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에서 결실 맺는 고소득 과수, 무주 천황대추의 비밀

미림원예종묘 인태평 회장과 양승태 회장이 밝히는 왜성 재배와 과학적 과수원 관리

2026-10-12     이지우
미림원예종묘

가을 기운이 단단히 영글어가던 9월 중순, 무주반딧불천황대추연구회 양승태 회장의 과수원은 수확을 앞둔 대추로 가득했다. 인근 태권도원과 반디랜드가 건너다보이는 8,595㎡(2,600평) 규모의 농장에는 노지와 비가림 하우스가 조화롭게 배치돼 있었고, 계란 크기만 한 천황대추가 가지마다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천황대추를 개발하고 국내 종묘 산업을 50여 년간 일구어온 미림원예종묘 인태평 회장도 함께했다. 자신이 개발·보급한 품종이 실제 농가에서 어떻게 재배되고 있는지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수확기인 10월을 앞둔 9월 중순. 아직 연두빛과 노란빛이 섞인 생대추 하나를 따서 베어 물자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과즙이 터져 나왔고, 아직 이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단맛이 가득했다.

양 회장은 “천황대추는 과실이 30% 이상 숙성되면 아삭아삭한 육질과 함께 목으로 넘길 때 특유의 은은한 꿀 향이 올라오는 명품 과수”라며 “등산이나 여행길 갈증 해소용으로도 뛰어나고, 한의학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과일”이라고 전했다.

낮은

압도적인 과실 크기와 다수확성, 천황대추의 경쟁력

천황대추가 전국 농가와 유통시장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품종 자체가 가진 특성이다. 일반 대추나 사과대추에 비해 과실 크기가 큰 대과종으로, 육질이 치밀하고 생과즙이 풍부해 씹는 맛이 좋다. 양승태 회장은 특히 재배 과정에서 병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대추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어려운 게 병입니다. 그런데 천황대추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나 대추나무 빗자루병 등에 강한 편이라 관리하기가 수월합니다. 품종의 기본적인 힘이 있다는 게 농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장점이죠.”

생산성 역시 천황대추의 주요 경쟁력이다. 잘 관리된 8년 차 성목은 한 그루당 15~20kg 정도의 수확량을 보이며, 생육이 좋은 나무는 25kg 안팎까지 생산한다. 나무 한 그루에서 15~20kg들이 콘티 상자 하나를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양승태 회장은 6,611㎡(2,000평) 규모의 과수원에서 연간 10톤 이상의 생과를 생산한다. 연간 수입은 8,000만원 정도로, 비료·농약·부직포 등 자재비는 500만원 안팎이다. 특히 수확철을 제외한 과수원 관리와 재배 작업은 대부분 혼자 한다.

“대추나무를 높게 키우면 결국 사람이 힘들어집니다. 사다리를 들고 다녀야 하고, 전정할 때도 그렇고, 약을 칠 때도 그렇습니다. 천황대추는 나무를 낮게 만들어 놓으면 대부분의 작업을 땅에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혼자서도 2,000평을 관리할 수 있는 겁니다.”

미림원예종묘의

16개 농가에서 130개 농가로, 무주 과수 지도를 바꾸다

무주에 천황대추가 처음 뿌리를 내린 것은 8년 전인 2015년 무렵이다. 과거 28년간 농약 대리점을 운영하며 식물 생리와 방제 지도에 깊은 경험을 쌓았던 양승태 회장이 전원생활을 위해 무주에 정착하면서 천황대추를 접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초기 16개 농가로 출발한 무주반딧불천황대추연구회는 재배 성공 사례가 쌓이면서 설천면을 넘어 무풍면, 안성면, 무주읍 등 군 전역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130여 회원 농가가 참여하는 연구회로 성장했다.

양승태 회장이 천황대추를 처음 재배하기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전용 재배법이나 참고할 만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미림원예종묘 인태평 회장이 직접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보급·교육해온 왜성 재배 기술이었다.

“처음에는 저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때 인태평 회장님께 배우면서 방향을 잡았습니다. 특히 왜성으로 키우는 방법을 처음부터 제대로 배운 것이 지금까지 농사를 짓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농가들이 천황대추로 작목을 전환한 배경에는 경제성뿐 아니라 작업의 편의성도 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복숭아나 사과, 포도 등 키가 높은 과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작업이 많아 노동 부담이 크다. 반면 천황대추는 키를 낮춰 관리하기 때문에 전정과 유인, 적과, 수확 등 대부분의 작업을 사람 손이 닿는 높이에서 할 수 있다.

