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CPTPP, 무엇이 쟁점인가?

통상 확대 기대 속 농업 생산 감소 우려

2026-10-05     이지우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본격화하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출시장 확대와 공급망 안정을 기대하지만, 농업계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따른 생산 감소를 우려한다. CPTPP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와 농업 분야의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정부가 지난 9월 28일 공개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관련 경제적 영향분석에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두 숫자가 담겼다. 정부는 CPTPP가 발효되면 10년 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보다 0.38%p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농업 생산은 협정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7,1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경제에서는 성장 효과가 예상되지만 농업을 비롯한 일부 산업에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CPTPP 가입 검토를 본격화하자 농림축수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CPTPP는 어떤 협정이고, 우리나라는 왜 지금 다시 가입을 검토하는 것일까. 또 농업계는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 것일까? CPTPP의 전신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해 2016년 협정에 서명했다. TPP는 회원국 간 관세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와 투자,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지식재산권 등 광범위한 분야에 높은 수준의 공통 통상규범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2017년 미국이 TPP에서 탈퇴하면서 당초 형태의 협정은 발효되지 못했다. 이후 일본을 비롯한 나머지 11개국이 협정의 상당 부분을 유지하면서 일부 조항을 조정해 다시 출범시킨 것이 CPTPP다. 협정은 2018년 서명·발효됐으며 이후 영국이 가입하면서 현재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CPTPP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여러 국가와 동시에 체결하는 FTA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회원국 사이에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과 공통된 통상규범을 적용함으로써 하나의 광범위한 경제권을 형성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 역시 CPTPP 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가입을 검토했지만 실제 가입 신청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세계 통상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CPTPP 참여 여부가 다시 통상 현안으로 떠올랐다.

보호무역·공급망 불안…왜 지금 다시 CPTPP인가

최근 국제 통상환경은 자유무역 확대 일변도에서 벗어나 보호무역 강화와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상정책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수출시장 다변화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주요 과제로 부상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주요 국가들과 안정적인 통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문제가 이전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다시 검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PTPP를 단순한 관세 인하 협정이 아니라 수출시장 확대와 공급망 안정, 경제안보 차원의 통상 네트워크로 바라보는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최근 CPTPP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해외 시장을 통해 성장해온 통상국가라는 점을 언급하며 가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농산물과 수산물 분야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과 관련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가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미리 정하기보다는 경제적 효과와 산업별 영향을 분석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한국이 CPTPP 가입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변화한 세계 통상환경 속에서 수출시장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CPT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담이 가장 크게 거론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농업이다.

경제 전체에는 ‘플러스’, 농업에는 ‘마이너스’

정부가 9월 28일 공개한 경제적 영향분석 잠정 결과는 이 같은 상황을 숫자로 보여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CPTPP 발효 10년 후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미가입 시보다 0.38%p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매년 GDP 성장률이 0.38%p씩 높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협정 발효 이후 10년간 누적된 효과를 의미한다.

제조업 품목의 관세 변화에 따른 생산파급효과도 협정 발효 후 15년간 연평균 6조3천억~6조7천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기반 생산파급효과는 연평균 1조1천억~1조2천억 원으로 추정됐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협정 발효 후 15년간 농업 생산이 연평균 7,1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임업 생산은 연평균 606억 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분석한 수산업 생산은 연평균 817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합하면 농림수산업의 생산 감소 규모는 연평균 약 8,500억 원이다. 정부의 같은 분석 안에서 전체 경제와 제조업에는 증가 효과가, 농림수산업에는 생산 감소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지난

농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추가 개방’

농업계가 CPTPP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개방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러 국가와 FTA를 체결하면서 농산물 시장을 단계적으로 개방해 왔다. 동시에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관세를 유지하고,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방 충격을 줄여왔다.

농업계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지향하는 CPTPP에 가입할 경우 기존 FTA에서 지켜온 민감품목까지 추가적인 개방 요구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 8월 27일 성명을 통해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평균 관세철폐율이 97%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기존 FTA 농산물 평균 관세철폐율은 약 72%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CPTPP 가입이 기존 협정보다 높은 수준의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농연의 입장이다.

