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호 특집기획] 스마트농업, 오늘을 묻고 미래를 그리다① - 대한민국 농업의 대전환, 스마트농업의 가치와 미래를 묻다

(재)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 손정익 단장

2026-04-15     이지우

대한민국 시설원예 분야의 석학이자 산증인인 손정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재)스마트팜연구개발사업단의 수장을 맡아 우리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평생을 스마트팜 연구와 후학 양성에 헌신하며 국내 농업 기술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해 온 손 단장은, 이제 연구실을 넘어 현장에서 실질적인 산업화를 끌어내야 하는 중차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본지는 500호를 맞아 기획한 '스마트농업 6부작 특별기획'의 첫 번째 순서로 손정익 단장을 만나, 부처별로 산재했던 R&D 역량을 결집해 탄생한 사업단의 운영 철학과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 스마트농업의 미래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Q. 단장님께서는 서울대학교 교수로서 평생을 스마트팜 연구와 인재 양성에 헌신하며 대한민국 농업 기술의 기틀을 닦아오셨습니다. 특히 사업단이 기술 개발을 넘어 실증과 산업화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에 수장을 맡으셨는데, 임기 내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완성하실지, 그 비전이 궁금합니다.

손정익 단장 : 사업단장이라는 소임을 맡을 때, 저 나름의 생각은 있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ICT-IoT,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팜은 앞으로 농업생산의 중요한 분야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국제적인 기술 질서도 바뀌고 있습니다. IT 기반 농업은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서 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체계적인 기술 축적, 국내 농업 발전, 국제경쟁력 확보 등으로 이어지는 농업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덧붙임 : 손 단장은 특히 농식품부, 농진청, 과기부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연구 과제들을 사업단이라는 하나의 컨트롤 타워로 집중시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를 통해 연구의 중복을 제거하고 국가 예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업단 출범의 본질적인 취지임을 강조했다.)

Q. 스마트팜은 막대한 자본과 에너지가 투입되는 고비용 구조를 가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장님께서 이것이 우리 농업의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 미래라고 확신하시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입니까?

손정익 단장 : 스마트팜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인 미래 방향입니다. 농업은 과거의 비과학적이고 어렵고 힘든 생산환경에서, 체계적이고 쉽고 편리한 방향으로 전환을 해 왔습니다. ICT와 AI는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농촌 및 농업인구 감소, 고령화 증가, 기후변화, 에너지 소비 증가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시점에서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통하여 편의성과 정밀성 향상을 통해 노동력 절감, 생산성 및 품질 향상,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 매우 가치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임 : 손 단장은 네덜란드와 달리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온실 환경 제어의 난이도가 훨씬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교차가 적은 유럽과 달리, 혹독한 추위와 고온다습한 여름을 모두 견뎌야 하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단순한 외산 기술 도입은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겨울철 보온과 여름철 냉방 효율을 극대화하여 1년 내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한국형 패키지 기술'의 확보가 우리 농업의 자생력을 결정지을 운명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농가 부채를 줄이고 실질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스마트팜의 경제적 임계점을 넘기 위한 핵심 전략임을 강조했다.)

Q. 우리 농업은 중소 규모의 영세농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본 투입이 어려운 우리 농업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업단의 R&D 성과가 이러한 중소 농가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현장 맞춤형 전략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손정익 단장 : 사업단에서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작목/축종별로 4단계의 스마트팜 기술 수준별 스마트팜 모델(K-Farm 1.0-4.0)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기술 수준별 핵심 기능과 기자재를 구분하고, 스마트팜 규모별(대중소) 경제성 분석 및 표준화를 통해 정부의 스마트팜 보급지원 사업과 연계하고자 합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스마트팜 기술이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과다 또는 과소가 아닌, 현장 조건과 필요성에 따른 적정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덧붙임 :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익성'이라는 판단하에, 현재 사업단은 농가별 최적의 투자 규모를 산출하는 '경제성 분석 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현장의 기자재비, 시공비, 연간 운영비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여 농민이 투자한 금액을 언제 회수하고 얼마의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 데이터로 보여주는 장치다. 곧 도출될 1차 데이터를 통해, 무조건적인 고사양 시설 도입보다는 농가 형편에 맞는 '가성비 높은 적정 기술'의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영세농들이 무리한 부채 없이도 스마트팜에 진입하고, 기술 과다나 과소로 인한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Q. 생산성 극대화와 시장 안전성을 위해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소 농가가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기업과 조화를 이루어 산업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장님만의 현실적인 상생형 모델은 무엇입니까?

손정익 단장 : 기업은 기술 개발(SW, HW)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고, 농업인은 생산물(작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상생하는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AI 기반 스마트팜을 활용한 지능형 생산 또는 자율형 생산이 진행되면서, 기술개발과 생산과정의 간격이 좁혀지고 기업과 농업인의 역할의 차별성도 천천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만약 기업 본연의 기술 판매 이외에 생산물 판매도 할 경우는 자본과 유통망의 강점 때문에 농업인을 능가할 것으로 자명합니다. 따라서 기업과 농업인이 협력할 경우, 각자의 역할 분담과 상생을 위한 지배구조의 적정성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결국 현장에서는 투자 대비 실익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상생 모델과 R&D 성과들이 농가 부채가 아닌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지기 위해, 현재 어떤 기술적·경제적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습니까?

