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자연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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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자연 만나다
  • 월간원예
  • 승인 2011.09.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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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담‘그림이 있는 정원’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위치한 99173m² 대지 위에 펼쳐진 자연은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진다. 홍성 8경에 속하기도 한다는 이곳은 다른 수목원과는 조금 다르게 자연위에 자연을 심고 키워 온 임진호 대표가 운영하는 9번째 사립수목원이다.
40년 전 임 대표는 그저 나무가 좋고 꽃이 좋았다. 억샌 산에 이쁘다는 꽃과 희귀한 나무, 돌만 있다면 전국 어디든 돌아다니며 이곳 ‘그림이 있는 정원’에 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하나 둘 숲이 무성해지며 혼자보기 아까워 수목원으로 지정받고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건 6년 전 부터라고….

사랑을 담은 선물
‘그림이 있는 정원’은 입구부터가 심상치 않다. ‘어떻게 저렇게 자랐을까’ 싶을 정도의 희귀한 나무들이 누군가를 지키기라도 하듯 단단히 서있다. 460여 종의 목본류와 870여 종의 초본류가 모여 사는 정원에는 아주 어린 나무부터 400년이 넘은 오래된 나무들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하고 그 안에 그림이 가득한 갤러리가 있다. 임 대표의 첫째 아들은 그림을 좋아했다. 하지만 나무를 사랑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원예과에 가게 됐고 대학교 야유회에서 목을 다쳐 전신마비가 된 것이 벌써 18년 전이다. 혼자서는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아들의 유일한 세상인 창 밖 풍경을 위해 봄이면 새 생명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고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과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으며,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눈부신 설경을 위해 정원을 가꿨다. 나중에 시간이 더 흘러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을 때에도 혼자 밖에 나와 바람도 쐬고 자연을 느끼게 하기 위한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이었다. 
300년 된 소나무 옆을 따라 산책길을 걸으면 곳곳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몸을 쓸 수 없는 아들이 입으로 붓을 들고 그린 그림을 가득 전시해 놓은 갤러리며, 휠체어로 불편함 없이 다니게 하기 위한 산책로, 모든 화장실도 장애인들을 위한 전용시설과 낮은 테이블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아들의 작품이 가득한 이 갤러리에는 매년 작품 전시회도 열리고 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두 번이나 입상 하면서 화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들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무다. 작품마다 ‘나무’와 ‘자연’이 그려진 그림들은, 아버지를 위한 아들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라져가는 자연이 보존된 곳
기적을 일구어 낸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이 담긴 정원 곳곳에선 우리나라 대표 수목인 소나무가 중심을 이루고 향나무와 공작 단풍나무를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다. 혼자보기 아까운 산책로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키가 하늘에 닿을 듯한 일본목련나무 숲 그늘에 앉아 사랑하는 이들과 도시락도 먹고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누면 꽃향기를 품은 바람이 어느새 코끝을 간지럽힌다.
가지가 찢어질듯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목백일홍(배롱나무)을 지나 매목원에 들어가면 빨간 기둥의 반원형 온실이 자리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식물과는 다른 식물종인 아열대 식물이 전시된 곳이다. 잔디화원 옆으로 길게 뻗은 연산홍길로 접어들면 붉게 물든 꽃들이 서로 자랑이나 하듯 붉은색, 흰색, 분홍색등 진한 채색으로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수목원을 관람하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에는 아기자기한 정감이 묻어있다. 수목들이 만들어 주는 자연그늘과 나무 내음을 느끼며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전망대를 향해 가다보면 돌탑분수대를 만날 수 있는데 자연석의 돌탑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층 운치 있으며 하늘로 솟아올라 뿌려지는 물줄기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적셔준다.
흐르는 물과 대화를 하며 마음에 고민까지 흘려 보내면 고요한 수목원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폭포가 어떤 고민도 들어줄 것이다.
자생식물들과 소나무로 어우러진 자연생태원은 인공적인 조경을 배제하고 주변 잡목제거와 토양개량만으로 자연 생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의 상호작용을 통한 순리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그 뒤를 지나면 푸르른 수목들에 둘러싸여진 야생화원이 나오는데 파란하늘 아래 봄부터 가을까지 피어나는 온갖 야생화의 신비롭고 색다른 생태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림이 있는 정원’에 가장 꼭대기인 전망대에 오르면 수목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장면 하나하나 마음에 눈으로 도장을 찍고 내려오다 까페테리아 ‘메이’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우고 따뜻한 차를 마시니 자연이 몸 안으로 퍼지는 기분이다.
살아 있어서 기쁘고 건강하다는 것을 이곳에 온 모두가 느끼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도 같이 심었다는 이 정원은 가족의 아픔을 사랑으로 이겨내고 자연으로 치유하는 임 대표의 기적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어 더 값지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느끼지 못했던 모든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이 있는 정원’은 오늘도 아들의 작품이 되어 또 다른 색으로 갈아입고 있다.   
취재/이미화 기자·사진/장대선 기자 wonye@hortitimes.com
 트위터 @hortitimes
문의 : 041-641-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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