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 이성준 대표 농가 하우스에서 파트너종묘와 부여농협, 부여군농업기술센터가 공동으로 무측지수박 ‘부여뜨래’ 품종평가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부여농협 소진담 조합장을 비롯해 충남농업기술원 김학헌 연구개발국장, 전북농업기술원 성문호 과채류연구소장, 전남농업기술원 조윤섭 원예연구소장, 부여군농업기술센터 김대환 소장 등 전국의 농업기술기관 관계자와 선도 농가들이 참석해 4년간의 실증 결과를 직접 확인했다.
이날 환영사에 나선 부여농협 소진담 조합장은 “무측지수박은 농민들이 농사짓기 편하고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여성 농업인의 건강을 지키고 귀농·귀촌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일부 제한적으로 보급하고, 내후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용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측지수박은 재배 과정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결순 제거(순지르기)’ 작업이 필요 없는 품종이다. 수박 농가 노동력의 40~50%를 차지하는 이 작업을 없애는 것이 개발의 핵심 목표였다. 충남농업기술원 김학헌 연구개발국장은 축사에서 “무측지수박이 정착·보급된다면 인력난 해결은 물론 소득 증대 효과도 40~5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년의 여정, 수박 노동력 절감의 희망
소진담 조합장이 이 사업을 처음 밀어붙인 건 2023년이다. 계기는 소박했다. 오랜 농사 경험 속에서 수박 순지르기가 여성 농업인들의 골격을 망가뜨리는 현실을 눈으로 봐온 것이다.
“순지르기 작업으로 여성 농업인들의 골격 건강이 나빠지고, 실제로 수박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보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해결 방안을 찾아보던 중 무측지수박 관련 기사를 접했고, 충북 수박연구소를 찾아간 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소 조합장은 충북 수박연구소 김태일 박사와의 인연을 통해 파트너종묘 김용재 대표를 만났고, 2023년 부여농협과 파트너종묘가 MOU를 체결하며 부여에서 본격 실증에 들어갔다. 첫해에는 수박연구소가 개발한 ‘순제로’ 품종으로 시작했지만, 파트너종묘 자체 육성 품종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5개 계통을 개발·비교 실증했다. 그 가운데 가장 우수한 품종을 ‘부여뜨래’로 선정해 품종 등록을 마쳤다.
“2023년도부터 4년째 했는데, 작년에는 윤달이 있는 해라 정말 어려웠어요. 그걸 극복하는 시간이 바로 이 자리입니다.” 소 조합장은 기상 악조건 속에서도 실증을 이어온 과정을 담담히 회고했다.
재배 농가가 직접 말하는 현장의 변화
이번 실증 시험에 참여한 이성준 대표(부여 수박 재배 경력 30년)는 무측지수박을 처음 권유받았을 때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 품종과 동일한 조건으로 나란히 재배해본 결과, 예상을 넘어서는 성과를 확인했다.
“물도 똑같이 주고, 수정도 똑같이 하고, 벌도 똑같이 넣었어요. 특별하게 다르게 한 게 없는데 측지가 안 나오니까 고랑에서 유인만 해주면 되더라고요. 노동력이 상당히 절감됩니다.”
당도 면에서도 기대 이상이었다. 이 대표가 상인과 함께 수확 시기를 가늠하며 잘라본 결과, 무측지 품종에서 12.5브릭스가 나왔다. 같은 날 일반 수박은 10.5브릭스였다. 오히려 무측지수박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식감도 일반 수박 못지않아요. 먹어보면 좋더라고요.”
수확 시기 역시 일반 수박보다 며칠 빠른 편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앞으로 씨가 농민들한테 보급된다면 저도 계속 하고 싶고, 다른 사람한테도 권하고 싶다”며 면적 확대 의사를 밝혔다.
있다. 이날 측정에서 무측지수박은 12.5브릭스를 기록해 일반 수박(10.5브릭스)을 웃돌았다.
실용화의 문턱에서 우리 농업의 앞날을 보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성과 발표를 넘어 실용화를 향한 마지막 검증의 자리이기도 했다. 파트너종묘 김용재 대표는 경과보고에서 현재의 위치를 솔직하게 짚었다.
“무측지수박은 측지가 안 나오는 장점이 있지만 덩굴 형태가 조금씩 변하는 특성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개선한 것이 부여뜨래이고, 품질과 비대는 일반 수박과 동일하거나 우수합니다.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충분히 상업적 재배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소진담 조합장은 “내년 제한적 보급을 거쳐 내후년부터 본격화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고, 김대환 소장은 “부여군 1,700여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충남·전북·전남 농업기술원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이 품종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서 반복된 키워드는 노동력 절감만이 아니었다. “수박 하는 지역 아줌마들 중 제대로 걷는 사람이 없어요.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거죠. 젊은이들이 귀농을 꺼리는 이유도 거기 있고요.” 소 조합장의 말처럼 이 품종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성 농업인의 건강, 고령화, 인구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한편 국화 품종 국산화를 이끌어온 민간육종가 신만영 씨도 이날 현장을 찾았다. 그는 해외 품종 의존으로 인한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산 국화 품종 보급에 힘써왔으며, 현재는 부여농협·파트너종묘와 함께 예산에서도 ‘부여뜨래’ 시험포를 운영 중이다. 신 씨는 “무측지수박이 실용화돼 농가에 보급된다면 수박 노동력 절감이라는 오랜 숙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부여뜨래의 실용화에 힘을 보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