손정익 단장 : 스마트팜 R&D 기술의 적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현장 인프라(지역의 시설, 현장 교육, 전문 인력, 지자체 지원 등)를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리 값비싼 기술/기자재가 적용되어도 이를 활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력과 시설 등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규모별 경제성 분석에 기반하여 적정 수준의 스마트팜 기술(기능 및 기자재) 적용이 필요합니다(사업단에서는 이에 관련된 연구 진행 중). 또한, 스마트팜에서 에너지 비용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 기후 특성이 명확한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예, 네덜란드)에 비하여 에너지 관련 시설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계절 온실 주년 활용과 에너지 절감을 위한 한국형-패키지형 에너지 절감기술이 필요합니다.
(덧붙임 : 손 단장은 기술의 완성도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할 현장의 준비 상태를 강조했다. 지역의 시설 수준이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값비싼 장비만 도입될 경우, 농가에는 오히려 관리 부담과 부채만 남길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하드웨어의 보급을 넘어 이를 운용할 사람과 시스템이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만 실질적인 소득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Q. 편중된 작목 제한은 스마트팜 확산의 큰 걸림돌입니다. 사업단의 시각에서 언제쯤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을 증명하며 농가의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을까요?

손정익 단장 : 농업인 입장에서는 경제작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 등이며 일부 엽채류가 주류입니다. 편중된 작목 선정은 농업인 간 치열한 판매경쟁을 유발합니다. 현재 사업단에서는 박과(오이, 멜론)과 더불어 약용식물, 허브류 등에 대한 연구개발 및 실증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기술 관점에서는 다양한 작물 연구가 진행되어 재배 SW 개발 체계와 관리 표준화가 진행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용이하게 다양한 작물을 스마트팜 재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덧붙임: 손 단장은 특정 작물에 편중된 현재의 구조를 깨기 위해 스마트팜의 '범용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재배 소프트웨어가 표준화되면 새로운 작물을 도입하더라도 데이터값만 조정하여 즉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설원예를 넘어 노지 스마트팜의 경우, 단지가 작은 국내 실정에 맞춰 대규모 고가 장비보다는 가성비 높은 '적정 기술'을 투입하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래 우주 농업 시대를 대비해 국내에 테스트베드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지역 관광과 연계하여 농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발상의 전환이 곧 대한민국 스마트 농업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Q.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 자립(국산화)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표준과의 공유·통합 또한 실리적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스마트팜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균형을 취하고 계십니까?

손정익 단장 : 개별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으로 누적되고 연계성을 가지는 통합 기술이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업단에서는 표준화된 AI 기반 한국형 스마트팜 통합플랫폼(KoSToP) 구축을 통해 연구개발된 기술 성과(빅데이터, AI 모델, 플랫폼 등)를 체계적으로 정리·축적·활용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차세대 스마트팜 연구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시설원예 및 축산 분야의 표준 K-Farm 모델 및 관련 기술들과 통합 플랫폼과 결합은 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이며 국내 스마트팜 산업의 발전과 국제적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입니다.

Q. 이제 농업도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AX(AI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능형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시점은 언제이며, 단장님이 그리시는 10년 뒤 우리 농촌은 어떤 모습입니까?

손정익 단장 : 최근 AI 대전환이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첨단 기술을 농업생산에 적용하는 것은 큰 이슈이며 스마트팜은 이러한 기대 속에서 자율형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좁은 범위에서 적용된 완전 자율형은 그 적용 범위와 개념이 확장됨에 따라서 부분 자율형으로 바뀌게 됩니다. 결국 전 과정(a–z)을 AI에 맡기는 농업보다는 적당한 범위 내에서 인간과 AI가 협업을 이루는(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이 느끼는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농업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덧붙임 : 손 단장은 미래 농업이 단순히 기계적인 재배노동력 대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민이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고충과 스트레스를 AI가 해결해 주는 '공존과 회복'의 모델로 가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소비자의 기호나 작물별 선호도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 시스템을 갖추는 등, 인간의 판단을 돕는 지능형 협업이 보편화될 때 농촌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통해 사람이 농업이라는 가업을 더 즐겁게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따뜻한 기술'로서의 공존이 10년 뒤 우리 농촌의 지속 가능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Q. 스마트농업은 기계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농사라는 업의 근본을 바꾸는 일입니다. 이 거대한 기술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농업인들이 어떤 통찰과 준비를 갖추어야 할지 마지막으로 제언 부탁드립니다.

손정익 단장 : 우리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변화를 경험해 왔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이제는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변화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합니다. 이러한 기술 대전환기에서의 변화에 적응하려면 변화의 방향성, 관련 기술(지식), 그리고 변화에 대한 도전 정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스마트농업을 해야 한다면 적당히가 아니라, 제대로 잘할 수 있는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덧붙임 : 인터뷰를 마치며 손 단장은 스마트농업이 이제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고도의 IT 기술 기반 산업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과거처럼 그저 열심히만 해서는 국제적인 기술 질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농업인 스스로가 첨단 기술을 이해하고 운용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적당히 열심히' 하는 단계를 지나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농업을 실천할 때만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그의 당부는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