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기간이 짧은 단감 과실의 상품성 향상 전략
국내 단감 산업은 오랜 기간 ‘부유’ 품종에 편중된 재배 구조와 수확기 물량 집중, 그리고 상온 유통 과정에서의 빠른 품질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고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육성한 신품종 ‘감풍’은 평균 과중이 417g 내외에 달하는 대과성 품종으로, 가용성 고형물 함량이 14.7°Brix 이상이며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풍부한 과즙을 자랑한다(그림1). 그러나 ‘감풍’ 역시 단감 작목 특유의 치명적 약점인 짧은 상온 유통기간과 급격한 수분 손실 및 연화(Softening) 생리를 그대로 안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 농가와 산지유통센터(APC)에서는 유통 중 물러짐에 의한 반품 손실을 두려워하여 맛과 당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미성숙과를 조기 수확하여 유통하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단감 구매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재구매를 막아 결과적으로 전체 단감 소비 기반을 침체시키는 악순환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단감의 시장성을 근본적으로 제고하고 프리미엄 단감 시장 및 해외 수출길을 열기 위해서는 완숙과를 수확하더라도 소비자의 식탁까지 아삭한 품질을 보존할 수 있는 과학적 수확 후 관리 기술(Postharvest technology)의 도입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단감은 수확 후 호흡작용과 수분 증발이 활발하게 나타나는 작목이다. 과실의 성숙과 노화 과정에서 과실 내부로부터 에틸렌(Ethylene, C2H4) 가스가 분비되면, 이는 과실 세포막의 에틸렌 수용체(Ethylene Receptor)에 결합하여 자가촉매적(Autocatalytic) 에틸렌 생성을 폭발적으로 유도한다. 즉, 에틸렌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그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벽 분해 효소인 폴리갈락투로나아제(Polygalacturonase, PG), 펙틴메틸에스테라아제(Pectinesterase, PE) 및 엔도글루카나아제(Endoglucanase)의 합성 및 활성화를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세포벽을 구성하는 불용성 펙틴(Insoluble Pectin)이 수용성 펙틴으로 분해되고 세포 간 팽창압(Turgor pressure)이 손실되면서 과육이 급격히 물러지는 연화 현상이 발생한다(그림2).
현장에서는 수분 증발에 따른 과실 중량 감소(감모)를 막기 위해 OPP 방담필름 등을 활용한 밀폐 포장(MAP, Modified Atmosphere Packaging)을 흔히 사용한다. MAP 포장은 포장 내부 상대습도를 99% 수준으로 유지하여 감모율을 0.3% 이하로 낮추는 탁월한 수분 보존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MAP 단독 포장은 단감 과실이 자체적으로 방출하는 에틸렌 가스를 포장 내부에 고스란히 가두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상온 유통 12일 차 이후 MAP 단독 처리구 내부의 에틸렌 농도는 무려 25ppm까지 급증하였으며, 그 결과 과실 경도가 11.4N까지 급락하여 급격히 연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즉, 에틸렌 제어가 동반되지 않은 MAP는 단순히 이동을 편리하게 하고 외형을 보기 좋게 유지할 뿐, 오히려 연화를 가속하는 밀폐 용기가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그림3, 4).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1-MCP, MAP, EA(에틸렌 흡착제, Ethylene Absorbent)를 결합한 3중 복합 제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품질 유지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였다(표1). ‘감풍’ 과실을 수확 후 전용 상자에 담아 상온(20℃)에서 15일간 모의 유통한 결과, 포장 처리별로 경도와 가스 조성에서 현격한 차이가 관찰되었다. 무처리와 MAP 단독 처리구는 상온 12일 차부터 급격히 연화(각각 25.7N, 11.4N)되어 15일 차에는 상품성을 완전히 상실한 반면, MAP+EA 및 1-MCP+MAP+EA 처리구는 15일 동안 30N 이상의 아삭한 경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그림3, 4).
비록 개발 기술이 유용하더라도 개별 농가가 1-MCP 훈증 설비나 전용 포장재를 독자적으로 구비하기에는 초기 비용 부담이 커 현장에서 쉽게 적용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을 거점으로 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농가 소득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수확 후 관리 기술의 적용은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통기간 때문에 미성숙과를 저가에 수출하기보다 적기에 수확해 품질이 뛰어난 과실을 고가에 수출하게 된다면, 작목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와 함께 수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만약 지자체 농자재 보조사업과 연계하여 1-MCP 및 기능성 포장재 비용을 지원하고, APC 중심의 CA 컨테이너 물류 체계를 도입할 수 있다면 선박 운송을 통해 항공 운송 대비 1/5 물류비로 고품질 단감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단감 시장 또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국내 단감 산업은 개별 경지면적이 좁은 데 비해 인건비가 비싸므로 생산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환경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많이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 방식이 아니라 고품질 상품을 높은 가격에 적게 파는 후리소매(厚利少賣) 방식이 적합하다. 앞서 소개한 기술과 전략들은 이러한 후리소매 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기능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제도·정책적 보완을 통한 기술의 보편화로 농가 소득 향상과 함께 국내 단감 산업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