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5×5 프로젝트’로 현장 승부수

농촌진흥청 이승돈 청장

2026-03-05     이지우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지난 1월 26일, 수원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에서 농업전문지 기자단을 대상으로 2026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농촌진흥청 기자간담회’는 이승돈 청장을 비롯해 국립농업과학원 성제훈 원장, 국립식량과학원 김병석 원장,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대현 원장, 국립축산과학원 조용민 원장 등 4대 과학원장이 모두 배석한 자리였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이승돈 청장이 맞이하는 첫해인 만큼 농정 방향에 대한 기대와 날카로운 질의가 110분 넘게 이어졌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오간 주요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Q 올해 핵심 전략으로 발표한 ‘5×5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취지와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

이승돈 청장 : 일반적인 업무 보고는 직원들도 자기 일이 어디에 속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직원들에게 명확한 ‘좌표’를 주고 싶었다. 청장이 주관하는 5대 대표 프로젝트와 4개 소속 기관장이 각각 책임지는 5개 과제 등 총 25개의 핵심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루틴한 업무 외에 역량을 집중하여 1~2년 이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Q 밭농업 기계화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기반 정비도 안 된 현장에서 기계화율 수치만 따지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승돈 청장 : 동의한다. 이제는 기계화율이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농업인이 현장에서 기계를 활용해 편해졌다고 체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재 마늘, 양파 등 8대 밭작물에 집중하고 있으며, 작년 말 양파는 기계와 재배 기술을 세트로 완성해 ‘졸업’시켰다. 2027년까지 8대 작물의 전 과정 기계 개발을 완료하고, 2028년까지는 그에 맞는 재배 기술 정립까지 마칠 계획이다.

Q 농산업경영혁신과의 기능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중복된다는 우려가 있다. 농진청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이승돈 청장 : KREI는 거시적인 정책 연구를 위주로 하지만, 농진청은 농가에게 “이렇게 바꾸면 100원 벌 것을 500원 벌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실질적인 경영 컨설팅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지능형 농업 비서 서비스인 ‘AI 이삭(ISAC)’에 경영 컨설팅 기능을 탑재하여 상시 지원 체계로 전환할 것이다. 또한 연구 단계부터 ‘사전 경제성 분석’을 의무화해 투자의 효율성도 높이겠다.

Q 기후위기로 인한 병해충 피해가 심각하다. 대응 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예정인가?

이승돈 청장 : 기존의 복잡했던 병해충 분류 체계를 ‘법령 병해’와 ‘일반 병해’ 등으로 단순화하여 대응 매뉴얼을 개정할 방침이다. 본청은 전체적인 체계를 잡고, 농과원은 구체적인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이원화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AI 진단 앱’의 장목을 확대하고 2027년 신규 예찰 조사 사업을 기획해 정밀 예찰 데이터를 확보하겠다.

Q 축산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과 고병원성 AI 등 질병 대응 방안은?

조용민 축산과학원장 : 소의 위 내 메탄 생성을 억제하는 사료 소재인 ‘티아민 이인산(TDP)’을 통해 메탄 배출을 18% 절감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가축 질병에 대해서는 검역본부 등과 협력하되, 축산원은 사양 관리를 통해 질병에 강한 가축을 만드는 기초 연구와 가축 분뇨의 고체 연료화 등 환경 개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Q 농업인 안전과 치유농업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성제훈 농업과학원장 : 고령 농업인을 위해 현대차와 협업하여 ‘웨어러블 로봇’을 현장에 실증하고 있다. 또한 소방청과 MOU를 맺어 온열 질환이나 독충 사고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치유농업의 경우, 올해부터 1급 치유농업사 자격 체계를 신설해 기획 및 관리 전문가를 양성함으로써 산업의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Q 최근 우주항공청 개청과 맞물려 ‘우주 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농진청의 준비 상황은?

이승돈 청장 : 과기부에서 우주 관련 업무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농진청은 극한 상황에서도 농업이 가능한 방안을 찾기 위해 현재 사업 계획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타국에 비해 늦어지지 않도록 예산 확보와 개념 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Q 케이푸드(K-Food)는 열풍이지만, 화훼(K-Flower) 쪽은 품종 육성이 더디고 농가가 힘들다는 지적이있다.

이승돈 청장 : 화훼는 기호도가 워낙 강해 기술 개발 속도가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면이 있다. 현재 농식품부와 함께 화훼 산업 발전 방안을 만들고 있으며,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돈이 되는 품종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정책을 살펴보고 있다.

Q 쌀과 콩을 이용한 대체 단백질이나 배양육 같은 미래 식품 연구의 시장 연결 전략은 무엇인가?

김병석 식량과학원장 : 올해부터 본청 주관으로 대체 단백질 연구 사업이 시작된다. 향후 5년간 약 400억~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체 단백질 소재부터 건축 소재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단순 연구가 아니라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연구를 대학과 함께 지원하고 있다.

Q 가공업체에서는 국산 농산물의 품질 균일성을 문제 삼는다. 이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

이승돈 청장 : 가공업체가 국산 원료를 기피하는 이유는 표준화가 안 되어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품종별로 기능성과 특색을 잡고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여, 업체가 국산 품종을 믿고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 단순히 원료를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품종’이라는 브랜드 소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

Q 청년 농업인이 정착하는 데 있어 단순 교육보다 멘토링이 중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이승돈 청장 : 현재 기술 명인 70~80여 명이 직접 청년농을 지도하는 연계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까운 지역 내에서 멘토와 멘티를 연결하여 청년들이 현장에서 겪는 기술적,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겠다.

Q 생분해성 필름(비닐)은 과거 상용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성제훈 농업과학원장 : 과거에는 분해 온도가 너무 높거나(60도)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아 현장성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농진청이 5년간 연구해온 미생물 활용 기술을 적용해 7~8월경 제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년 이내에 자연 분해되는 기준을 마련하여 제도권 안에서 관리되도록 할 방침이다.

Q 조직 내부의 사기 진작과 문화 개선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이승돈 청장 : 전주 이전 후 가족 동반 이주율이 90%에 달할 만큼 정착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정주 여건에 따른 불편함이 있다. 단순히 성과만 독촉하기보다 직원들이 ‘농진청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 청장이나 원장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