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진심이 담긴 순백의 심비디움 ‘스노우펄’

충남 공주시 해평농장 양승호 대표

2026-02-02     이지우

겨울 화훼의 상징 심비디움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화려한 원색 위주의 분화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결혼식 부케나 인테리어용 ‘반려 식물’로서 순백색과 파스텔톤의 인기가 뜨겁다. 그 변화의 흐름에 농촌진흥청이 육성하고 충남 공주 해평농장이 피워낸 국산 품종 ‘스노우펄(Snow Pearl)’이 있다. 지난 2022년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하며 국내 최고 품질의 심비디움을 생산해온 양승호 대표를 만나 ‘스노우펄(Snow Pearl)’에 대해 물었다.

 

40년 넘게 심비디움 외길을 걸어온 양승호 대표의 재배 철학은 확고하다. ‘양보다 질’이다. 그는 “관행 농법으로 1만 5천 개 키울 공간에 3만 개를 밀어 넣으면(밀식 재배), 통기성이 나빠져 병충해가 오고 꽃 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밀식해서 저품질로 대량 생산하는 것보다, 적정 재식 밀도를 지켜 고품질로 생산하는 것이 경영비 등을 따졌을 때 수익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재배한 노란색 품종 ‘골드썬’은 재배가 까다로워 다른 농가들이 기피했지만, 양 대표는 특성을 파악해 고품질로 출하, 경매가 4만 원대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고품질 전략은 수출길도 열었다. 과거 네덜란드에 국산 품종 ‘해피데이’를 수출했을 당시, 현지 바이어들이 “네덜란드 산보다 낫다”며 감탄했고, 현지 경매가 역시 최고가를 기록하며 ‘K-플라워’의 위상을 높인 바 있다.
 

개화성과 재배안정성이 우수
백색 심비디움 ‘스노우펄’

해평농장의 온실 문을 열자, 눈이 내린 듯 환한 백색의 물결이 펼쳐졌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스노우펄’이다. 스노우펄은 백색 바탕에 연분홍빛 순판을 가지는 중형종이고, 12월 중순경에 개화하는 중생종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스노우펄은 화변(꽃잎)에 잡티가 전혀 없어 깨끗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양승호 대표는 “스노우펄은 안 핀 꽃봉오리도 예쁘고, 피었을 때 약간의 핑크빛이 감도는 느낌이 있어 평가회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호평했다. 특히 절화(자른 꽃)로 만들었을 때 수명이 길어 양재동 꽃시장 등 도매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예진 연구사는 “기존 심비디움 시장이 중국 수출을 타깃으로 한 노란색, 적색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백색이나 연두색 등 다양한 화색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스노우펄은 기존에 없던 ‘완전한 순백색’으로 소비자가 선호하는 화색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꽃향기와 LP 선율이 흐르는
‘카페 산타나’

해평농장에는 여느 농장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온실 한켠에 자리 잡은 LP 음악 감상실, ‘카페 산타나(Santana)’다. 이 공간에는 그가 소장한 수만 장의 원판 LP가 가득하다. 양 대표는 “농장을 찾는 사람들이 꽃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문화를 즐기며 힐링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곳은 전국의 음악 애호가들과 공주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사랑방이 되었으며, 그는 오는 3월부터 다시 정기 음악 감상회를 열 계획이다.
이처럼 꽃과 음악을 통해 사람과 농업이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온 양 대표의 시선은 성실하게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후계자를 통해 이제 ‘지속 가능한 사람의 이어짐’으로 향할 것이라 말했다.

 

mini interview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화훼기초기반과 김예진 농업연구사

 

“트렌디한 순백색과 우수한 재배 안정성, 스노우펄”

Q. ‘스노우펄’을 육성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최근 화훼 시장은 화려한 무늬보다는 다른 꽃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깨끗하고 단정한 화색을 선호한다. ‘스노우펄’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꽃잎과 순판(입술꽃잎)에 반점이나 줄무늬가 없는 고급스러운 순백색으로 개발했다.
Q. 재배 농가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작업 효율성’이다. 꽃대가 곧게 자라는 직립성이 강해 유인 관리가 쉽고, 개화가 균일하게 이루어져 출하 시기를 맞추기 좋다. 노동력은 줄이면서 고품질 상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효자 품종이다.
Q.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관리 팁이 있다면?
심비디움은 겨울철 한 번 사면 2개월 이상 꽃을 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가정에서는 너무 따뜻한 곳보다 10~15℃ 내외의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창가에 두는 것이 가장 좋다. 겉흙이 충분히 말랐을 때 물을 화분 밑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흠뻑 주면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