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의 조화, 한국 원예농업의 미래를 열다
현장 중심의 실익 경영과 스마트 유통 혁신으로 한국 원예농업의 내일을 연다 아산원예농협 구본권 조합장
유례없는 기후변화와 농촌의 고령화, 치솟는 영농비 속에서도 충남 아산의 과수 들녘은 추석 성수기 출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10월의 풍요로운 결실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과수 ‘아산배’의 자존심을 지켜온 아산원예농협은 산지유통센터(APC)의 고도화와 수출 다변화, 그리고 조합원 실익 중심의 과감한 환원사업으로 산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 지난 9월 명절 출하를 무사히 마친 산지 현장에서 구본권 조합장을 만나 아산원예농협의 현재와 미래 비전을 들었다.
Q1. 아산원예농협의 주요 성과는 무엇입니까?
우리 아산원예농협의 가장 독보적인 자산은 오랜 세월 현장 농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체득한 고품질 과수 재배 노하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선진화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시스템입니다.
과수 농업의 경쟁력은 엄격한 선별과 안정적인 분산 출하에서 나옵니다. 이에 우리 농협은 입고부터 저온 저장, 비파괴 당도 선별, 자동 포장에 이르는 원스톱 유통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농가는 오직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고, 선별과 유통, 판로 개척과 수출은 농협이 전담하는 선순환 분업 구조를 확립했습니다.
특히 최근 이상기후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농가의 생산비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이에 우리 농협은 경영 효율화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조합원 600여 명을 위해 교육지원사업비 5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실익 지원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필수 영농자재 보조뿐만 아니라, 농약 안전 관리와 원로 조합원들의 건강검진 등 실질적인 복지 사업을 강화하여 농가들이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점이 가장 뜻깊은 결실입니다.
Q2. 추석 대목 출하는 어떻게 대응하셨습니까?
추석 명절 성수기는 조합원들의 1년 농사가 집중적으로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였습니다. 전국 소비자 식탁에 최상급 아산배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오를 수 있도록, 전 임직원과 APC 선별·포장 라인이 총력을 다해 성수기 출하 작업을 원활하게 완수했습니다.
이번 명절 출하에서도 ‘품질에 대한 타협 없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비파괴 당도 선별기를 통해 엄선한 고당도 최상품만을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아산배는 언제나 믿을 수 있다’는 브랜드 신뢰를 확고히 다졌습니다.
아울러 명절 직전 물량 쏠림에 따른 가격 급등락을 막기 위해 유통 채널을 사전에 치밀하게 다변화해 두었습니다. 농협 하나로마트와 대형마트 등 안정적인 거래선에 대한 사전 기획 공급을 차질 없이 매듭지었고, 프리미엄 선물세트 납품과 온라인 직거래 망을 선제적으로 가동했습니다. 이를 통해 집중 출하 물량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소비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가격에 공급하고, 농가에는 실질적인 수취 가격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Q3. 폭염 등 기후변화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올해는 유난히 길었던 폭염으로 현장의 어려움이 컸습니다. 배는 과실을 보호하기 위해 봉지를 씌워 재배하는데, 외부 기온이 치솟으면 봉지 내부 온도가 훨씬 높아져 과실에 부담을 줍니다. 여기에 가뭄 후 갑작스러운 강우가 겹치면 과실이 급격히 팽창하며 터지는 ‘열과(裂果)’나 햇볕 데임(일소) 피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또한 고온으로 인해 당도는 빠르게 오르지만 과실의 저장력이 다소 떨어지는 특성이 나타납니다. 이에 우리 농협은 조합원 농가에 과실 상태를 면밀히 살펴 적기에 조기 수확할 것을 적극 지도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배의 소비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제수용 대과 위주로 명절 한철에만 소비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과처럼 연중 일상적으로 즐기는 과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생종 ‘원황’부터 고당도 신품종 ‘신화’, 껍질째 먹기 편한 초록 배 ‘그린시스’, 그리고 만생종 ‘신고’로 이어지는 품종 다변화와 분산 출하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Q4. 배 수출 현황과 돌파구는 무엇입니까?
