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은 여름의 과채? 앞당겨진 수박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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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여름의 과채? 앞당겨진 수박의 계절
  • 이지우
  • 승인 202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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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군 박철호 대표
경기 양평군 김기현 대표
경기 양평군 방춘웅 대표

여름의 대표 과채로 손꼽히는 수박. 그러나 시설재배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겨울과 봄에도 수박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비교적 기후가 따뜻한 경남 함안군은 예로부터 해를 넘기는 재배로 1월 겨울 수박을 출하하는 수박의 본고장이다. 또한 경기 양평군은 후작으로 10월 추석 멜론을 출하하기 위해 재배 시기를 당겨 여름 수박이 이제 나올 7월 초 수확을 끝내기도 한다. 월간원예는 경남 함안군과 경기 양평군을 찾아 추위를 이겨내고 수박을 재배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수박도사의 함안 흑미수박 맛 보세요~! - 경남 함안군 박철호 대표

박철호 대표는 40년간 함안 수박을 유통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수박도사’라는 애칭으로 불려왔다. 특히 농가와 협력해 흑미수박을 재배하고, 이를 시장에 공급하면서 흑미수박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박 최대 주산지 중 하나인 함안에서 수박도사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 40년간 수박을 연구하고 함안 수박을 전국으로 유통해온 박철호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복싱을 하다 방향을 바꿔 수박에 전념해온 그의 날카로운 눈매와 다부진 몸은 지난 삶을 짐작게 했다.

 

함안은 수박의 고장
모두가 수박도사

함안은 설 명절을 기준으로 겨울 수박부터 1년 농사가 시작된다. 7월 10일경 수확을 마무리하고 휴경에 들어가면 다음 설 명절에 출하를 맞춰 수박 재배 준비를 한다. 9월부터 순차적으로 정식을 하면 1월 말~2월 초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수박이 나온다. 겨울 가온을 따로 하지는 않고 주로 12~16온스의 이불을 덮어준다. 가온하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고, 열선 설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마저도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덧붙여 박 대표는 아무리 좋은 종자라도 땅이 밑받침돼야 좋은 수박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땅은 사질토, 점토, 황토, 마사토 등 다양한데 수박은 특히 황마사토에서 잘 자랍니다. 이런 땅에선 다른 약을 안 써도 알아서 잘 자라죠. 수박은 물이 필요한 작물이지만, 줄 땐 주고 끊을 땐 끊어야 합니다. 물을 뱉어내지 못하고 머금게 되면 수박은 필연적으로 망가집니다.” 
함안 지역에선 겨울 조기 재배 일반 수박으로 농우바이오 스피드꿀이 대세를 이룬다. 박 대표는 스피드꿀이 재배가 용의하고 상품성이 무난해서 농가에서 선호한다고 한다. 함안은 워낙 수박재배를 오래 했고, 기술력이 높아 재배 농가 모두가 수박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흑미수박은 삼성종묘에서 8년간 개발해 선보인 제품으로 과피가 얇고 당도가 높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흑미수박은 착과 초기 기존의 수박과 같이 무늬가 선명하지만, 수확 시기가 다가올수록 검게 변하고 무늬가 흐려진다.

수박도사는 애칭
흑미수박은 목숨과 같다

박철호 대표에게 수박도사란 별명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그는 조금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도 소비자가 지어준 별명이라고 대답했다. “오다가다 수박을 사다 먹는 이들에게 맛있는 수박을 자세히 설명해줬더니, 사가신 분들 수박도사라고 애칭처럼 부르던 말이 어느덧 제 직업이 되버렸습니다.”
특히 그는 일반 수박뿐만 아니라 수박 무늬가 흐리고 과피가 검은 ‘흑미수박’을 시장에 앞서 공급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흑미수박은 삼성종묘의 품종으로 8년간 개발에 몰두해 선보였다. 함안은 손꼽히는 수박 주산지로 함안 재배농가에서 호응을 얻어야 성공적인 품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박 대표는 흑미수박을 주도적으로 공급해 전국적인 상품으로 키워냈다. 

흑미수박은 12브릭스에 달하는 높은 당도로 일반적인 수박 대비 맛의 차이가 확실하다. 흑미수박을 한번 찾으면 반드시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저는 일반 수박과 흑미 수박 모두 팔지만 단골손님은 반드시 흑미 수박을 다시 찾습니다. 일반적으로 11브릭스면 소비자가 맛이 나쁘지 않다고 여기지만, 흑미수박은 12브릭스 혹은 그 이상까지 나오기 때문에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밖에 없죠.”

