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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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노래
  • 월간원예
  • 승인 2010.06.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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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바람/ 하승우 -

아직,
너를 부르지 못하였다.
이제나 저제나, 타는 조바심으로
네가 오는 길목 지키고 있었다.

언뜻,
너를 부르지 못하였다.
누렇게 뜬 네 모습에
차마 이름 부르지 못하였다.

이제,
너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네 얼굴 대해놓고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너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

목 축이는 샘물처럼
나는, 6월의 생생함을 꿀꺽 삼킵니다.
요동치는 녹음과 팔랑이는 이파리는
내 혈관 구석구석에 파고들어
바람이 불 때마다 햇빛에 반짝입니다.

장대비 내리는 어느 날,
켁켁… 삼켰던 6월을 토해놓고
태평양에서 불어 닥친 바람을 맞았습니다.
파란 바람은 산수국 얼굴에도 파랗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가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연연하여
중요한 것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산수국의 무성화(無性花)는 실제로는 꽃이라 할 수 없습니다.
곤충과 나비를 유혹하여 수분을(동물-수정, 식물-수분)이루기 위해
만들어 낸 가짜 꽃잎입니다.
진짜는 무성화 가운데에 있는 암술과 수술입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늘 산수국의 무성화를 떠올립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가짜가 아닌데,
사람들은 언제나 가짜에 환호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산수국의 무성화를 보는 것처럼
늘 헷갈리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나는 마침내 결정하였습니다.
無性花는 無性花로.
有成花는 有成花로 살아야함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을 정하니
평화롭습니다.

아름다움도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게 아니지만,
우리는 아름다움에 너무 과한 관심을 두는 건 아닐까요?
사람의 마음도
얼굴처럼 보고 읽을 수 있었으면,,,

바랩니다.

청 보리밭 휘젓다간 바람자리에
노랑꽃창포가 피었습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은방울꽃도
사람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을 피하지 마라
바람도 사람이 그리워 부딪히고 싶은 것이다

바람도 외로워 한다.
그래서 스스로 떨다가 눈물도 흘린다

오지 않는 바람은 기다리지 마라

내가 가는 곳 어디를 가나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바람이었다.

- 詩, 바람/ 하승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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