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분재 석정녀 대표
상태바
금강산분재 석정녀 대표
  • 월간원예
  • 승인 2010.09.29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분재는 정체기이다. 한때 폭발적이었던 분재에 대한 관심도 천천히 식어 버리고, 이제는 마니아층만 남아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금강산분재의 석정녀 대표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다양하고 화려한 분재 화분을 선보이면서 이목을 끈다. 지금껏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분재 화분의 대혁명, 그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분재 연출의 완성은 화분”

현재 우리나라 분재는 정체기이다. 한때 폭발적이었던 분재에 대한 관심도 천천히 식어 버리고, 이제는 마니아층만 남아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금강산분재의 석정녀 대표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다양하고 화려한 분재 화분을 선보이면서 이목을 끈다. 지금껏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분재 화분의 대혁명, 그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청계분재단지에 터를 마련하다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 청계분재단지에 위치한 금강산분재의 석정녀 대표는 1978년 취미로 처음 분재를 시작했다. 그후 점점 분재 양이 많아지면서 1998년 작업장과 교육장으로 쓰이던 현재의 661㎡ 하우스를 매장으로 꾸미고 본격적으로 분재 판매에 나섰다.
석 대표는 분재의 대중화를 위해 9년 전부터 분재교육을 꾸준히 해 오고 있는데, 지금도 매장에 자리를 마련해 10명의 교육생을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제일 처음 제 손으로 작업했던 것은 명자나무였습니다. 5000원 주고 구입한 명자나무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었을 때는 감동에 눈물이 고일 정도였죠.”
석 대표의 추억이 담긴 그 소중한 명자나무는 지금도 매장 한켠에 비매품 팻말을 붙인 채 꿋꿋하게 변함없이 놓여있다.

나무의 성격을 살린 분재로의 변화
일본 분재는 20여 년 전부터 조형미를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수형이 대두됐다. 틀에 박힌 듯 꽉 짜여진 분재, 답답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분재가 아닌 나무 나름의 성격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는 것이 자연수형 분재의 특징이다. 무조건 삼각형이라는 틀에 놓고 다듬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나무가 자라는 형태대로 이끌어주는 것, 그래서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닌 것이 바로 자연수형 분재인 것이다.
“분재수형은 그 나무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야 합니다.”
석정녀 대표도 나무다운 나무를 만들기 위해 기존 분재의 고정관념을 뒤집어 자연수형으로 분재를 만들고 있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무서운 분재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가꿀 수 있는 분재로의 전환을 꿈꾸는 것이다.

화분에 따라 분재 가치 달라져
매장에서 판매하는 분재와 화분의 비중은 각각 50%씩이다. 다른 분재 매장들과 달리 매장을 처음 꾸몄을 때부터 화분의 비중을 높게 잡아 시작해 현재 매출의 70%가 화분 판매이다.
“우리나라 분재는 무조건 어두운 계열 색상의 단색 화분만 사용하고 있었고, 저도 그것이 정석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을 나가 보니 실상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색상과 그림이 그려진 화분들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지요.”
석정녀 대표는 해외, 특히 일본 분재에 사용되는 갖가지 화분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왜 우리나라에는 저렇게 예쁜 화분이 없는 것일까 의문을 품은 그녀는 그렇게 일본제 화분을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외국은 화분에 독특한 디자인, 그림, 조각 등이 새겨져 있어 고가의 미술품으로까지 인정을 받는데 우리나라는 분재에 그런 화분을 사용하면 혹여 분재의 가치가 저하되지 않을까 염려해 고상하고 얌전한 화분만을 사용하고 있다. 석 대표는 우리나라에 노출되지 않은 화분 수집가들이 많다며 “분재에 맞는 화분을 사용하면 오히려 절대적 가치를 지닌 예술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보급 명화를 화분에 그려 넣다
석정녀 대표는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것을 벗어나 직접 우리나라 명화를 그려 넣은 화분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경기도 이천에 ‘태경요’라는 공방에 화가 2명에게 부탁해 그림을 그리는데 둘의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 그것이 또 매력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만든 화분에는 일본인들이 인정하는 국보급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석정녀 대표도 화분을 제작할 때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나 김홍도, 신윤복의 민화 같이 대중에게 크게 사랑받고 있는 유명한 작품을 주로 그려 넣는다. 명화를 재현하거나 창작 그림을 그려 넣은 화분은 민족의 특성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또한 기계로 찍어내지 않고 사람이 일일이 붓을 들고 그린 것이어서 아무리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려도 조금씩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차이에서 비롯된 ‘유일성’은 화분의 가치를 높여 작품으로서 의미를 갖게 한다.

분재미술관 건립이 앞으로의 목표
금강산분재에는 화분의 크기와 그림의 난이도에 따라 3만원부터 60만원 이상까지 다양한 화분이 전시되어 있다. 석 대표는 “올해가 호랑이해여서 호랑이가 그려진 화분을 소량 생산했는데 수집가들에게 꽤나 인기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그림이 그려진 화분을 생산·판매하는 곳은 금강산분재 뿐이었다. 최근 그림이 그려진 화분을 생산·판매하는 곳이 속속 생겨 났지만 석정녀 대표만큼 방대한 양의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없다.
화분은 매장을 운영하는 분들이 분재를 심어서 팔기 위해 구입하는 영업용 화분과 수집하기 위한 수집용 화분으로 나뉜다. 영업용은 저렴한 것이 특징이고 수집용은 작가가 작품성 있게 만들어 오래도록 두며 골동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찍이 화분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평생토록 수집한 화분을 갖고 전시회를 여는 애호가도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화분의 더딘 발달이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석 대표는 현재 소장하고 있는 분재와 화분을 전시할 수 있는 ‘분재미술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세계 명품 화분을 전시해 향후 화분을 만드는 작가와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우리나라 화분 소비층의 안목이 높아질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의 식을 줄 모르는 분재 사랑이 분재미술관으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황제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