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간을 물들이다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 개막 현장

2026-05-04     이지우

봄볕이 한창 무르익은 4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 '꽃의 계절'이 공식 선언됐다. 올해로 제18회를 맞이한 '2026 고양국제꽃박람회'가 수변무대에서 개막식을 열고 17일간의 여정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동환 고양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장, 국내외 자매결연도시 관계자, 시민 관람객 등 1,0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박람회는 5월 10일까지 일산호수공원 25만㎡ 전역에서 계속된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꽃박람회로 출범한 이 행사는 지난해까지 누적 관람객 9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 대표 화훼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단순한 전시 행사를 넘어 화훼산업 발전과 꽃 문화 확산,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아우르는 복합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셈이다. 특히 고양시는 장미, 접목선인장, 다육식물 등 화훼산업 경쟁력이 높은 지역으로, 세계 접목선인장 시장에서 고양시 농가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40%를 웃돌기도 한다.
올해 박람회의 주제는 '꽃, 시간을 물들이다'다. 과거·현재·미래를 가로지르는 '시간'의 흐름을 꽃이라는 매개로 풀어낸 콘셉트로, 25만㎡의 부지 곳곳이 이 테마 아래 통일된 서사를 형성한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개회사에서 "입학, 졸업, 결혼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꽃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꽃이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는 시간의 책갈피가 돼주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풀어냈다.
재단 측은 올해 기획의 핵심 키워드로 '참여형·체류형'을 꼽았다. 최근 3년간 관람객 구성을 분석한 결과 2030세대와 40대 가족 단위 방문객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전시에서 벗어나 체험과 공유, SNS 확산으로 이어지는 몰입형 구조를 대폭 강화한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야외 정원 ‘시간을 걷다, 꽃을 느끼다’

야외 전시의 핵심은 주제 광장의 '시간여행자의 정원'이다. 높이 13m, 폭 26m에 달하는 초대형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한국 전통 천문기구 혼천의에서 영감을 얻어 해시계·물시계를 형상화한 요소들과 회전하는 구형 꽃 구조물이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개막 첫날부터 포토스팟 줄이 끊이지 않는 박람회의 랜드마크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의 '빛담정원', 감정을 꽃과 색으로 표현하는 MBTI 연계 체험 공간 '마음의 온도 정원', 반려식물 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플라워 테라피 가든'도 각자의 색깔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IP와의 협업이다. EBS 인기 캐릭터 '펭수'를 활용한 '펭수의 꽃놀이 정원'(5m 에어 조형물·피크닉 테마)과 세계적 게임 IP '마인크래프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마인크래프트 어드벤처 빌리지관'이 올해 처음 조성됐다. 꽃과 디지털 콘텐츠의 이색적인 만남은 처음 박람회를 찾은 젊은 관람객들에게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방문한 박모 씨(42세)는 "아이가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해서 왔는데 막상 어른인 제가 더 즐겼어요. 꽃 구경만 하는 곳이라는 편견이 완전히 깨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실내 전시 ‘세계의 꽃, 한자리에서’

화훼교류관에서는 5개국 5인의 작가가 '기억의 색채'를 주제로 꽃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는 글로벌 화예작가전 '플로럴 오디세이(Floral Odyssey)'가 열리고 있다.
국가관에는 에콰도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등 30개국 이상이 참가해 각국의 진귀한 꽃들을 선보인다. 특히 얼음 결정 질감의 '얼음 튤립', 화경 15cm 이상의 '대형 다알리아', 길이 1.2m에 달하는 '자이언트 장미' 등 이색 식물들이 눈길을 끈다. 화훼산업관에는 해외 130여 품종, 국내 200여 품종 등 330여 개의 신품종이 전시돼 있어 업계 종사자라면 반드시 들러볼 만하다. 재단과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공동 추진하는 '시드볼' 캠페인도 진행 중으로, 관람객이 직접 시드볼을 만들어 산불 피해 지역 복원에 동참할 수 있다.

체험·공연·마켓 ‘머물고 즐기는 박람회’

장미원의 '로즈 페스타 정원'에서는 장미공방 체험과 '로테이션 소개팅'이 운영되고, 수변무대·버스킹무대·장밋빛무대에서는 대중음악, 트로트, 성악 등 다양한 공연이 매일 이어진다. 박람회 기간 한정 운영하는 '수상꽃자전거'와 한울광장의 '고양 플라워마켓'(28여 개 화훼 농가 직거래)도 놓치기 아쉬운 코너다.
이날 친구와 함께 방문한 윤모 씨(74세)는 “저는 해마다 와요. 장미원 지나면서 향기 맡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오늘 좀 덥지만 날씨도 좋고 봄이 왔구나 싶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다시 시작되는 고양의 봄을, 17일간 펼쳐질 꽃의 향연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순한 구경거리로서의 꽃 축제를 넘어, 화훼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담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기억을 만들어가는 살아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고양국제꽃박람회. 5월 10일 폐막까지 일산호수공원은 한국에서 가장 화려한 봄의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