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장벽 넘는 의성 마늘 노지 혁명
국내 최대 마늘 주산지인 경상북도 의성군이 노지 스마트 영농의 대한민국 표준 모델을 완성하기 위한 돛을 올렸다. 의성군(군수 김주수)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26년 노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며 3년간 총사업비 95억 원의 대규모 재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전국 주요 밭작물 주산지 가운데 단 5개 지구만 선정된 이번 공모에서 의성군은 마늘 품목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기술 확산과 생산·가공·유통을 연계한 지역 단위 농산업 거점을 구축하게 됐다.
이번 공모 선정은 의성군이 지난 2023년부터 3년간 사곡면 일대 95ha(시범사업면적)에서 성공적으로 다져온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의 탄탄한 결실과 축적된 데이터가 마중물이 되었다. 현장 농민들이 몸소 증명해 낸 확실한 영농 성과를 발판 삼아, 이제는 의성 마늘 주산지 9개 읍·면(523㏊) 전반으로 영농 스케일을 대대적으로 확대·추가하는 본궤도 진입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오는 2028년까지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대규모 농장을 새로 조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농가들이 기존 밭을 그대로 유지한 채 데이터 기반 시스템과 공동 장비를 활용하는 ‘상생형 공동 영농 생태계’ 구축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단지 내에는 토양 수분과 기상 데이터를 연계한 스마트 관수 시스템, 위성과 센서를 활용한 작물 생육 진단, 기상재해 및 병해충 발생 예측 서비스 등이 입체적으로 도입된다. 아울러 드론 공동 방제와 스마트 농기계 등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작업 효율을 극대화할 기계화 장비도 함께 구축된다.
단순한 기계화를 넘어 주산지 단위 농업을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로 바꾸는 의성군의 혁신은 고령화된 농촌의 인력난을 극복할 새로운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의성 마늘의 백년대계를 바꿀 노지 대전환의 현장, 이번 사업의 핵심 기술 공급사로 참여한 (주)경농의 첨단 노지 스마트농업 기술력을 확인해보고, 지난 3년간 시범단지 현장에서 스마트 영농의 실증을 해낸 농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지자체의 비전을 담았다.
설쳐가며 이웃과 벌이던 가뭄기 물싸움이 완벽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니 퍼고 내 퍼고” 이웃 간 물싸움은 옛말, 모바일 관수가 바꾼 노지 현장
기존 사곡면 시범사업단지에서 스마트 노지 관수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해 온 농가들은 물관리의 편의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증언한다. 노지 마늘 재배에서 가뭄기 ‘물관리’는 제한된 수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밤낮없이 펌프장을 오가며 노동력을 소모해야 하는 고질적인 고충이었기 때문이다.
의성 스마트영농조합법인의 조규상 회원은 “예전에는 가뭄이 들면 또랑물(하천수)을 퍼 올리려고 온 동네 사람들이 밤낮없이 돌아다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기존 관행 방식은 물을 주는 순서를 기다려야 하니까 서로 니 퍼고 내 퍼고 밤잠을 설쳐가며 싸우기 일쑤였지예. ‘몇 시에 꺼라, 켜라’ 하면서 소리 지르고 밭으로 뛰어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 관수는 내 스마트폰으로 딱 예약만 걸어두면 밤이든 새벽이든 알아서 물이 나오고 자동으로 꺼지니까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요. 얼마 전에는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병상에서 핸드폰으로 물을 줬다니까예. 스마트 관수 덕분에 가뭄에도 한 해 농사를 편하게 지켜냈습니다.”