박 대표의 흑미수박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흑미수박의 시장 반응이 한창 좋았던 지난 2017년 본인의 수박도사 타이틀을 상표권까지 달고 무려 61만 주에 이르는 모종을 농가에 공급했으나 당시 남부지방에 우박과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반 이상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그때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시장에 무작정 공급을 늘려서 점유율을 끌어올리자는 생각이었지만, 하늘은 저에게 다시 시작하라고 하신 거죠. 상품성이 좋은 흑미수박의 가치를 살리고 희귀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잘 키워서 시장에 공급하자고 마음먹었죠.”

박 대표는 스스로 흑미수박은 자신의 목숨과도 같다고 말한다. 흑미수박은 수확 시기만 잘 조절하면 꿈의 당도인 14브릭스까지 노려볼 수 있는 고품질 수박이라며, 유통인의 관점에서 적절 수확기를 며칠 사이로 두고 언제 따느냐가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한다. 수확을 며칠 늦추면 당도가 올라가지만, 고객이 만족할만한 식감을 유지하기 어렵고, 이른 수확을 하면 흑미수박 본연의 고당도를 오롯이 맛보일 수 없으므로 아쉽다는 것이다. 

 

양평 수박의 자랑, 수박 육묘의 장인 - 경기 양평군 김기현 대표

양평수박연구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기현 대표. 그는 뛰어난 농사기술로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새농민 본상 표창을 받은 인물로 수박 육묘의 장인으로도 불리 운다. 15브릭스의 높은 당도로 매년 억대 매출을 가뿐히 넘기는 것은 물론, 양평 지역의 특색 있는 일교차와 일조량을 다각적으로 활용하며 양평수박 명품화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김기현 대표. 가히 장인이라는 호칭이 명실상부하다.

 

장인의 손길로 육묘부터 재배까지
백색비닐로 차별화하는 고품질 수박

수박 농사 26년 차. 대한민국 각지에서 개발된 수박 신품종들은 보급 전 시범 테스트를 위해 김기현 대표의 하우스로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김 대표는 수박 농사의 대표 장인으로 이름나 있다. 총면적 5300㎡(1600평), 하우스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수박 모종들은 모두 씨앗부터 받아 김 대표가 직접 기른 것들이다.
“올해 신품종으로 농우바이오의 ‘뷰티풀026’ 종자를 받아 테스트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보통 팜한농의 ‘당당한’을 주 품종으로 재배 중인데, 녹비작물을 심어 조성한 근균이 많은 토양으로 초세부터 건강한 뿌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육묘의 핵심입니다.”

멀칭 과정에서 백색 비닐을 쓰는 것 또한 다른 농가와는 차별되는 김기현 대표만의 비법이다.
“잡초에 취약하긴 하지만, 지온 상승 및 일조량 확보를 위해서 백색 비닐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고온 작물인 수박은 생육 초기부터 지온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뿐더러, 최대한의 일조량으로 충분한 광합성이 이루어져야 당도 높은 고품질의 수박을 수확할 수 있죠.”
특히 당도의 경우, 수박 몸통을 햇빛에 완전히 노출해 주는 것과 추비를 하지 않는 것이 단수 시기 조절과 더불어 당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임을 김 대표는 강조했다.

수박 농사 26년 차인 김기현 대표는 대한민국 각지에서 개발된 수박 신품종이 보급 전 시범 테스트를 위해 그의 하우스로 모일 정도로 수박 농사의 장인으로 이름나 있다.

입소문 자자한 당도 높은 양평수박
26년의 노하우로 매년 억대 매출 기록

김기현 대표의 수박은 물맑은 양평 수박으로 이름을 붙여 청운공선장을 거쳐 농협 하나로마트로 들어간다. 첫 출하는 보통 6월 초·중순으로 다음 작기인 멜론을 정식을 위해 7월 초까지 모든 수확을 마친다.
“지난해 양평 수박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받았습니다. 공선장 납품 기준이 11브릭스인데, 최고 15브릭스까지 나왔어요. 지난해 공선장으로 출하한 농가가 전체의 20%였는데, 양평 수박이 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 가격이 올라가니 올해 132 농가 중 80 농가가 출하 신청을 했습니다, 수박연구회 회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죠.”

