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에서 농장의 경영가로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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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에서 농장의 경영가로 변신하다
  • 이지우 기자
  • 승인 2018.10.30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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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미래농장 양세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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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으로 일하던 양세현 대표는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 미술을 하던 남편이 자연이 좋아 조그맣게 해오던 분화 농장이 평생 삶의 터전이 되리라 그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저 조금씩 도우며 농장에 경영을 입히다 어느덧 25년 경력의 농업인이 되었다.

 

단 한번 농사일을 하게 되리란 생각도 하지 못했던 양세현 대표. 그녀는 당시 온실 한 동에 얼마 되지 않는 분화를 키우며 농장을 운영하는 남편을 보며 그저 반 취미쯤으로 여겼다고 한다. 양세현 대표는 주식을 투자해 수입을 조금씩 벌고 있었고, 농장은 수입이 있긴 했지만 정확한 계산이 있질 않았다. 회계 시스템이 전혀 미비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변 대부분의 농가가 그랬다.
양세현 대표는 이런 아쉬운 점을 조금씩 고쳐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어떻게 농장이 운영되고 있는지 돈의 흐름을 먼저 파악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소득이 창출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사업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이내 주식은 뒷전이 되고 농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8264㎡(2500평) 규모의 부지에 20여개 온실에서 칼랑코에, 사랑초, 안개꽃, 국화, 포인세티아 등을 재배하고 있는 미래농장.

매일 쓰는 회계장부
축적된 통계 치로 수익성 개선

중요한 것은 농장의 수익성이 얼마나 되느냐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양세현 대표는 은행원 시절에 했던 업무 능력을 그대로 농장 경영에 반영했다. 먼저 회계장부를 작성해 농장의 돈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따져보았다. 또한 재배하고 있는 분화의 개수와 공급물량, 출하시기 등을 따져 막연하게 생산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바탕으로 농장을 꾸려나갔다.
그렇게 농장 일을 시작한지 어느덧 25여 년이 흘러 현재 양세현 대표는 남편과 함께 8264㎡(2500여 평)의 20개 온실을 운영하는 여성농업인이 되었다. 연매출 4억여 원에 이를 만큼 성공적인 농장 운영인이 된 것이다.
“흔히 농사는 생산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깁니다. 제가 처음 은행을 그만두고 농장에 들어왔을 때, 우리 농장 뿐 아니라 주변 대부분의 농장이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중요한건 계획을 세우고 수익성이 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인데 말이죠. 생산이 중요한 만큼 경영의 효율화도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지를 쓰며 회계 기록을 축적해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라며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래농장은 경영의 효율화를 통해 정해진 연간 일정에 따라 분화를 재배하고 출하한다. 현재 4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꽃이 아름다운 칼랑코에
사이짓기로 시작

미래농장의 주력 재배 분화는 사랑초이다. 전국에 공급되는 사랑초의 약 80%를 재배하고 있다. 칼랑코에를 재배하기 시작한지는 이제 6년. 작기에 맞춰서 공급 가능한 작목으로 칼랑코에를 선택했다. 사이짓기를 통해 시장에 내놓는 분화의 종류와 물량을 조절하는데, 양세현 대표의 철저한 프로그램 운영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사전에 미리 공급가능한 분화의 일정을 공표해놓고 그에 맞춰 분화 재배를 하고 있다. 따라서 물량 공급이 일정하고 수익성 예측이나 경영 효율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계획 없이 일을 하는 걸 못 보는 성격이라 농장의 모든 일을 일정에 맞춰 진행합니다. 그래야 분화를 공급받는 화훼공판장이나 기타 거래처와도 거래가 원활하고, 무엇보다 농장의 경영에 있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칼랑코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칼랑코에를 매년 2~3월, 9~10월에만 출하합니다. 출하까지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시기에 딱 맞춰 재배를 하는 것이죠. 다른 분화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적인 여성농업인으로 여성농업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양세현 대표.

결코 쉽지 않은 농업
여성 농업인 목소리 커져야

양세현 대표에게 농업은 성공의 연속만은 아니었다. 94년, 98년, 2002년 3번의 큰 수해는 농장의 기반은 물론 빚더미에 앉게 만든 시련의 연속이었다. 복구될만하면 다시 덮쳐오는 수해의 무서움은 농장 운영의 포기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세현 대표와 그의 가족들은 다시 일어서 현재의 미래농장을 만들어왔다. 대학까지 나와 깊은 뜻 없이 농사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보란 듯이 이겨낼 수 있었다고. 이제는 농식품부 장관에게 상을 받고, 고양시 생활개선회 회장을 역임하는 인정받는 여성 농업인이 되었다.
양세현 대표는 “농업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개선 가능한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걸 느껴요. 특히 별거 아닌 작은 부분이지만 개선이 이뤄지면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것들이요. 저는 여성농업인으로 이런 점을 꾸준히 찾아내고 수정해나가고 싶습니다. 좋은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면 생산성도 더불어 향상되고 농업인의 몸과 마음도 편해집니다. 저 역시 작년부터 일주일에 3번만 현장에 나오고 나머지 날엔 집에서 일을 합니다. 계획적인 농장 운영을 수년간 해온 덕택이죠”라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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