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들꽃 야생화로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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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들꽃 야생화로 피는 꽃
  • 월간원예
  • 승인 2011.05.11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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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

보았습니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피는 꽃을...

보았습니다,
나는.
풀꽃, 들꽃, 야생화로 피는 꽃을...

작약 꽃이 만발한 5월엔
그리움이 목에 걸려
다시, 그리움을 켁켁 토해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꽃은
소년이 기억해내려고 발버둥 쳤던 망각(忘却)입니다.
그렇게 한 고비가 지나면 온 들판에
5월이 가득 피어나곤 했습니다.

붉은 토끼풀과 자운영 사이로 바람이 지나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까마득히 들려옵니다.

정향나무 꽃내음에 코를 킁킁거리면
황홀한 5월이 소년을 흔들어 놓습니다.
아,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오는 은방울꽃 향기는
어머니의 내음과 같습니다.
보드랍고 둥근 꽃모양도 엄마 젖무덤을 닮았습니다.
소년은 기억해 냈습니다.
고향과,
엄마와,
엄마의 향기를.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돌아가겠노라...

이제, 돌아가야 할 곳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5월입니다.

보았습니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피는 꽃을...

보았습니다,
나는.
풀꽃, 들꽃, 야생화로 피는 꽃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詩,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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