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펼쳐지는 마법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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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펼쳐지는 마법의 세계
  • 윤민혁 작가
  • 승인 2026.03.2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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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혁의 대관령 정원 이야기
파종
파종

제아무리 춥고 겨울이 깊고, 긴 지역이라 할지라도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게을러지기 쉬운 대관령 정원사도 3월이 되면 첫사랑 만나듯이 마음은 설레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봄이 왔다. 봄이 내 코앞까지 온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미 2월 중순이 되면서부터 매우 추울 대관령에서 그리 춥지 않은 대관령 기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파종

어느 순간부터 마음 놓고 티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책을 여유 있게 볼 시간도 없어 질것이다. 내한성 구역 Zone 5A 구역답게 얼어붙은 정원의 흙들은 도대체 녹을 기세가 없지만 서서히 동쪽으로부터 오는 태양의 간섭은 이내 대관령 지방 산골짜기 구석구석 빛이 내려온다. 눈이 부시고, 마음은 떨리고, 아내 정원사는 점점 하우스와 정원에 내려와 팔짱을 끼고 무언가 새순을 찾기 시작한다. 별모양의 다이아몬드 녹는 듯한 자태로 초봄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루피너스 선생이 앙증맞게 새순 쇼를 하고 있다. 정원생활자만 느낄 수 있는 커다란 횡재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정리되어 있는 씨앗들을 살펴보고 찾아본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작년에 새로 산 씨앗을 꺼내 파종을 시작한다. 파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예 시장이나, 종묘사, 꽃 시장에서 나온 식물들은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다양하고 화려한 원예종이 유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가득 키워야 폼이 난다. 그 폼이 나게 키우려면 몇 만 원에서 몇십원산지만 원 우습다. 그것도 한 품종에 그 정도니 여러 품종을 사라면 돈 먹는 하마가 된다.

꽃이란 것이 열흘 붉은 꽃 없다고, 많은 꽃을 초 봄부터 서리 내리기 전까지 다양하게 심고, 키우고 싶은데 돈으로 살 수 있는 품종은 어느 정도고, 그럼에도 귀찮고 어렵기는 하지만 파종하는 법만 잘 익히면 아주 적은 돈으로 수십 배의 꽃을 만들어 내 정원에 가득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쁘게 만든 원예종 표지를 자주 들여다보면 속명, 종소명, 종명을 모두 알 수 있고, 품종명까지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물론 영명도 표기된 표지들이 많아 다양한 꽃의 일반적인 이름과 학명까지 알 수 있다.

각 씨앗마다 발아 온도, 일수가 모두 다르다. 3~4일 만에 발아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씨앗은 2주 이상 기다려야 발아가 된다. 발아의 조건으로는 물, 온도, 빛 그리고 산소가 중요하고 잘 맞춰줘야 한다. 광발아, 암발아의 특징도 잘 알아야 한다.

씨앗마다 또한 솜발아(물발아), 직파도 있으니 몇 해 실패한답시고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봄 파종, 여름 파종, 가을 파종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제부터 실패를 거듭하고도 어떠한 꽃이라도 성공하는 일류 정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집에 없는 꽃은 파종만이 꽃을 가득 키우게 한다.

Hyacinthus orientalis

Hyacinthus orientalis

국가표준식물목록에 히아신스라고 검색을 하면 국명으로 히아신스, 히야신스, 금수란, 복수선화, 히야신쓰, 이렇게 나온다. 학명은 Hyacinthus orientalis다. 지중해 연안과 소아시아가 원산지다. 식물을 공부하거나 검색하면 지중해 연안에 근사한 꽃들이 많이 자라는 원산지인 것 같다.

내한성도 좋아 극강 대관령에서도 봄이면 우아한 색감을 뽐낸다. 대관령에서는 보통 구근을 구입 후 11월 초에서 중순 경에 심는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봄이 되면 꽃과 잎에서 묘한 신비스러운 향이 난다.