이러한 모바일 기반의 원격·예약 제어 기술은 농가 간에 물 대는 순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시스템이 알아서 스케줄을 처리해 주어 고령농들의 스트레스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스마트영농조합법인의 오흥국 대표 역시 “과거에는 변변한 관로 시설이 있어도 용수량과 수압이 밀려 농가 간의 순번제 싸움이 치열했다”며, 모바일 관수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농가별로 체계적인 물 공급이 가능해져 영농 환경이 한층 평화로워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의성 사업에는 국내 스마트농업을 선도하는 (주)경농의 노지 전용 스마트 관수·관비 시스템과 플랫폼 기술이 전면 도입되어, 가뭄기 수백 개 필지의 용수량과 수압을 실시간으로 제어·분배하는 영농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농 노지 관수 솔루션의 혁신, 고령농을 위한 배려와 관수 방식의 전환
관수·수압 제어에 그치지 않고, ㈜경농의 축적된 스마트팜 전문 기술은 이번 의성 사업 전반에 훨씬 넓고 깊게 뻗어 있다. 토양 수분·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센서 인프라부터, 수백 개 필지의 용수량과 수압을 자동으로 제어·분배하는 스마트 관수·관비 시스템, 농가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관리하는 원격 제어 플랫폼까지— 파종부터 수확까지 노지 영농의 전 과정이 경농의 기술 생태계 위에서 운용되고 있다. 그 위에서 현장 농가들이 가장 체감하는 변화 중 하나가 바로 관수 자재의 혁신이다.
노지 스마트농업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고령화된 농촌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하드웨어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기존 노지 관수 자재는 대개 무거운 쇠파이프 재질로 되어 있어 설치와 해체에 막대한 노동력이 소모됐다.
스마트영농조합법인의 김은숙 이사는 여성 농업인과 고령농의 시각에서 단지 전반에 도입된 ㈜경농의 ‘싱글젯’의 경량성과 편의성을 높이 평가했다. 김 이사는 “기존 무거운 쇠파이프 자재는 너무 무거워서 장정 둘이서 들고 날라야 하는 중노동이었다”며, “반면 경농의 신형 파이프와 싱글젯 관수 노즐은 무게가 획기적으로 가벼워 혼자서도 여러 개를 한 손에 걸고 가며 밭에 쏙쏙 꽂으면 끝난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주)경농이 공급한 롤 형태의 경량 파이프와 싱글젯의 결합이 고령농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대형 스프링클러용 금속 관은 성인 남성들이 달라붙어 무겁게 나르고 일일이 체결해야 했지만, 경농 제품은 똘똘 말린 호스 형태로 가볍게 들고 가 대충만 꽂아두어도 풀림 없이 안정적인 관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확기에 자재를 걷어내는속도 또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라져 노동 강도가 부쩍 줄었다는 평가다.
또한 물을 분사하는 방식에서도 과학적 전환이 이뤄졌다. 기존 대형 스프링클러는 강한 압력으로 소나기처럼 물을 퍼붓기 때문에 비닐 멀칭 위를 때리고 고랑으로 그대로 흘러내려 유실되는 양이 많았다. 고랑에 한가득 고인 물은 다음 날 농가들이 작업할 때 질척거림을 유발하고, 과습으로 인한 수막현상을 일으켜 토양의 산소 공급을 막기도 했다.
반면 새로 도입된 경농 싱글젯 시스템은 시간당 물 공급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음에도, 보슬비처럼 가늘고 차분하게 장시간 뿜어주는 ‘보슬비 효과’를 낸다. 오흥국 대표는 “소나기가 확 쏟아지면 물이 겉돌아 흘러가 버리지만, 보슬비가 내리면 땅속 깊은 곳까지 촉촉하게 스며들지 않느냐”며, “고랑에 물 고임이나 토양 유실이 전혀 없는데도 비닐 안쪽 흙을 찔러보면 속까지 세밀하게 적셔져 있어 물량은 아끼고 흡수 효율은 극대화됐다”고 분석했다.