“농촌에서는 결국 사람이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작목이어도 사람이 없으면 농사를 못 짓습니다. 천황대추는 키를 낮춰놓으니까 농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천황대추는 재배 현장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도 큰 과실과 풍부한 육질 등을 앞세워 관심을 받고 있다. 무주 천황대추는 무주군의 지원과 농협 계통출하 시스템을 바탕으로 농가에서 1차 선별한 뒤 무주농협의 선별 과정을 거쳐 롯데마트, 쿠팡,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생산한 과실을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양 회장은 “출하 이후 대금 정산도 비교적 빠르게 이뤄져 농가는 생산과 품질 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중이

기후변화 극복부터 병해충 방제까지, 현장 중심의 과수원 관리

천황대추의 품질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품종 자체의 우수함뿐만 아니라 생육 단계별 수분과 영양 관리, 그리고 선제적인 병해충 방제다. 특히 최근 이상고온과 가뭄, 장마가 반복되는 기후변화 속에서 두 사람은 과학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과원 관리의 중요성을 입을 모아 강조했다.

인태평 회장은 수분 관리의 과학적 원리를 먼저 짚었다. “대추는 생육기에 수분이 조금만 부족해도 과실 중앙이 쭈그러드는 생리장해 현상이 발생합니다. 뿌리층에 정밀하게 수분을 공급하는 점적관수와, 과원 전체의 미기후와 온도를 조절하는 상부 스프링클러를 다각도로 병행해야 기후변화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에 양승태 회장은 현장에서의 실제 활용 경험과 효과를 덧붙였다. “맞습니다. 점적관수로 뿌리 깊숙이 물을 대주고, 고온 다습한 시기나 특히 야간 고온이 이어질 때는 상단 스프링클러를 가동해 과수원 온도를 적정하게 낮춰줍니다. 이 방식이 꽃의 수정과 착과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토양 및 비료 관리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졌다. 인 회장이 “식물이 제대로 자라려면 질소, 인산, 가리, 칼슘, 마그네슘 등 5대 다량요소의 균형이 필수적이며, 생육 단계에 맞춘 정밀 영양 공급이 핵심”이라고 강조하자, 양 회장은 직관적인 비유로 현장의 비배 관리를 설명했다.

“사람도 밥만 많이 먹는다고 건강해지지 않듯 나무도 똑같습니다. 1,000㎡(300평)당 완숙 퇴비 1톤으로 기초 토양을 다지고 2~3년 주기로 석회를 치는 기본 바탕 위에서, 생육 초기에는 신초를 키우는 질소 위주로, 열매가 자라는 결실·비대기에는 가리와 칼슘 성분을 늘려 과실의 단단함과 당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기상이변으로 뿌리가 영분을 제대로 못 먹을 때는 붕소·몰리브덴·아연 복합 영양제와 탄산칼슘을 엽면 살포해 즉각 보충해 줍니다.”

병해충 방제 파트 역시 체계적인 예방과 기술적 대응에 대한 의견이 교차했다. 인태평 회장이 “병해충은 발생 후 치료보다 월동기 생태 습성을 고려한 선제적 예방 방제가 수확량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당부하자, 양 회장은 무주 현장에서 실천 중인 유용한 방제 팁을 소개했다.

“가지를 파고드는 유리나방은 이른 봄 밑동을 집중 방제하고, 피해 부위엔 전용 약제를 주입해 확산을 막습니다. 노린재나 조류 피해를 줄이기 위해 2L 페트병에 크레졸 소독제 희석액을 달아두는 기피 요법도 효과적입니다. 특히 봄철 새순 시기 혹파리, 총채벌레, 진딧물 등은 작용 기작이 다른 약제를 교대로 살포해 내성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개발자의 지혜에서 출발한 ‘왜성 재배법’, 현장에서 완성하다

천황대추 재배의 가장 결정적인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는 노동력을 줄이면서 조기 생산성을 높인 ‘왜성 재배법’이다. 왜성 재배란 나무를 위로 높게 키우지 않고 사람이 땅에 선 채 손을 뻗어 관리할 수 있는 높이에서 수형을 잡는 농법이다. 일반적으로 대추나무는 방치하면 3~4m 이상 높게 자라 사다리가 필수적이지만, 왜성 재배는 초기부터 높이를 낮춰 관리 효율을 극대화한다.

