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온실, 교실이 되다
충남 논산시 잠뱅이농장 신미하 대표
서울에서 내려온 귀농 부부가 10여 년 만에 1,500평 스마트팜과 교육 네트워크를 일궜다. 딸기 마이스터 농장에서는 오늘도 청년들이 실습에 몰두하고, 온실 한켠에서는 수확 로봇 실증 베드가 조용히 돌아간다. 재배를 넘어 ‘사람을 키우는 농장’을 만든 잠뱅이농장 신미하 대표를 만났다.
충남 논산시 상월면 언덕 위, 하얀 연동 온실이 시야를 채운다. 간판과 작업복에 새겨진 ‘잠뱅이농장’이라는 이름은 교육생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로고부터 유니폼까지 다 학생 작품이에요.”
농장이라는 공간에 ‘교육’이라는 성격이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신미하·강영식 대표 부부는 서울과 청주에서 생활하다 2013년 논산으로 내려왔다. 55세 귀농 계획은 남편의 사업장 화재로 10년 앞당겨졌다. 상월면 임대 농지에서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농장을 구상했다.
“임대 땅에 파이프 박았다가 나가라 하면 어떡해요.”
결국 땅을 직접 매입했고, 그 경험은 온실 배치와 양액실 동선까지 스스로 설계하는 기반이 됐다. 단순히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운영 방식까지 함께 그려낸 셈이다.
13억 원 온실, 최적의 노하우를 담다
현재의 연동 온실은 2025년 초 완공됐다. 스마트팜 구축사업으로 시작했지만 교육장과 숙소를 더하며 총 13억 원이 투입됐다.
설계 과정에서는 내재해형 규격 문제로 계획을 수정해야 했고, 결국 기존 규격을 기반으로 필요한 요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막상 지어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운영하면서 계속 보완하고 있어요.”
난방은 전기식 냉난방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전 농장에서 여러 방식을 경험한 끝에 내린 선택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전기가 효율이 좋더라고요.”
온실 외피는 비닐 피복으로 6~7년 주기로 교체한다.
온실 한켠에는 회전식 베드가 설치돼 있다. WPL 교육생이 만든 실증 설비로, 향후 수확과 엽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로봇 시스템을 염두에 둔 공간이다. 아직 본격 도입 단계는 아니지만, 이 농장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설향에 머무르지 않는 선택, ‘다품종 재배’
재배동은 설향, 킹스베리, 비타베리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신 대표는 특정 품종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품종을 시험 재배하는 쪽을 택했다.
“한 가지 품종만 계속 가기보다는, 여러 품종을 직접 해보는 게 맞다고 봐요.”
이 선택은 ‘교육 농장’이라는 성격과 맞닿아 있다. 다양한 품종을 재배해야 비교와 설명이 가능하고, 교육의 깊이도 달라진다는 판단이다.
“교육을 하려면 품종이 다양해야 해요. 그래야 학생들도 보고 배우는 게 많죠.”
실제로 매 시즌 새로운 품종을 들여와 농장 환경에서의 반응을 직접 확인한다.
비타베리는 그중 하나다. 맛은 뛰어나지만 수확량이 다소 적어 농가들이 어려워하는 품종이다. 이곳에서는 초촉성 재배로 체세를 확보해 꽃대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른 시도지만, 품종의 가능성을 끝까지 확인해보려는 과정이기도 하다.
“방법을 달리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이 농장에서 품종 선택은 생산 전략이자 실험, 그리고 교육 콘텐츠다.
농장을 넘어 ‘교육 플랫폼’으로
잠뱅이농장은 WPL 과정과 마이스터대학, 스마트팜 혁신밸리 실습생 교육, 현장 컨설팅을 병행하며 상시 교육장처럼 운영된다. 상주 교육생만 10명이 넘고, 주말이면 농장은 차량으로 가득 찬다.
“교육생이 없는 날이 없어요.”
신 대표의 말처럼, 이곳의 일상은 곧 교육의 연속이다.
교육은 농장 운영과도 맞물린다. 실습 재료와 농자재가 교육 과정에 활용되면서 비용 구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단순한 부가사업이 아니라 농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교육생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공대 출신 엔지니어, 해외 유학파 연구원, 금융권 종사자 등 서로 다른 배경의 청년들이 모인다.
“사람에 치여 내려온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이 오히려 농사를 잘 지어요.”
신 대표는 그 이유를 ‘집중력과 근성’에서 찾는다.
독립한 교육생들의 소식은 이 농장의 성과를 보여준다.
“3억이 안 된다고 ‘자랑’하는 전화도 와요.”
농업에서는 적지 않은 수치지만, 이곳에서는 또 다른 기준이 된다. 그 전화를 받을 때마다 교육의 의미가 더욱 또렷해진다.
신 대표는 보조강사와 퍼실리테이터를 맡고, 남편 강영식 대표는 강의와 커리큘럼을 담당한다. 역할은 나뉘어 있지만 일상은 함께 움직인다. 밤늦게까지 교재를 다듬고, 새벽이면 다시 온실로 향한다. 농장과 교실이 따로 없는 하루다.
“쉴 틈이 없어요.”
짧은 웃음 속에 애환이 묻어났다.
“성공한 농부를 만드는 농장”
2027년 논산세계딸기산업엑스포를 앞두고 현장에서도 기대감이 감지된다. 신 대표는 이를 두고 “논산 딸기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행사를 넘어 지역 농업 전반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청년 귀농인들에게 전할 말을 청하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 남편이 늘 교육생들에게 전하던 말을 떠올렸다. 현장에서 수없이 반복해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간절함이 답이에요. 간절하면 하나라도 더 배우게 되고,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결국 그 차이가 쌓이면서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잠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농사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 아닐까요. 저희도 그렇게 걸어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