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기는 땅을 놀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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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기는 땅을 놀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 월간원예
  • 승인 2023.09.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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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김정호·주금자 대표

<월간원예=편집부>양평군 개군면 상자포리에서 시설과 노지 각 6611㎡(약 2000평)씩 총 13000㎡(약 4000평) 규모의 서현농장을 운영하는 김정호·주금자 대표. 1980년대 산업일꾼이었던 김정호 대표는 청년시절 특기를 살려 하우스를 직접 지을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나다. 남들과는 다른 사고를 해야만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김 대표는 꾸준히 휴지기를 통해 땅을 재생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휴지기가 필수”라는 김정호·주금자 대표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정호·주금자 대표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파견근무
젊은 시절 고생이 농사에 도움 돼

“비교적 안정적인 파견지로 정평이 나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로 파견을 가기로 하고 복잡한 수속절차를 모두 거쳤어요. 그런데 웬걸, 공항에 도착하니 인솔하는 회사 측 사람이 이라크 행이라는 겁니다. 당시 이라크는 이란과 전쟁 중이었어요. 까딱하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앞이 캄캄했죠.”


김정호 대표는 1980년대 해외로 파견을 나가 건설업을 이끌었던 산업일꾼이었다. 사우디로 파견 가는 줄 알고 나갔다가 계획에 없던 이라크로 가게 됐을 때도 고국에 남은 아내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꿋꿋이 버텨냈다. 당시 아내인 주금자 대표는 아들을 임신한 상태였다고. 김 대표와 주 대표는 머나먼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며 각자의 몫을 버텨내며 세월을 보냈다. 이라크에서 업무를 마친 김 대표는 곧장 귀국하지 않고, 회사에서 연계해 준 사우디아라비아의 파견지로 이동해 해외 파견을 이어갔다.


그렇게 몇 년간 타국에서 쌓았던 눈물과 그리움의 경험은 현재 특출난 손기술이 되어 서현농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쌓은 기술로 직접 하우스를 제작하고 각종 시설을 정비하는 김 대표. “어디서나 자기 자리에서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스스로의 성실이 자신을 돕는 날이 온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의 얼굴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이 아름답게 빛났다.

 

버건디
테디베어
화이트나이트
레모네이드

 

청경채, 토마토 등 각종 채소부터
후리지아, 글라디올라스, 아네모네, 신품종 화훼까지

김정호 대표는 약 20여년 전 청경채 재배로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토마토, 오이, 고추, 각종 쌈채소 등 다양한 작목을 재배했다.

많은 품목 중에서도 분당 서현동에서 토마토를 재배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재밌었다는 김 대표. 당시 서현동 농민들 사이에서 “서현동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토마토양이 가락시장 거래물량 못지않을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하며 당시를 회고했다. 각 농가에서 하루 1t 가까이 생산된 토마토를 도로에 설치한 매대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했는데, 서현동 토마토 매대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바로 김정호 대표이다. 농장에서 수확해 토마토 매대로 옮기고 직접 호객행위를 하는 일들이 처음엔 버겁고 힘들었지만, 차츰 익숙해지자 지금도 성남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할 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이후 김 대표는 여주를 거쳐 지금의 양평군으로 터를 옮겨 화훼를 주 품목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화훼도 후리지아, 글라디올라스, 아네모네, 해바라기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 중이다. 지난 작기에는 신품종 해바라기인 화이트나이트, 테드베어, 버건디, 레모네이드를 키워 출하했는데, 김 대표의 해바라기 신품종은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5개 한 묶음 한단에 9000원대인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매번 신품종 시험재배에 도전합니다. 신품종은 정보가 부족해 농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을 터득하고 재배에 성공하면 독보적인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풍년이면 배부르고 좋은 시절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풍년이면 시장 포화상태로 다 같이 죽는 모양새가 되는 실정입니다. 신품종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고품질의 작물을 생산하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김정호 대표가 손수 지은 하우스. 김 대표는 휴지기 토양관리를 통해 고품질 화훼 및 농산물을 생산한다.
김정호 대표는 휴지기 동안 구근관리를 하며 겨울작기를 준비한다.


휴지기는 땅을 놀리는 것이 아닌
‘땅을 재생하는 시기’

“휴지기를 거쳐 고생한 땅을 쉬게 하고, 재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는 것을 실천하기란 참 어렵더군요. 아닌 것을 알면서도 땅을 소독하고 재생하는 시간 동안 작물 생산이 안 되니 마치 땅을 놀게 두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러다 선충과 뿌리응애로 고생을 하고 난 뒤에 휴지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휴지기’입니다.”


6월 초 김 대표의 농장을 찾았을 때, 김 대표의 시설 하우스는 휴지기에 들어서 한참 토양소독 작업 중이었다. 고랑을 파서 열전도율을 높인 땅에 스프링클러로 작업을 한 후, 비닐로 덮어 고온 소독을 하고 있다고. “땅이 건강하면 채소든 화훼든 어떤 작목을 심어도 병치레를 덜 합니다. 병치레를 염려할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약값도 아끼게 됩니다. 영양제며 각종 좋다는 약품은 차후의 선택지입니다. 일단 땅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약을 줘도 받아들일 수가 없으니까요.”


김대표는 휴지기를 거쳐 땅이 다시 건강해지고 난 뒤 겨울작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음 작기를 위해 구근을 준비하며 겨울을 기다리는 김 대표는 취재 도중에도 틈틈이 토양소독을 점검하며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렇듯 김 대표의 세심한 돌봄 덕인지 서현농장의 해바라기는 여느 꽃보다 선명한 화색과 또렷한 화형이 돋보였다.


“휴지기든 신품종 시험재배든 큰 줄기에서는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막연함이 주는 불안감이 있지만 탄탄한 준비와 자세로 임하면 갑절 이상의 이익을 주기 때문이죠. 저는 앞으로도 해바라기 뿐 아니라 다양한 신품종을 재배해 볼 생각입니다. 지자체 및 유관기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안주하지 않고 자구책을 찾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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