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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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여, 일어나라
  • 월간원예
  • 승인 2011.04.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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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만 있어다오,
나는 널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
한 남자가 굳게 다짐을 합니다.

“이렇게라도 만났으니 이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남편이 부인의 시신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연의 대재앙 앞에 온 지구인이 마음 아파하고,
그들이 이 고통을 잘 이겨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햇빛 좋은 어느 날,
지축을 흔드는 진동에 놀란 두려움이 채 가시기 전
거대한 파도가 일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실눈을 뜨고 바다를 바라보던 소년이 벌떡 일어난 순간,
괴물 같은 파도가 마을을 덮쳤습니다.
온 마을이 장난감처럼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엄마 손을 잡고 나란히 골목길을 걷던 여자아이가 깜짝 놀라
엄마 곁으로 다가설 때에 여자아이는 이미 소용돌이치는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엄마, 엄마~아”
날카로운 아이의 외침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

엄마는 아직 아이의 온기가 남아 있는 자신의 손이 원망스럽습니다.
엄마는 어서어서 아이를 만나 제 품에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망각(忘却)속에서 다시 생성되는 기억을
소년은 떨쳐버릴 수 가 없습니다.
호자나무 꽃과 패모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거대한 파도만 남았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오른손이 찌릿찌릿 저려옵니다.

윤노리나무 꽃과 선씀바귀를 좋아하던
아이의 체온이 고스란히 엄마 손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이의 흔적이라도 찾으면
이제 막 피어난 하얀 진달래꽃을 따다
아이에게 덮어주고 싶습니다.

웃고, 부대끼고 사랑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그곳에서
목 놓아 부르짖는 그대들이여,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산꽃 닮은 그대들이여,

저 새싹의 에너지로
일어나라.
일어나, 다시 웅비(雄飛)하라.
웅비(雄飛)하거라.
(대재앙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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