필지별 센서와 드론 방제… 노지 환경을 극복하는 스마트 인프라
온실과 달리 노지 환경은 기상 변화나 이상 기후, 저온·고온 장해 등 외부 변수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성 시범단지 인프라는 입체적인 ICT 제어 장비들을 적극 도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지 내 구역에 매설된 토양 수분·온도 센서와 노지 환경 정보 수집용 기상대다. 센서가 측정한 토양 속 수분 함량과 기상 정보는 농가가 ‘감’으로 물을 주는 것을 방지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관수 시점을 가이드한다. 또한, 필지별로 설치된 ‘전자 밸브 함체’ 내부에는 물속 이물질을 걸러내 노즐 막힘을 방지하는 여과기와 수압을 알맞게 조절해 주는 압력 조절기가 탑재돼 시스템의 안정성을 책임진다. 단지 내 CCTV 모니터링 장비는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생육 상태를 확인하고 용수 누수 등의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관수 시스템 외에 방제 체계의 변화도 눈부시다. 마늘 재배 시 농가들을 괴롭히는 병해충을 잡기 위해 드론 공동 방제와 관리기 부착형 약액 살포 장비(붐스프레이)가 도입됐다. 오흥국 대표는 “사람이 일일이 약대를 들고 들어가던 방식에서 벗어나 드론과 붐스프레이를 활용해 한 번에 대면적을 일괄 방제함으로써,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성과를 전했다. 조규상 회원 역시 “과습하면 곰팡이성 균이 더 잘 퍼지는데, 스마트 관수로 필요한 만큼만 수분을 분사하고 드론으로 제때 방제하니 과습으로 인한 병해 확산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성과는 확산의 마중물… 용수원 인프라 최적화로 미래 연다
3년간의 사곡면 시범사업은 종료되었지만, 의성 스마트농업사업단을 이끄는 김경훈 단장은 “농가들이 실제 운영하는 올해부터가 본격적인 노지스마트팜의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육성지구 지정을 통해 사업 규모가 523㏊로 대폭 확대·추가되는 만큼, 현시점의 성과보다 현장 개선점을 발굴하고 보완하는 최적화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현재 단장이 가장 중요하게 짚고 있는 과제는 가뭄 시 하천수에만 의존하는 노지 용수 체계의 한계다. 봄철 극심한 가뭄기에 대단위 면적의 농가들이 동시에 스마트 관수를 가동할 경우, 원수 자체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가의 감에 의존하는 관행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제어로 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김경훈 단장은 “농가들이 물 부족 없이 안심하고 스마트 농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천 보를 더 깊게 파거나 지하수 용수원을 추가로 확보하고, 농업용수 기반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완해 공급 체계를 최적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또한 “생산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와 연계한 저장·가공시설 고도화 등 전·후방 산업을 연계해 의성 마늘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의성 스마트영농조합법인은 마늘 수확 후 후작으로 연계되는 타작물의 노지 스마트화 동시 신청을 완료하고 파종을 마친 상태다. 농촌의 인력난을 공동영농과 기술로 극복하고, 생산량 유지와 농가 소득 보전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의성의 도전은 대한민국 노지 스마트 영농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mini interview
의성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김재석 디지털농업팀장
“노지 스마트팜의 성공, 디지털 ‘공동영농’ 상생이 본질”
Q. 의성 마늘 단지에 노지 스마트농업을 처음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A. 의성은 전국적인 마늘 주산지이지만 고령화와 봄철 가뭄으로 인한 물관리 고충이 심각했습니다. 2018년 안계면 시설하우스 스마트팜 성공을 발판 삼아, 실무진들이 “우리 지역 농업의 근간인 노지 마늘도 스마트화해야 농촌이 살아남는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2019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온 노력이 이번 523㏊ 규모의 육성지구 공모 선정이라는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Q. 사곡면 시범사업을 거쳐 대단위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은 무엇인가요?
A. 노지 스마트농업은 지자체의 일방적인 주도나 장비 보급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행정의 정책 지원, 경농과 같은 공급업체의 안정적인 기술력,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을 믿고 따라준 현장 농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삼위일체로 맞물렸기 때문에 유일하게 저희만 성과를 증명하고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Q. 이번 사업에서 ‘공동영농’ 체계를 유독 강조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A. 개별 농가들이 자기 고집대로 물을 퍼 쓰면 용수 부족과 수압 저하로 단지 전체가 망가집니다. 한정된 물을 시스템으로 일괄 제어하고 순차 공급하는 ‘공동영농’ 관리 체계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나아가 고령으로 농사짓기 힘든 어르신들의 땅을 법인이 대행해 재배하고 수익을 나누는 협동 체계가 정착되어야만 인력난 속에서도 의성 마늘의 소득 보전과 고품질 다수확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번 육성지구 본사업 역시 우리 지역 농민들이 물 부족과 인력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영농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의성군 노지 스마트농업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기술센터 실무진 전체가 발로 뛰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