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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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람이 되고 싶다.
  • 월간원예
  • 승인 2011.01.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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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다시 한 해를 보내며…/김형태 -

새 사람이 되고 싶다.

 

 

글·사진 | 들꽃세상 대표 김성민

 

 

“새 사람이 되고 싶다.”
“새 사람이 되었다.”

送舊迎新(송구영신)을 앞에 하고
우리는 바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어디,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만
우리는 가고 오는 길목에 서면 이렇듯
바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새날을 맞이하든
새로운 다짐을 하든 상관없이
남쪽 따뜻한 고향에선 지금도
분홍 까실쑥부쟁이가 한창입니다.

우리가 도시의 삭막한 공간에서
밤낮으로 부대끼고 지쳐가고 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알지 못하노라” 하는 듯,
無心(무심)한 꽃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느 날,
눈이라도 펑펑 쏟아져
온 세상이 하얀 솜이불을 덮었을 때
이렇게 청초한 애기모람의 이파리를 만나보라.
그 작은 잎이 가진 귀여운 톱날을 만져보라.

아, 아,
우리가 후회하고
미련을 남기는 순간에도
고사리科 어린잎은 이렇게
새로운 날을 시작합니다.
오늘, 새날을 걸어온 자리에서
다시 새날을 기다립니다.
우리가 늘 그리하였던 습성으로
다시 태어나 돌아올 날을 기다립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색감으로 돌아온들,
우리가 어찌 반갑게 맞이하지 않겠는가.

두려워하지 말고 오라.
약속대로 돌아오라.
이미, 우리는 운명이다.
사람이여,
꽃이여~

 

 


다시 십이월, 끝자락으로 가는 길
바람에 흩날리는 저녁연기처럼
한 해가 또 이렇게 가는구나
눈을 감지 않아도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이런저런 아쉬움만 상고대처럼 새하얗게 맺히고……

오늘 같은 날은 함박눈이라도 흠뻑 내렸으면 좋으련만
허물과 어둠까지도 다 덮어버린 대지 앞에 홀로 서서
아무도 밟지 않는 길. 어제와 내일을 회자하며 걷고 싶다.

차를 타지 않아도 덜컹거리고, 멀미나는 세상……
아침이슬처럼 늘 깨어있는 삶이고자 했지만,
지평선처럼 하늘과 동행하는 길을 걷고자 했지만,
돌아보니, 여전히 부족한 것들과 함께
그늘과 아픔이 깊이 드리우고 있었다.

다시 새해를 맞으려면
속에 있는 부끄러운 퇴적물부터 뱉어내야 하는데,
그래야 새 술을 담을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낡고 찢겨진 부대로는 담을 수 있는 것이 없는데,
내가 새로워지지 않는 한 새해는 영원히 담을 수 없는 것을……

알고 보면,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온다는 것은
그저 하루의 해가 지고 뜨는 것뿐일 텐데
그런데도 오늘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는 것을 보면
나이테 하나가 새롭게 그어 지나보다.

눈 속에 파묻힌 저 마른 나뭇가지들도
새날을 꿈꾸며, 봄의 기운을 키우는 것처럼,
우리도 마음 속 출렁이는 바다에서
눈부신 태양 하나를 힘차게 건져 올릴 일이다.

 

- 詩, 다시 한 해를 보내며…/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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