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파는 국내산 체리, ‘홍향’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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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파는 국내산 체리, ‘홍향’을 아시나요?
  • 이지우
  • 승인 2020.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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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이완복 대표

충남 서산시는 마늘, 벼 등 노지 재배 비율이 높은 농가의 품목 다양화를 위해 체리, 블루베리 등의 핵과류 지원 사업에 나섰다. 평생 마늘을 재배해 온 이완복 대표는 서산시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체리를 재배하기에 이른다. 그에게 체리는 노후대책의 일환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한창 수확기를 맞은 6월 중순 서산시의 체리 농장. 이완복 대표는 4년 전부터 체리를 재배하기 시작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본격적인 수학기를 맞았다. 이 대표의 농장에는 홍향, 좌등금, 블랙스타, 월산금, 홍수봉 등 약 7가지의 체리가 재배되는데 이는 다품종 재배를 통해 재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처음 체리를 재배하는데 아는 게 있었을까요. 당시 묘목 식재를 담당한 요엘수목원 김경종 대표가 농장 설계를 적극적으로 임해줬어요. 가장 중요한건 한두 가지 품종만을 집중적으로 식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죠.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은 몰랐는데, 4년차 수확기를 맞아보니까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자연히 알게 되었죠.”

이 대표의 체리 농장은 약 3636㎡(1100평) 정도로 이 중 절반은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체리는 총 170주를 식재했는데 이 중 150주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크지 않은 부지에 7가지 품종이나 고루 식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가 서로 맞물려 있다고 하면 맞는 표현 같아요. 만약 개화기에 냉해가 왔다고 생각해보세요. 일제히 개화기가 와서 수정이 돼야 하는데 냉해를 맞으면 그땐 한해 농사를 망치는 거거든요. 근데 품종이 다양하면 저마다 개화기가 다르고, 수정에 서로 도움을 주기 때문에 피해를 덜 받을 수 있어요. 한 품목이 피해를 입어도 다른 품목은 살릴 수 있고요. 또한 수확기가 저마다 다르니 노동력 절감은 물론 출하시기도 늘릴 수가 있죠. 이를테면 분산투자라고 해야 할까요?”

 

이완복 대표의 농장에는 홍향, 좌등금, 블랙스타, 월산금, 홍수봉 등 약 7가지의 체리가 재배되는데 이는 다품종 재배를 통해 재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맛이 좋은 홍향
수확 후 즉시 예냉으로 저장성↑

이완복 대표의 체리 농장 대표 품종은 ‘홍향’이다. 그는 홍향을 가지고 전주에서 있었던 품평회에 참여한 일화를 들려줬다.

“홍향이 너무 맛있는 거예요. 전주에서 품평회를 한다기에 홍향을 들고 갔는데 참여한 품종만 30가지더라고요. 체리 이름을 떼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참여한 인원 중에 80%가 홍향을 선택했어요. 홍향은 16브릭스에서 최대 20브릭스까지 나올 정도로 맛이 뛰어납니다. 다만 껍질이 얇아 보관성이 좀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이 대표는 홍향의 약점인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수확 즉시 예냉을 해서 저온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새벽 4시부터 수확해서 예냉 후 저온창고로 들어가면 일주일도 끄떡없다. 빨리 열을 식혀서 저온 창고에 보관하면 물도 생기지 않는다. 이 대표의 홍향은 맛이 워낙에 좋아 먹어본 구매자의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고.

이 대표는 체리 생산량의 대부분을 인근 직거래와 택배 거래로 출하한다. 수확 후 예냉한 체리를 아이스팩과 동봉해서 오후 3시에 보내면 소비자는 최대 만 이틀 만에 받기 때문에 신선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격은 500g에 1만원 고정이다. 보통 물량이 덜한 수확 초기에는 비싸고, 물량이 많은 수확 후기에는 자연히 가격이 떨어지지만 이 대표는 아예 고정가로 받고 있다. 초반에는 조금 손해 보더라도 혼선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아예 가격을 고정해버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시기마다 다른 가격보다는 정해진 가격으로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는 고정가가 오히려 낫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의 체리 농장은 약 3636㎡(1100평) 정도로 이 중 절반은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체리는 총 170주를 식재했는데 이 중 150주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대표의 체리 농장은 약 3636㎡(1100평) 정도로 이 중 절반은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체리는 총 170주를 식재했는데 이 중 150주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산 신선한 체리
한번 먹어보면 그 맛 잊지 못해

흔히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체리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체리는 그 지역에서 대부분 직거래로 소비되고, 본격적인 대량생산으로 마트까지 유통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반 소비자는 수입산 체리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다.

“농장에 와서 직접 체리를 사가는 고정 소비자 분들이 많아요. 와서 농장 구경도 하고 체리를 먹어보기도 하시는데, 다들 감탄을 하십니다. 국내산 체리가 이렇게 달고 맛있구나 하고 말이죠. 참 안타까운 일이예요. 해외에서 배타고 며칠에 거쳐 들어오는 수입산 체리를 사드시다 싱싱한 국산 체리를 먹어보니 얼마나 다르겠어요? 저는 구매자가 수시로 농장에 오기 때문에 약제로 친환경만 씁니다. 수확 후 세척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냥 따서 바로 먹어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이 대표의 농장은 지난해 약 500kg의 체리를 수확했다. 모두 직판으로 출하가 되었고 시장에 내놓을 물량은 남지 않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더 늘어나겠지만 이마저도 물량 부족이다. 그는 수입산 과일의 대량 유입으로 기존 시장 질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며, 앞으로 체리를 비롯한 경쟁력 있는 국산 과일의 약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MINI INTERVIEW

김경종 요엘수목원 대표

지난 40여 년 동안 종묘를 업으로 살아온 요엘수목원 김경종 대표. 유실수, 관상수, 특·약용수 등 묘목 생산과 보급에 힘써온 그는 지난 2010년 한국과수종묘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우수한 체리 묘목의 국내 보급에 앞장서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완복 대표가 체리 농사를 시작한 당시, 요엘수목원 김경종 대표는 묘목 보급뿐만 아니라 식재 컨설팅까지 진행해 오늘날 농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과수 산업의 흐름이 확연히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핵과류의 부흥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전통적인 과일보다는 간편하게 조금씩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대세를 이룰 것입니다. 특히 과일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기도 하는 체리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품목입니다. 대량 생산을 하는 단지화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하고 싶어도 물량이 부족해 여전히 수입 체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맛은 물론 신선도에서 수입산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국내산 체리의 유통은 필연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요엘수목원은 묘목 보급뿐만 아니라 올바른 식재를 통한 재배 안정성 확보를 위해 품종 상성은 물론 수분수 배치까지 농장 상황에 맞도록 종합 컨설팅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농장의 성장은 곧 요엘수목원의 성장과도 같습니다. 앞으로도 양질의 묘목을 공급하고 농가의 동반자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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