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의 기적, 씨앗 하나로 시작된 인생의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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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의 기적, 씨앗 하나로 시작된 인생의 여백
  • 아시아종묘 최경숙 독자
  • 승인 2026.05.1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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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 이야기
직접 텃밭을 가꾸며 수확한 작물들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왔고, 나는 또다시 호미를 들었다. 지난해 찬 바람 속에서도 파릇한 기대를 품고 아시아종묘의 씨앗을 하나하나 흙에 묻었다. 누구는 이맘때쯤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고 했고, 또 어떤 이는 봄맞이 산책을 즐기러 간다고도 했다.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설레는 ‘여행’은 나만의 텃밭으로 향하는 길이다.

작물이 잎을 틔우며 자라고 있는 텃밭

파종, 생명과의 동행 시작

집앞 텃밭은 내게 인생의 여백 같은 존재다.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우느라, 또 남편의 식사 한 끼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살아온 시간 속에 놓쳤던 나만의 시간, 나만의 땀방울. 그걸 찾고 싶어 시작한 텃밭 일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그 의미는 더욱 깊어졌다.

아시아종묘에서 나온 고추, 가지, 수박, 방울토마토, 오이 등의 씨앗을 심었다. 품종이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대가 컸다. 사실 씨앗 하나가 열매 맺기까지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일종의 생명과의 동행이다. 매일같이 들여다보며, 가지는 오늘도 웃자라지 않았는지, 고추는 벌레를 피했는지 확인하는 일상이 내 하루를 채웠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새벽 일찍 일어나 텃밭으로 향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장화를 신고 흙을 밟을 때마다 직접 텃밭을 가꾸며 수확한 작물들다 땀은 주르륵 흘렀지만, 그 속에서 묘한 희열이 있었다. 무럭무럭 자라는 작물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잘 자라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곤 했다.

감동을 안겨준 동그란 복수박
감동을 안겨준 동그란 복수박

여름 식탁 채운 아시아종묘의 건강채소

7월, 마침내 열매들이 내 손에 안겼다. 첫 수확은 매운 고추였다. 아삭한 식감과 짙은 향이 단숨에 여름 밥상을 채웠다. 가지는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고, 방울토마토는 입 안에서 톡 터지며 달큰한 맛을 냈다. 가장 감격스러웠던 것은 작고 동그란 복수박이었다.

껍질을 갈라보니 빨갛고 노란빛이 어우러진 속살이 드러났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보기 좋은 붉은색을 자랑하며 골고루 익었을까? 수박을 기르는 건 조금 서툴러서 너무 일찍 수확을 했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어찌나 예쁘던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끝에 칼을 댈 수 있었다.

밭일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날씨는 뜻대로 되지 않고, 벌레들은 언제나 허를 찌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법을 배웠다. 눈에 띄게 자라지 않아도, 땅속에서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작물처럼 나도 어딘가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그 모든 과정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서두른다고 빨리 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수박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자연과 함께한 작지만 확실한 위안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그걸 왜 고생하면서 직접 키워?” 하지만 나는 안다. 씨앗을 심는다는 것은 단지 작물을 수확하기 위함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명상이기도 하며, 자연이 주는 선물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또한, 손에 쥔 열매보다 더 큰 기쁨은 매일같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 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작디작은 떡잎이 점점 넓어지는 과정을 겪을 때마다 내 안의 희망도 자라났다. 매일 한 줌씩 퍼 올린 물, 손끝으로 떼어낸 잡초, 무릎을 꿇고 걸러낸 벌레들 속에서 나는 새삼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이 텃밭은, 내 삶의 또 다른 아이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는 아이들을 보살피듯 정성을 들였고, 지금은 나를 위로하고 보듬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수확한 채소들로 여름 내내 가족들과 함께 식탁을 나눴다. 고추를 넣어 찌개를 끓이고, 토마토를 잘라 간식으로 내놓았다. 가지는 부쳐 먹고, 수박은 디저트로 손님상에 올린다. 모두가 맛있다고 칭찬할 때마다 나는 웃으며 말한다. “내가 키운 거야. 봄부터 정성껏.”

주말농장은 단순한 텃밭이 아니다. 그 안에는 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담기며, 마음이 쉰다. 고된 노동 끝에 마주하는 푸른 잎과 작은 열매는 말한다. 삶도 이와 같다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오늘도 나는 흙 위에 서서 작지만 확실한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다시, 다음 주말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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