양승태 회장은 초창기 수형 관리에 막막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인태평 회장의 기술 지도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처음 무주에 자리 잡았을 때는 천황대추 전용 재배법을 찾기 힘들어 막막했습니다. 그때 인태평 회장님이 전국을 다니며 진행하신 왜성 재배 교육을 열정적으로 배웠고, 그 기술이 지금까지 농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가장 큰 기반이 되었습니다.”

왜성 재배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1.5m 안팎의 묘목을 심은 뒤 지상부 15cm 정도만 남기고 절단하면 밑동에서 여러 새순이 올라오는데, 그중 가장 힘차고 튼튼한 하나만을 골라 주간으로 키워 올리는 방식이다.

수형을 낮춘 덕분에 수확은 물론 전정, 방제, 적과 등 과수원 관리 전반의 작업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양 회장은 “수확할 때 4~5분이면 나무 한 그루를 다 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지 작업부터 약제 방제나 가지 관리까지 모든 재배 관리가 땅에 선 채로 손쉽게 가능합니다. 위험하게 사다리를 오르내릴 필요가 전혀 없어 노동력과 수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양 회장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삼각 전지 및 유인법’을 더했다. 묵은 가지의 삼각 지점에 신초 눈 3개를 남기고 자른 뒤 양쪽 유인철선으로 가지를 벌려주는 방식이다.

“가지를 자연 상태로 두면 안쪽이 어두워져 열매가 작아집니다. 가지를 양쪽으로 균형 있게 유인해 햇빛과 바람이 나무 내부 깊숙이 통과하도록 만들어야 고품질 대과를 고르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발자의 기술과 농가의 현장 연구가 어우러지면서 외부 인력 없이 혼자서도 2600평 규모의 과수원을 차분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됐다.

현장을 살펴본 인태평 회장은 “양승태 회장님은 미림원예종묘의 왜성 재배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의 탁월한 현장 연구와 실천을 더해 천황대추의 재배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킨 우수한 농가”라며 “스스로 공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은 전국의 천황대추 재배 농가에 훌륭한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공부하는 농부가 만들어내는 지속 가능한 미래

무주반딧불천황대추연구회는 정기적인 현장 교육을 실시하며 회원 농가들과 재배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수형 관리부터 관수와 비배, 병해충 방제까지 농가별 경험을 나누면서 전체적인 재배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양승태 회장은 “천황대추는 바이러스나 대추나무 빗자루병에 매우 강하고 육질이 치밀해 초보 농가나 귀농인에게 추천할 만한 작목”이라면서도 “다만 무작정 도전하기보다는 대추의 생리적 특성과 기초 비배 관리, 관수 타이밍에 대해 공부하고 기초를 다진 후 식재해야 실패가 없다”고 당부했다.

미림원예종묘 인태평 회장은 “농가의 뜨거운 땀방울과 우수한 품종, 그리고 과학적인 왜성 재배 기술이 삼위일체로 결합했기에 오늘날 무주 천황대추의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인 회장은 미림원예종묘가 현장 농가의 실질적인 수익성 향상과 농업 현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다각도의 노력을 강조했다.

“미림원예종묘는 단순히 우수한 묘목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가가 안정적인 고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재배 기술 지도부터 판로 확보를 위한 유통 지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홍보까지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귀농을 준비하시거나 수익성이 높은 새로운 작목으로 전환하려는 분들이 시행착오 없이 쉽고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실질적인 재배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전국의 농가들이 부담 없이 문을 두드리고, 쉽고 즐겁게 농사지으며 확실한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든든한 길잡이자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덕유산의 청정한 자연환경에 농부의 연구 열정, 그리고 미림원예종묘의 품종과 기술력이 더해져 무주 천황대추의 재배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 손이 닿는 높이에서 과수원을 관리하는 왜성 재배는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직면한 과수 농가에서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무주에서 낯선 작목이었던 천황대추는 이제 130여 농가가 함께 재배하는 지역 특화작목으로 성장했다. 그 중심에는 좋은 묘목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배기술을 함께 전해온 미림원예종묘와, 배운 기술을 현장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발전시켜온 농가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