폭 감소할 전망이나, 이는 평년작 수준이다. 다만, 개화기 저온 피해 여부가 2026년 사과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 포도
샤인머스캣의 추락, 신품종으로 돌파구 포도 산업을 이끌던 샤인머스캣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과 품질 저하 논란으로 인해 2026년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9.8%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가 설문조사 결과, 포도 농가의 46%가 “향후 3년 내 재배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줄어든 샤인머스캣의 자리는 ‘루비로망’, ‘홍주씨들리스’ 등 차별화된 적색계 품종이나 희소성 있는 신품종들이 채우고 있다. 2026년 전체 포도 생산량은 21만 3천 톤(-2.8%)으로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 배·감귤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 배는 과수화상병 등 병해충 이슈와 도시 개발로 인한 폐원으로 재배면적 감소세(9,100ha, -2.2%)가 뚜렷하다. 내수 소비 또한 정체 상태라 수출 확대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감귤은 노지 온주밀감 면적은 줄어드는 반면, 하우스 감귤과 천혜향·레드향 등 만감류 면적은 늘어나고 있다. 2026년 감귤 전체 생산량은 60만 톤 내외로 전망되나, 고당도 만감류의 비중이 높아지며 질적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