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돌아 온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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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돌아 온 7월
  • 월간원예
  • 승인 2011.07.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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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주춤한 낮 시간,
오지랖 넓은 개양귀비가 오운마을을 지켜봅니다.
도심 속의 시골.
한 낮인데도 정적에 휩싸여 있습니다.
모두 묵상( 默想)이라도 하는 듯 ….

은빛으로 피어나 금빛으로 찬란해지는 인동처럼,
우리는 단 한번이라도 찬란하게 빛난 적이 있었을까.
빙빙 올라타는 덩굴 따라 마음만 꼬이지 않았는지.
어머니,
못난 아들을 용서하십시오.

그리우면서도 그립다 말 못하고,
부르고 싶으면서도 부르지 못하는
아들을 용서하십시오.
다만,
가슴으로 그리워하고
불러보고 있는
아들입니다.
어찌, 이 나라 아들은
말없이 그리워만 하는지요….

어머니, 당신이 헤아려 주십시오.

밤꽃 내음이 오운마을에 무성합니다.
비릿한 내음이 바람을 타고 골목길을 휘젓고 다닙니다.
코를 찌르는 陽香은 우리가 잠시 놓아 버린,
망각한 시간을 낚아챕니다.
하여, 靑春이 달려 왔습니다.

백만 송이 꽃보다 아름다운 들꽃은
개망초와 감자개발나물이란 이름을 달고
오늘도 마을 앞을 지키고 있습니다.

밤꽃이 만발한 어느 날,
커다란 궁둥이 씰룩이며 장돌뱅이 따라 나선 순동이
엄니가  씰룩쌜룩 다시 돌아올지 몰라서일까.

홑치마에 속치마를 받쳐 입은 용가시나무 겹꽃도
긴 목을 빼내어 오운다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행여나, 돌아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중얼거리던 할매는
재작년 밤꽃이 무성한 대밭에 묻혔습니다.

텅 빈 순동이네 집 섬돌 틈으로 찾아든 솔잎국화도,
벌겋게 달아오른 붉은찔래꽃도
이 땅 주인 닮아 가는 들꽃으로
마루 밑에서,
울타리에서
돌아올 식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수레국화 심던 아이와
산수국 심던 아비는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陽香이 퍼지던 날이면
피릿병에 된장 붙여 오운川에 담그던 추억을,
알기나 할까.
기억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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