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소문난 유기농 장호원 복숭아

경기 이천시 동구밖복숭아 조한열 대표

2018-06-01     이나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해외 건설 원로 멤버로 활약한 조한열 동구밖복숭아 대표는 2005년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으로 귀촌했다. 농사지을 계획이 없었으나, 동네 사람들이 복숭아 농사를 권해 나무를 심었다. “땅이 이렇게 넓은데 아깝지 않느냐고, 복숭아를 심어보라고 해서 나무 200그루를 심었습니다.” 집 앞에 총 면적 6600㎡의 과수원을 조성했 는데 처음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심은 지 3년 만에 나무를 전부 파내고 다시 심을 땐 가슴이 아팠다. 
 

[글·사진  월간원예 이나래]

 

평생 건설업에 몸담았다가 농사를 하려니 배울 것 투성이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을 샅샅이 뒤져 농학에 관한 이론부터 학습했다. 그리고 농협 안성교육원이 운영하는 귀농학교에 등록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열두시간도 넘게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집에서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 홈페이지에 접속해 유기농업 강의를 들었다. “복숭아 농사 시작하고 나서 2년 동안 다양한 강의를 듣고 책도 무지하게 많이 읽었죠. 녹음기를 갖고 다니며 녹음해서 수시로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불도저 정신으로 매진한 덕분에 2011년 무농 약 복숭아를 서울 가락시장으로 출하하기 시작했다. 연말에 수익정산을 해보니 4.5kg에 9800원 꼴이었다. 기가 막혔다. 애써 지은 농사의 결과 치고는 대가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농산물 유통 마케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블로그, 홈페이지 등 직거래 판로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 그러나 부부 내외가 농사 지으며 온라인 콘텐츠까지 꾸준히 관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결국 “농민은 농사에만 집중하는 게 최선”이란 결론을 내렸다. 요즘은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에 납품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강남의 프리미엄 슈퍼마켓에서도 절찬리에 판매했다.

 

 

“진딧물 잡을 땐 돼지감자” 

허브·복숭아 식초도 활용 

유기농 복숭아 농사를 하게 된 계기는 농약 중독이다. 처음엔 남들 하던대로 농약을 뿌렸다. 그러다 농약 중독 증상이 생겼다. ‘이러려고 귀촌한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 유기농법으로 방법을 바꿨다. 복숭아나무 해충과 균을 농약 없이 방제하기란 쉬운 일 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유기농 과수의 상품과율이 50%도 안 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동구밖복숭아 농장은 병해충 방제재로 액체 비누를 활용한다. 액체 비누는 식물성 기름을 활용해 만든다. 기름을 벌레에 뒤 집어씌워 숨구멍(기공)을 막아 죽게 하는 원리다. 액체 비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허브를 첨가한다. 허브는 인간에게 이롭지만, 특유의 향과 성분이 벌레에겐 독으로 작용한다. “우리 주변의 수풀을 잘 살펴보면 벌레가 먹지 않는 식물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전부 해충 방제재로 활용할 수 있어요.”

조한열 대표가 귀띔한다. 그럼 유해균은 어떻게 잡을까. 유황과 생석회 성분이 함유된 재료를 사용한다. 황산동과 생석회를 혼합한 방제재가 그 유명한 ‘석회보르 도액’이다. 이 재료는 독성이 강해서 충분히 희석해 사용해야 한다. 과수원에 그 흔한 ‘예찰 트랩’이 하나도 없는게 의아해서 물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병해충 예찰 트랩을 사용했으나, 최근엔 사용하지 않는단다. 굳이 트랩을 달지 않아도, 웬만한 병해충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진딧물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는 동생이 ‘형님 진딧물 생겼는데 어떡합니까’ 전화가 와서 해결해 주고 왔어요.” 조한열 대표에게 비결을 묻자 ‘다 가르쳐 주면 안 되는데’라며, 그 비결을 돼지감자라고 일러준다. 돼지감자의 ‘이눌린’ 성분이 진딧물 유충의 탈피를 방해해 성충으로 성장하는 걸 막아준다고. 천연 인슐린이라고도 불리는 이눌린은 인체에는 오히려 이로운 기능을 한다. 동구밖복숭아의 다음 목표는 자연 재배다.

유기농사는 ‘수확’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지만, 자연 재배는 나무가 자연 그대로 자라도록 놔둔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벌써 3년 넘게 시판 퇴비도 안 주고 있다. 항생제가 꺼림칙해 가축분 퇴비를 사용하지 않은건 이미 오래전 일. 농사 시작하고 나서 단 한번도 축분을 준 적이 없다. 그런 그가 흔한 유박퇴비조차 안주고 수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무에서 나온 잔 재만을 활용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 예컨대 전정할 때 잘라낸 가지, 가을에 낙엽 진 잎사귀 등이다. 적과할 때 떼어낸 열매도 요긴하게 쓴다. 어린 열매에는 성장 호르몬이 다량 포함돼 있다. 이것을 음식 찌꺼기와 혼합 발효시켜서 천연 영양제로 사용한다.  복숭아 식초로 당도도 올린다. 수확 약 보름 전에 복숭아 식초를 땅에 뿌리면 땅 속 미생물의 활동량이 증가 하고, 복숭아의 당도가 올라간다. 쓴 맛을 유발하는 토양의 질산태 질소가 식초로 말미암아 많이 소모되는 원리다. “유기농업을 하면 돈이 더 들 것 같죠? 그렇지 않아요. 농약 쳐서 농사하는 방식의 10분의 1밖에 농자재값이 안 들어갑니다.” 또다시 수확기를 몇 달 앞 둔 동구밖복숭아 농장. 초생 재배를 위해 심은 녹비작물 헤어리베치는 앙증맞은 보라색 꽃을 피운 지 오래다. 최소한 43가지의 ‘잡초’를 키워야 진정한 초생 재배라는 선진국의 유기농 기준을 항상 지침으로 삼고 있다.

 

[더 많은 소식은 월간원예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