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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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나는 길에
  • 월간원예
  • 승인 2011.09.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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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라, 가지마라.”
“오지마라, 오지마라.”
한들,
가고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으랴.
한날(一日)안에 여름과 가을이 함께 했던 지난 날.

이제,
바람이 지나는 길에 서 있습니다.

보랏빛 바람을 느끼며
또 내 안에 나를 바라보고,
한계를 느끼며 멈추고 싶었던 시간.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 지는 풍경…
그리움.
좋아하는 나팔꽃 세 송이가 나란히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함.

바람이 유홍초와 주홍빛을 만들어 노니는 모습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리움.

각도에 따라 엉겅퀴의 낯빛이 달라지고
바람은 내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의식한 것 같다.
눈치 빠른 바람, 바람.

이렇게 바람은 빛 위에 그림을 그려
보석 같은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고
나는 유혹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만다.

행복한 시간이었지,
바람. 너도 행복했겠지
고맙다, 바람.

이미 내 마음을 알아버린 넌 이제서야 나와 하나가 되어 주나봐.
보케가 아름다운 사진을 담기 위해선 명제인 메밀꽃이 등장해줘야만 했다.
바람아 그렇다고 너보다 메밀꽃을 더 맘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
말 안해도 알지?

또한 유홍초야,
네 잎을 포커스 하지 않는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너로 인해 아름답게 빨간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좋았을 뿐,
다른 오해는 하지 말기를.

바람의 냄새,
빛의 모습,
하늘의 색깔.
가을은 이렇게 우리에게 멋진 선물을 주었다.

코스모스 가지 끝에 바람이 쉬어 가나 봐
바람을 느낄 수 있어.

“가지마라, 가지마라.”
“오지마라, 오지마라.”
한들,
가고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으랴.

잠깐 숨이 멈춘 듯,
눈을 뗄 수 없고
시야에서 벗어날 때 까지
바람이 머무는 코스모스를 찾고 있다.

사락사락 바람의 소리를 만들고
바람이 전하는 햇살에 반짝 거리며
바람의 향기를 던져주는…
이제,
그 시간이 지나는 길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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