김 대표의 수박은 수확량이 많은 경우, 추가로 구리시장으로 보내기도 하는데, 시장 내 담당 중개인이 있을 정도로 그 수박 맛이 정평 나 있다. 구리시장을 통해 롯데백화점과 롯데 마트에서 판매가 된다는 김 대표의 수박. 장인의 명성에 걸맞도록 매년 억대 매출을 훌쩍 넘기지만 꾸준한 신품종 시범 재배를 이어가며 그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다채로운 수입농산물로 농가가 많이 어려워졌지만, 우리가 아는 시원하고 단 수박 맛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경쟁력이죠. 씨앗부터 수확까지 제 손으로 전부 일구는 일이 쉽지 않지만, 소비자는 물론, 나아가 우리 농민들의 설 자리를 위해 이 정도의 고집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병충해 없는 이모작으로 매출 상승 - 경기 양평군 방춘웅 대표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김재관 원예기술팀장(좌)과 방춘웅 대표(우)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의 수박단지는 현재 61ha의 면적을 자랑하는 경기도 유일의 수박 재배단지이다. 132 농가로 이루어진 양평수박연구회는 지난 3월 10일 올해 첫 삽을 시작으로 45만 통 출하, 55억 원의 농가소득을 이번 여름 목표로 삼았다. 이곳 청운면에서 10년째 수박을 재배 중인 방춘웅 대표. 그는 수박연구회 회원 중에서도 남다른 부지런함으로 재배에 열의를 쏟고 있다.

 

땅 관리는 건강한 농사의 시작 
연작 염려 덜어내는 토양소독법

총 2400㎡(720평), 하우스 7동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방춘웅 대표는 토양관리를 농사의 철칙으로 꼽는다. 여름 수박과 가을 멜론, 이모작으로 소득의 안정화를 꾀한 방 대표는 토양소독으로 병해충 방제의 해답을 찾았다.
“지난해 양평군농업기술센터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토양소독을 실험해 보았습니다. 작물을 심기 전, 롤러로 다듬어 놓은 토양에 에탄올과 물을 섞어 살포하는 것인데, 전에 없던 효과를 보았죠.”
약 0.5~1% 농도로 물에 희석된 에탄올을 스프링클러 혹은 점적 호스를 이용해 땅이 충분히 젖도록 뿌려주는 이 토양소독법은 살포 후 비닐멀칭 작업을 통해 토양을 완전 밀폐시킨 상태로 열흘을 보낸다.
“비닐 작업을 마치고 하우스 문까지 닫아 놓으면 증발하는 과정에서 내부 온도가 80도까지 올라갑니다. 토양 내부가 꽤 오랜 시간 고온 상태를 유지하면서 일련의 바이러스 및 해충들을 박멸하며 소독이 이루어지죠.”

과채류와 화훼 등의 시설 원예작물은 연작으로 인해 세균, 선충, 바이러스 등의 병해충 피해가 다분히 일어난다. 에탄올을 이용한 이 토양소독법은 친환경적인 것은 물론, 적은 비용과 쉬운 작업으로 병원성미생물 방제에 탁월한 효과를 보는 것으로 농촌진흥청에서 첫 기술개발이 이루어졌다.
“지난여름 수박 농사가 끝나고 멜론 정식 전 처음으로 시도한 방법이었는데, 결과가 좋아 올해는 수박 농사 전에도 시행했습니다. 지온 또한 상승하기 때문에 수박 정식 전 작업으로도 안성맞춤이죠.”

방춘웅 대표는 삼중 부직포를 활용해 파종부터 보온에 신경을 쓰는데 비닐을 씌워서 보온하는 것보다 습기조절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한다.

삼중 부직포로 냉해피해 없어
학교급식 납품으로 소득의 안정화 

양평 수박 산지유통센터에서 비파괴 당도 검사와 크기 선별을 통해 하나로 마트 및 시장으로 출하되는 방 대표의 수박은 GAP 인증은 물론 보다 높은 당도로 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을 받는다.
“해충에서 벗어난 것이 건강하고 당도 높은 수박 생산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식 전 두 번의 소독 과정이 녹록치는 않아도 자부심 있는 수박 생산을 목표로 한다면 좀 더 부지런해 질 수 밖에 없죠.”

올 4월, 유난히 불안정한 기상으로 냉해로 인한 생육 불안이 우려되기는 했지만, 삼중 부직포 보온과 하우스 여닫는 작업으로 습도를 조절하여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방춘웅 대표. 그의 수박은 6월 중순경 수확을 시작하고, 그 작업은 7월 초까지 이어진다.
“수박 농사를 마친 후 추가의 토양소독과정을 거친 후에 멜론 재배를 시작합니다. 멜론은 기술센터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보통 학교급식으로 납품이 이루어져 매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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