정원사는 자꾸 히아신스 주위를 맴돈다. 매일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이 특별나다. 땅에서 처음 본 건 17여 년 전이었다. 지인 정원사 정원에 갔다가 초 봄 뭉뚱 맞게 올라온 이름 모를 희한한 꽃이 있었다. 파스텔 톤의 핑크, 화이트, 노랑, 짙은 퍼플까지 꽃부터 땅을 뚫고 나오는데 나오는데 너무 신비스러웠다.

나는 그 정원사의 집에 여러 번을 갔다. 그러면서 내 집에 없는 초 봄의 필 추식구근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자 지갑은 열리기 시작했다. 추식구근들이 매일 나를 유혹했다. 히아신스를 시작으로 알리움, 크로커스, 프리지어, 구근 아이리스, 무스카리, 푸쉬키니아, 쉴라, 수선화, 튤립, 프리틸라리아 등을 몇 해에 걸쳐 구했고, 나의 척박한 땅은 여러 실험을 거쳐 개조되기 시작했다.

어느 한 해는 지난 늦가을에 심은 구근 식물 중 수선화가 곱상하게 나오기 시작했고, 무적함대 튤립이 봄 꽃의 세련미를 더했으며, 보라색 테니스 공 같이 생긴 알리움은 밤의 향기였고, 새들이 노래하는 듯한 봄의 전령 크로커스, 땅에 닿을 듯 말 듯한 옅푸른 푸쉬키니아, 대관령에서 초 봄이 지난 후 피는 우아한 자태 구근 아이리스까지 나날이 미학의 성문을 열어주는 꽃들의 난장이었다.

3월이 오면 정원사가 더욱 신나는 이유다. 문을 열자, 봄바람이 들어온다. 다른 지방에 비해 한 달은 늦고 더디지만 그토록 애타게 기다린 매화, 산수유, 납매는 없지만 그를 능가하는 다른 꽃들이 대관령 지방에서 나를 맞이할 것이다.

Viola collina
Viola collina

Viola collina

3월의 봄은 서서히 깨어난다. 봄은 흉내 낼 수 없는 칼라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이렇게 일교차 왕국에서는 말이다. 깊은 산에서 제비꽃이 피는 시공간은 아름답다기보다 꿈틀거리는 시간이다. 봄의 확장과 물결이 무섭다.

그 색과 온도가 매우 천천히 올 듯 안 올 듯 대관령 옛길을 따라 서서히 올라온다. 어흘리, 구산리, 대관령 옛길, 해발 200m~500m 지점까지는 봄의 속도와 간섭을 점점 막을 수 없다. 곧, 해발 600m, 사람이 살기 가장 좋다는 700m, 살바토레 정원사가 살고 있는 용산리 해발 850m까지 침범할 것이다. 한순간의 빛이 이곳을 비집고 들어온다.

3월이 되면 백두대간 곳곳을 걷는다. 초봄이면 생각나는 제비꽃이 있다. 왜제비꽃, 노랑제비꽃, 남산제비꽃, 그리고 대관령에서 가장 먼저 보는 산골의 귀여운 꼬마 아가씨 바로 둥근털제비꽃이다. 3월 매서운 산들바람과 골바람이 피부에 와닿아 아직도 추위를 폭격할 때 나에게 뒷산인 칼산 입구를 보면 낙엽송 군락지가 있다.

그 아래로 거인족처럼 걷다 보면 살바토레 정원사를 호위하듯이 새끼손톱보다 작은 둥근털제비꽃이 자라고 있다. 복수초가 피면서 함께 그 언덕 주변으로 혹은 낙엽송 군락지 아래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아담하지만 과시하는 꽃이다. 얼마나 작은지 루페나 돋보기를 가지고 가야만 볼 수 있다. 자, 이제 3월이다. 만화방창 꽃이 가득 올 것이다. 눈이 와도 봄의 기세는 무섭다. 어마어마한 마법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봄이 좋다. 봄은 사랑스럽다. 봄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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