다만 CPTPP 가입을 검토한다고 해서 국내 농산물 관세의 97%가 곧바로 철폐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품목별 개방 범위와 관세철폐 수준, 적용 시기 등은 향후 가입 협상이 추진될 경우 협상 과정에서 구체화된다.

농업계의 우려에는 과거 시장개방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FTA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농업 분야에 대한 피해보전과 경쟁력 강화 대책이 추진돼 왔지만, 현장에서는 추가적인 시장개방에 앞서 예상되는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고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농업계를 넘어 농림축수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업·축산·수산·임업 분야 76개 단체는 지난 9월 21일 ‘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에 농업·축산업·수산업·임업 분야별 영향평가 진행 상황과 주요 검토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입 논의에 앞서 예상되는 피해와 시장개방 영향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를 농림축수산업계와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7,100억 원은 나왔지만 농업 현장이 궁금한 답은 아직

정부가 이번 영향분석을 공개하면서 농업 분야의 예상 생산 감소 규모는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됐다.

앞서 지난 8월 30일 언론을 통해 CPTPP 가입 시 농업 생산액이 연평균 7,000억 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정부는 당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농업 분야 생산액 감소 추정치 등 영향분석 결과는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약 한 달 뒤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개한 잠정 분석에서는 농업 생산 감소 규모가 연평균 7,100억 원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7,100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다고 해서 농업 현장의 구체적인 영향을 모두 알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농업 전체의 생산 감소 규모가 제시됐을 뿐 과수와 채소, 곡물, 축산 등 어떤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감소가 예상되는지에 대한 품목별 세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더구나 실제 협상에서 어떤 농산물을 어느 수준까지 개방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가입 여부 자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품목별 관세철폐 수준과 일정까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이번 분석 결과를 확정된 피해 규모가 아닌 ‘잠정 전망치’로 규정하고 있다. 일정한 가정을 경제분석 모형에 적용해 산출한 결과로, 실제 영향은 향후 가입 협상이 추진될 경우 품목별 개방 수준과 국내외 시장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특정 농산물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이 대통령 “이익 보는 측에서 손실 지원해야”

농림축수산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도 9월 29일 CPTPP 가입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무역에 의존하는 개방형 통상국가이기 때문에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FTA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이로 인해 대부분은 이익을 보지만 피해를 입는 부문, 즉 농축수임산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FTA 확대 정책에 따라 손익에 따른 갈등이 불가피하지만 이 갈등은 조정 즉 이익을 보는 측에서 손실을 입는 측을 십시일반으로 지원하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농축수산업계와의 소통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피해농축수산 업계를 직접 만나봐야 할 듯하다”며 조만간 직접 만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CPTPP 관련 의견수렴도 이어갈 계획이다. 분석 결과와 CPTPP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마련하고 수치로 담기 어려운 현장의 우려와 애로사항도 검토 과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관건은 ‘무엇을, 얼마나 개방하느냐’

현재 CPTPP 가입은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가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효과와 산업별 영향을 검토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업 분야의 연평균 7,100억 원 생산 감소 전망 역시 확정된 피해액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품목별 영향도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농업 분야의 실제 영향은 향후 정부가 CPTPP 가입을 추진할지, 가입 협상이 시작된다면 어떤 농산물을 어느 수준까지 개방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존 FTA에서 보호해온 민감품목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관세철폐 범위와 기간은 어떻게 설정되는지 역시 실제 협상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전체 경제의 성장과 수출시장 확대라는 기대효과와 농업을 비롯한 민감산업의 생산 감소 가능성이 동시에 제시된 CPTPP. 이제 논의의 초점은 단순한 가입 찬반을 넘어 실제 협상에서 농업의 개방 수준이 어디까지 정해질지,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을 어떻게 줄이고 보완할 것인지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