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데이터를 심다- 초고령 농업의 새 돌파구, 노지 스마트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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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데이터를 심다- 초고령 농업의 새 돌파구, 노지 스마트농업
  • 이지우
  • 승인 2026.07.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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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특집기획] 스마트농업, 오늘을 묻고 미래를 그리다④

월간원예가 진행중인 <500호 특집기획> ‘스마트농업, 오늘을 묻고 미래를 그리다’ 네 번째 순서에서는 대한민국 밭농업의 생존 전략을 진단한다. 현재 국내 농업은 사상 처음으로 농가 인구 200만 명 선이 무너지며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56.6%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그동안 이어온 노동 집약적인 생산 방식이 물리적인 한계에 다다라 농촌 일손 부족과 생산 기반 약화가 심화되는 지금, 본 기획에서는 국내 밭농업의 현실을 짚어보고 위기를 돌파할 데이터 기반 노지 스마트농업의 성과와 전략적 필요성을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농가 호수가 96만 3,300호로 감소하고 경지 1ha당 농업 종사 가구원 수도 지속해서 줄어드는 가운데, 현장 농민들의 육체적 손상과 노동 부작용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경사지가 많고 쪼그려 앉아 수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밭농업의 특성상 고령 농민들의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농업인 업무상 질병 중 근골격계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상회하며, 특히 고령층과 여성 농업인의 경우 관절과 척추 질환을 앓는 유병률이 70%를 넘나든다. 이러한 과도한 중노동과 기후변화에 따른 야외 환경 노출은 영농 포기와 직결되는 가장 큰 부작용으로 꼽힌다.

그동안 벼농사 중심의 정책이 이어지면서 논농업 기계화율은 99.7%라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면 우리 경지 면적의 절반가량(49% 내외)을 차지하는 밭농업의 전 과정 기계화율은 평균 67.0% 수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경사지가 많고 쪼그려 앉아 수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밭농업의 특성상 고령 농민들은 근골격계 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트랙터 등을 활용한 경운·정지(100.0%)나 드론을 쓰는 방제(96.2%), 비닐 피복(77.7%)은 고도화되었지만, 정작 가장 많은 인력과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 파종·정식 단계는 18.2%, 수확 단계는 42.9%에 불과해 ‘파종과 수확의 기계화 공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농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인 상황에서 이러한 공백은 고스란히 치명적인 인력난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마늘 파종처럼 짧은 기간에 일손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에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농가 수익성을 근본적으로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밭농업 기계화가 정체된 데는 국내 영농 구조의 물리적·경제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밭작물 재배 농가의 85% 이상이 0.3ha 이하인 소규모 영세농이다 보니,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전용 농기계를 개별적으로 구매하고 유지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시장성이 낮은 ‘소량 다품목’ 생산 구조를 마주하게 만들어, 기업의 R&D 투자를 위축시키고 농기계 단가 상승이라는 공급 측면의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

둘째, 구획 정리가 잘 된 논과 달리 국내 밭의 기반 정비율은 5%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밭의 3분의 2가량이 경사지인 데다 개별 필지 면적 자체가 너무 좁고 비정형적이어서, 진입로가 가팔라 대형 농기계가 아예 들어가지 못하거나 어렵게 진입하더라도 기계를 회전하고 운용할 공간이 나오지 않아 전복 등 안전사고 위험이 꽤 높은 편이다. 따라서 영농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계화가 수월한 ‘경사도 15% 이하’의 농지부터 정책적인 집중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빗물에 땅이 쓸려나가는 것을 막는 ‘토양 유실 저감 시설’을 확충하고, 큰 기계가 밭으로 척척 꺾어 들어갈 수 있도록 ‘농로 교점의 진입로 설계 기준’을 새로이 정립하는 등의 실질적인 인프라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작물별 표준 재배 양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콩, 고추, 감자, 마늘, 양파 등 품목이 워낙 다양한 데다 지역 관행에 따라 두둑 높이와 폭, 식재 거리가 제각각이어서 특정 기계를 범용적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데이터가 증명한 정밀농업의 효과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에 더해 최근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밭작물 작황 부진은 주요 채소류의 수급 불안과 소비자 물가 폭등(Agflation)을 초래하며 노지 스마트농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외부 환경을 통제해 높은 생산성을 달성한 시설원예 스마트팜처럼, 우리 농경지의 절대다수(96%)를 차지하는 노지 밭농업에도 첨단 센서와 IoT 기술을 도입하여 데이터 기반으로 관수·시비·방제를 수행하는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추진한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 성과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 기반 정밀 제어는 관행 농법과 비교해 농업용수를 최대 40% 아끼고 비료 효율은 25% 이상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역별 실증 데이터에서도 충북 괴산 콩 단지의 생산성이 32% 향상되고, 안동 사과 단지의 물주기 노동 시간이 43% 급감하는 등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되었다. 또한 자율주행 키트를 도입한 농가들은 GPS 정밀 주행을 통해 이랑 간격을 최적화함으로써 동일 면적 내 재배량을 늘려 소득이 8.1% 증가하고 작업 시간은 5.7% 단축되는 직접적인 경영 개선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주산지 육성과 핵심 기술 양성
이에 정부는 올해 핵심 신규 사업으로 충남 당진(감자), 전북 고창(배추·무), 전남 고흥(양파), 전남 진도(대파), 경북 의성(마늘) 등 5대 주산지를 ‘노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로 지정하고, 3년간 개소당 95억 원을 투입해 무선통신망과 용배수시설 등 기초 인프라를 대규모(500ha 내외)로 집적화하여 구축하는 중이다. 특히 그동안 농가에서 불만이 높았던 센서류의 짧은 내구연한과 부실한 A/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장 밀착형 관리 체계가 함께 도입된다.

아울러 현장에서는 비닐을 쓰지 않는 무멀칭 재배 기술 확립은 물론, 상처가 적어 기계 수확에 안성맞춤인 감자·고구마 품종(호풍미, 금나루, 소담미 등)의 보급 등 생물학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AI 기반 레벨 3 자율작업 트랙터 상용화 등 첨단 농기계 도입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글로벌 메가트렌드인 ‘기후 스마트 농업(CSA)’ 전략에 맞춘 「스마트농업법」 입지 규제 철폐와 새만금 100ha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가동, 그리고 국가전문자격 ‘스마트농업관리사’를 통한 기술 보급 체계는 현장 상용화를 가속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국내에서 검증된 K-스마트농업 솔루션의 해외 진출을 위해 인허가 및 시제품 제작 비용의 70%를 국비 지원하는 등 우리 농업 기술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상생을 위한 실질적인 돌파구
결국 2026년의 노지 스마트농업은 단순히 최신 장비를 몇몇 농가에 보급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영농 구조와 현장 인프라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재편하는 큰 흐름이다. 앞으로 남은 핵심 과제는 개별 농가의 파편화된 영농을 들녘경영체 등 ‘공동영농의 조직화’로 묶어 대규모 규모화를 이루고, 기계가 쉽게 진입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물리적 기계화 용이성을 높이는 일이다.

또한 현장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초고가 장비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일반 농가도 큰 부담 없이 접근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성비 좋고 알찬 보급형 장비’를 정비하는 영리한 전략이 시급하다. 이와 동시에 지자체 임대사업소를 개편한 ‘스마트 농기자재 공유 체제’를 현장에 안착시키고, 장비 간 호환성을 보장할 무선통신 표준 기반의 ‘범용 미들웨어 및 인터페이스 표준화’ R&D 투자도 차근차근 전제되어야 한다.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 앞에서 현장 맞춤형 기술과 영농 조직화를 결합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밭농업의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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