아산배는 미국과 대만 등 전통적인 주력 시장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원예농업의 위상을 높여왔습니다. 배 수출은 단순히 외화를 버는 것을 넘어, 국내 총생산량(약 22만 톤) 중 3~4만 톤가량을 해외로 분산 격리시켜 내수 시장 가격을 지지하는 매우 중요한 안전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수출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해상 컨테이너 운임 상승과 환율 변동 등 대외 변수가 이어진 데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산 배가 한글로 ‘한국 배’ 라벨을 달고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유통되며 시장을 교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제가 의장을 맡고 있는 한국배수출연합 차원에서 포장 박스에 대한민국 ‘태극기’를 전면 배치하는 디자인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모방할 수 없는 국가 상징을 통해 K-배의 정통성과 프리미엄 신뢰도를 확고히 각인시키기 위함입니다.
또한 200여 수출 전담 농가에 대해 미국 USDA 검역 기준에 부합하는 철저한 농약 안전 관리와 기술 지도를 농협이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중소과 공급을 늘리고, 깎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그린시스’ 등 우수 신품종 수출을 확대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아산배의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겠습니다.
Q5. 최근 산지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입니까?
현장을 둘러보면 기후 문제 못지않게 고령화로 인한 영농 한계와 최근 시행 중인 농지 관련 제도가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우리 농촌은 이미 팔순, 구순을 넘긴 원로 농민들이 많은데, 더는 농사를 짓기 어려워 농지를 정리하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발이 묶여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의 공공 매입 대상이 평지 논 위주로 편중되어 있다 보니, 진입로가 협소하거나 경사지에 조성된 과수원이나 산비탈 농지는 매입 지원에서 소외되는 안타까운 그늘이 있습니다.
물론 농지의 무분별한 투기를 막겠다는 제도적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평생 흙을 일구며 헌신해 온 고령 농민들이 뜻하지 않은 규제와 처분 부담으로 큰 고심을 겪고 계십니다. 농업은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1차 생명 산업인 만큼, 획일적인 잣대보다는 산지 과수원의 특수성을 감안한 세심한 보완책과 유연한 농정 지원 제도가 함께 뒷받침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Q6. 조합원 실익 지원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1979년 농협에 첫발을 디딘 이래, 제 경영 철학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는 언제나 ‘조합원의 행복과 실익’이었습니다. 농협의 모든 역량은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되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 농협은 조합원 600여 명을 위해 올해 교육지원사업비로 50억 원 규모를 과감하게 투입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등한 농약대와 영농자재비 보조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깁니다. 과거 독한 농약으로 고생하며 농사를 지어오신 원로 농가들의 희생을 잘 알기에, 정기 종합건강검진 지원과 영농 안전 관리 등 복지 혜택을 피부에 와닿게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형마트와 수출 중심의 대규모 APC 유통망뿐만 아니라, 지역 중소농과 고령 농가도 소외되지 않도록 로컬푸드 직매장을 전국 5번째, 충남 6번째로 조기 도입해 안착시켰습니다. 복잡한 중간 유통을 걷어내 농가는 제값을 더 받고 소비자는 더 신선하게 구매하는 직거래 상생 구조를 완성한 것입니다. 대농부터 소농까지 모든 조합원이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자부심을 느끼실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아산원예농협이 지향하는 조합원 중심 경영의 본질입니다.
Q7. 미래 비전과 조합원 당부 말씀은 무엇입니까?
아산원예농협의 미래 과제는 ‘산지 유통의 디지털 전환’과 ‘스마트 APC 구축’입니다. 산지의 수확 데이터와 소비지의 유통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분석·연계하여, 농가에는 맞춤형 영농 지도를 제공하고 시장에는 최적의 타이밍에 분산 출하하는 첨단 유통 플랫폼을 완성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농가는 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은 농협이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확고히 다지겠습니다.
어려운 기후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흙을 지키며 아산 원예농업의 자존심을 일궈주시는 조합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농협의 모든 힘과 존재 이유는 오직 조합원 여러분에게서 비롯됩니다. 앞으로도 과수원 들녘과 유통 현장에서 조합원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경청하며, 여러분의 땀방울이 풍요로운 실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변함없이 발로 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