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레 정원에 다시 봄이 활짝 피었습니다!

대관령 정원 이야기

2026-05-19     윤민혁 작가

평온했던 마을에 다시 바람이 분다. 고통의 순간이 지나가고 바람이 며칠 잦아지면 정원에서 무럭무럭 색이 자라난다. 이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거짓말이 펼쳐질 것이다. 꽃에게 지고 말 것을 알면서도 거짓말 같은 풍경이 매일 나에게 보내는 초대장을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봄, 살바토레 정원에 봄이 활짝 피어났다. 

Fritillaria uva-vulpis
모든 정원사가 알고 있고 느끼듯이 정원 일의 고단함이 시작되는 5월이다. 생각하는 정원사는 지난달부터 일이 많아짐을 느낀다. 작은 온실부터 정원 구석구석을 쥐새끼처럼 파고 헤치고 다녔더니 벌써 몸이 고단하다.

올해는 정원에서 키울 네덜란드에서 온 씨도 일찍 파종했고, 다알리아 괴근도 여러 품종을 정원 안에 많이 집어넣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이 시작되면 마음속 근심도 사라지게 숨어 있던 다양한 꽃이 핀다. 정원 작은 곳에 나만의 이름을 부여한다. 정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어느 해에는 패모를 무척 많이 심었다. 몇 해 동안 실패를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긴 것이다. 드디어 속을 썩이던 패모의 꽃대가 잡히자 설레기 시작한다. 패모는 초봄부터 꽃대가 올라올 때 매력적인 식물이다. 패모 구근에서 사향 같기도 한 특이한 매운 향이 난다. 패모 구근은 수분에 약하므로 배수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초봄 정원에서 백합처럼 높게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유독 눈에 잘 보이며 주목받는다. 패모도 여러 품종이 있다. 살바토레 정원에 여러 품종을 키워봤다. 패모 페르시카는 배수가 잘되는 비옥한 토양과 빛이 드는 그늘을 좋아했다. 프리틸라리아 임페리알리스 ‘루브라 막시마’, 사두패모 매력이 철철 넘쳤다. 

우주선이 착륙하는 듯한 프리틸라리아 임페리알리스 ‘막시마 루테아’가 꽃대를 올리면 대관령 정원사는 신이 난다. 실제 보면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꽃이다. 특이한 꽃을 원하는 정원사에게 추천한다. 사진의 패모 우바 불피스 역시 매력적인 화형과 색이 특징인데 대관령에서는 이른 봄인 5월 정원에서 나오는 귀한 꽃이다. 

Aquilegia vulgaris ‘Winky Double Dark Blue White’

새벽마다 정원을 둘러보면 상쾌한 공기와 고요함이 나를 일깨운다. 이제 어깨를 활짝 피고 씩씩하게 걷기 시작해도 좋을 계절이다. 백두대간 대관령을 끼고 사는 사람의 근사한 아침이다.

이런 아침은 맛본 사람만이 안다. 하지만 정원사는 5월이 되면 어깨가 매우 아프다. 매일 정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꾀가 나기도 한다. 아직 대관령이야 다른 지역보다 햇볕의 침투가 덜 하지만 그럼에도 할 일이 태산이다.

정원의 작은 구역들을 1에서 15구역으로 나누었다. 좋아하는 식물들을 심고, 모으다 보면 정원의 식물들을 뒤집어야 할 때도 있고, 나누어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일들이 정원을 재미있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도 『정원 일의 즐거움』이란 책을 썼나 보다.

정원 암석 아래로 다양한 매발톱이 있다. 매발톱 속 식물도 많이 모았는데, 지금은 정원에 10여 품종이 있다. 내한성이 매우 좋은 식물이고 다른 매발톱과 사랑을 나누며 다양한 교잡종을 만들어낸다. 나는 매년 매발톱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정원의 진정한 바람둥이가 바로 매발톱이다. 살바토레 정원에서 키워보거나 키우고 있는 품종들은 이렇다. 

새매발톱꽃, 새매발톱꽃 ‘윙키 더블 다크 블루화이트,’ 새매발톱꽃 ‘클레멘타인 레드’, 새매발톱꽃 ‘도로시 로즈’, 새매발톱꽃 ‘타워 다크 블루’, 하늘매발톱, 노랑매발톱 등을 키워보았다. 
매발톱은 꽃이 다지고 씨를 맺고 있는 모습도 참 아름답고 그림 같다. 그림을 잘 그린다면 씨방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 정원의 라울 뒤피(프랑스 화가) 같다. 

Papaver Orientale

살바토레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은 무엇입니까? 이렇게 물으면 나는 오리엔탈 양귀비(숙근양귀비)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가장 좋아하는 꽃은 양귀비꽃이다.

양귀비꽃은 종류도 많다. 양귀비류가 대부분 좋다. 화가들의 단골손님 개양귀비, 대관령에서 몇 번 실패 후 처음 성공한 악녀 희말라야푸른양귀비, 우직하게 꽃이 피는 아이슬란드양귀비, 새끼 손톱만 하게 피는 좀양귀비, 은은한 미색이 아름다운 두메양귀비, 양귀비속은 아니지만 꽃이 양귀비를 닮은 물양귀비, 화려함의 극치 아편양귀비 등 너무 다양한 종들이 정원사를 유혹한다.

물론 아편 성분이 있는 양귀비꽃은 키우면 안 된다. 숙근 양귀비는 여러해살이 양귀비다. 정원에 한번 자리 잡으면 무시무시하게 그 세력을 확산한다. 고온다습보다 저온저습한 대관령 같은 서늘한 지역을 매우 좋아한다. 숙근 양귀비 역시 품종과 색이 매우 다양하다. 

여러 품종의 오리엔탈양귀비(숙근양귀비)를 매년 모으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지금 정원에 숙근양귀비는 가득하다. 5월에서 6월 사이 고풍스러운 정원 앞뒤로 화형이 우아하고 화색이 눈부신 오리엔탈양귀비를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언젠가 자주 가는 종묘사에서 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20대의 아내를 처음 본 느낌이었다. 오리엔탈양귀비 역시 꽃대를 물고 올라오는 녀석들은 기막히게 멋지다. 연차에 따라서 엄지 손가락 만한 꽃대의 개수가 달라진다. 씨방은 고대 그리스 원형 경기장 건축물 같다. 

오리엔탈양귀비(숙근양귀비) 품종은 오리엔탈양귀비 ‘헬렌 엘리자베스’, ‘로열 웨딩’, ‘하를럼’, ‘프린세스 빅토리아 루이스’, ‘만다린’, ‘오렌지 글로’, ‘뷰티 오브 리버미어’ 등 무척 다양하고 정말 아름답다. 나의 천국 정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