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농업의 오랜 과제, 표준화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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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마트농업의 오랜 과제, 표준화의 길을 묻다
  • 이지우
  • 승인 2026.06.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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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특집기획] 스마트농업, 오늘을 묻고 미래를 그리다③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우리 농업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로 다른 기자재와 폐쇄적인 시스템 구조로 인해 데이터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스마트농업의 해묵은 과제인 ‘표준화’는 이제 단순 규격 통일을 넘어 데이터와 플랫폼 경쟁력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정책과 지원을 통해 민관을 하나로 엮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김용호 스마트농업본부장과 개방형 플랫폼 ‘아라온실’을 개발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방지웅 연구관의 인터뷰를 통해 그 해법과 방향성을 짚어봤다.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우리 농업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2021년 기준 6,485ha였던 국내 스마트온실 면적을 오는 2029년까지 55,000ha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체 시설원예 면적의 35%에 달하는 규모로, 현장 생태계를 크게 바꾸겠다는 거시적 로드맵이다.

하지만 현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국내 스마트팜 기자재 산업은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위주다 보니 시장 변화에 대단히 민감하다. 실제로 장비를 설치하고 2~3년이 지나 공급 업체가 부도나거나 문을 닫으면서 사후관리(AS)가 뚝 끊기는 농가가 꽤 많다. 규격이 통일되지 않아 대체 부품을 구하지 못한 농민들은 수천만 원짜리 첨단 설비를 그냥 방치하거나 결국 통째로 철거하곤 한다. 부품 하나 때문에 온실 전체가 마비되는 현실은 표준화가 왜 필요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표준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설원예 핵심 규격인 ‘KS X 3265’를 비롯해 온실 골조 파이프 두께나 서까래 간격 같은 설계 기준이 마련되었고, 센서 연결부 모양이나 구동장치 볼트 구멍 위치 등이 한국산업표준(KS)으로 지정되는 성과도 있었다. 여기에 품목별 단체표준 메타데이터까지 구축되면서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하드웨어 결합 측면에서는 상당 부분 규격화가 진행된 셈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지난 3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TC347 총회에서 ‘온실·환경제어 및 도시농업’ 분야 작업반(WG) 신설을 확정하고 한국을 의장국으로 선정했다.

표준화의 다음 단계, 데이터와 플랫폼을 연결하다

진짜 문제는 기계 내부에 있다. 겉모양은 맞췄는데 각 기기가 주고받는 데이터 배열이나 전압 수치 같은 ‘통신 신호(프로토콜)’가 업체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기계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기술을 가져와도 데이터가 흐르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농민들이 여전히 호환성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AI 기반 정밀농업으로의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는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해 현재 농업진흥기관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하드웨어라는 뼈대 위에 농업기술진흥원은 기기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관절’을 이어주고, 시설원예연구소는 전체 시스템을 지휘하는 ‘두뇌’를 얹는 역할을 맡았다.

농업기술진흥원이 추진하는 사업은 제조사에 상관없이 모든 기기가 매끄럽게 연동되도록 통신 신호를 통일하는 작업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시설원예를 넘어 양파, 콩, 마늘 등 노지 작물까지 표준 적용 범위를 전격 확대했다. 폭설이나 폭염 등 가혹한 야외 환경에서도 스프링클러나 관수 장치가 안정적으로 무선 신호를 송수신하도록 검정 기준을 다듬고 있으며, 신호 규격이 하나로 묶이면 농가는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고 필요한 부품만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게 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가 개발한 ‘아라온실’은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고 연동하는 개방형 스마트팜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제는 안드로이드처럼 공공 기반의 ‘아라온실 OS’를 무상으로 공급받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무엇보다 오픈소스 방식을 기반으로 공통 소스를 공개하고 있어 민간 중소기업들이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창의적인 서비스 경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든든한 상생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러한 K-스마트팜의 표준화 성과는 이제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 확대와 국제 논의 주도권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제표준화기구(ISO) 총회에서 ‘온실·환경제어 및 도시농업’ 분야의 신규 작업반(WG) 설립을 제안해 최종 확정시켰으며, 의장국(Convenorship)을 수임하는 성과를 거뒀다. 향후 우리 기술 모델과 검정 체계가 관련 분야 국제표준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기반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스마트농업 표준화의 성공은 파편화된 데이터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내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현장의 고질적인 지속성과 사후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 스마트농업 현장을 유기적인 디지털 환경으로 연결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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