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성격이 만든 품질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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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성격이 만든 품질의 차이
  • 월간원예
  • 승인 2013.01.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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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내 습도 낮추기가 관건

농장탐방I절화
거베라


밀양 은주농원 조신희 대표
깔끔한 성격이 만든 품질의 차이

 

거베라는 습도에 민감해 관리가 까다로운 꽃 중 하나다. 2년에서 3년까지도 수확할 수 있지만 습도 관리를 실패하면 뿌리 썩음병, 곰팡이병 등의 발생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경상남도 밀양시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조신희 대표는 재배가 어려운 거베라를 고품질로 생산하면서 국산 품종에도 열정을 가지고 시험재배에 임하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꽃 농사 전문가
꽃 농사를 시작한 지 어느 덧 30년 째. 늘 꽃과 함께 생활한 덕분인지 조신희 대표 부부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보다 온화한 미소가 가득했다. “거베라 농사만 해도 15년 째”라는 조 대표에게 ‘경남 제일 전문가’라는 수식어는 그저 겸손하게만 보인다.
거베라는 연작장해가 심한 작물이지만 조 대표는 3966m²(1200평)의 온실에서 9년 째 거베라를 키우고 있다. 이웃 농가들은 “대체 비결이 뭐냐”고 궁금해 하며 정보를 얻으려 애쓰지만 그럴 때마다 조 대표는 ‘허허’ 웃으며 “남들 하는 것과 똑같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정말로 특별한 비결이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조건에 똑같은 약을 친다고 아무리 말해도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조 대표의 거베라는 차원이 다른 신선함을 자랑한다. 유일한 철칙이라면 하우스 내부가 습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뿐이다.
“거베라 2년 연작이 어렵다는 농가가 많은데 물을 많이 주면 뿌리에 역병이 오게 되어있다”고 조 대표가 설명했다. 그에게도 역병이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 병이다.
조 대표는 토양의 영양 조건이 불균형할 때 나타나는 연작 장해나 온실가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온실가루이는 발생 한 후에는 구제가 어렵다. 잎 뒤에 알을 낳기 때문에 약효가 듣지 않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7가지 국산 품종을 키우고 있다. 휘트니, 하모니, 제니, 레드옥션, 핑크자이언트, 골드문 그리고 아직 정식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시험재배 품종이 있다. 그는 “품종이 7가지는 되어야 구색이 맞다”며 “거베라는 색깔 별로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도 품질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조 대표의 은주농원은 농촌진흥청 화훼과와 경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의 시범농가로 활동한 지 각각 6년, 10년이 되었다. 매년 품종평가회를 하면서 국산 품종의 장점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었고 “구태여 수입 품종에 로열티를 주면서까지 키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육성한 품종도 충분히 색깔이 좋고 크고 수량도 많기 때문이다.
가격 면에서도 국산이 우수하다. 수입 모종 값은 2,000원이라면 비해 국산은 1,000원에 살 수 있다. 수입 모종을 쓸 경우 높은 로열티 때문에 모종 값이 경영비의 절반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국산 품종의 또 다른 장점은 약해가 없다는 것이다. 적응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수입종은 강도가 낮은 약을 써도 바로 약해가 온다”고 조 대표가 말했다.
조 대표는 꽃 색깔이 잘 나오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겨울철 온도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양제를 적절한 시기에 시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 쪽은 온도관리다.
“거베라를 키우다가 상품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으면 포기하고 난방을 안하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었다. “불을 떼지 않아 온도가 내려가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이 시기에 관리를 잘 하면 품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하우스 내 습도 낮추기가 관건
조 대표의 거베라는 양재동 화훼공판장으로 출하하거나 위탁판매하고 있는데 한 단에 6,000원의 가격을 받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평균 가격은 3,500원 선을 이루고 있지만 최상급 거베라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밀양에서 서울까지 꽃을 가져가는 동안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습진이 나타나 잎이 무르는 것이다. 이렇게 꽃의 상태가 변하면 당연히 팔수가 없다. 그러나 조 대표는 “그런 문제점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조 대표는 온실 내 습도를 잡기 위해 두둑의 멀칭을 비닐을 반만 둘렀다. 땅 속에 습기가 차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수분이 적으면 식물의 뿌리가 깊게 내리고 곰팡이가 없다. 관수를 할 때도 식물에 모자란 듯하게 물을 준다. 습해를 입으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보온 커튼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달았다. 외부에 설치하면 바깥와 하우스 내 기온 차이로 습기가 많이 차고 흘러내리기 때문이다. 습기 제거용 환풍기도 수시로 활용하며 이랑을 높게 만들어 습기와 병을 줄인다. 조 대표의 하우스에서 또 한 가지 특별한 것은 나무 기둥이다. 쇠기둥이 아닌 나무기둥을 세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우스를 세울 때부터 밤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낮에는 내뿜는 나무의 특성을 고려해 지금과 같은 형태를 만들었다. 태풍이 부는 날에도 힘을 분산시켜 휘청거리기만 할 뿐 쓰러질 염려는 없다. 
밀양에서는 꽃 농가가 급격히 줄어 75농가에서 30농가가 유지되고 있다. 조 대표는 “꽃 농사에도 돈이 많이 든다”고 털어놓으며 “지난해 하우스가 물에 다 잠겼는데 바로 수입종을 구매해서 농사지으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겨 꽃을 살릴 수는 없었지만 즉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자금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꽃 수확 전에는 굴파리, 응애, 곰팡이, 역병, 온실가루이 등을 다 잡아야 한다. 수확이 모두 끝나고 새 묘를 심기 전에는 균충제와 영양제, 동물 아미노산 등을 넣는다. 묘는 조직 배양으로 만들고 정식 적기는 4월 초이며 8월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약 2년 간 수확을 하고 한 주에서 약 60개의 꽃을 얻을 수 있어 연 중 2만 2,000 단 가량을 수확한다. 봄에 7,000단을 수확한 적도 있었다. 시세가 좋으면 2억 원의 소득을 올리기도 한다.
잠든 손주를 등에 업은 채 조 대표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그의 아내는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도 옷 더럽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기이하다는 듯 말했다. 오랜 기간 조 대표를 봐 온 밀양시농업기술센터 양성창 지도사는 “그것이 기술”이라며 “깔끔한 성격이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기본에 충실한 재배법으로 고품질 거베라를 키워내는 조 대표는 앞으로도 국산 품종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취재/조병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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