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는 色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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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는 色을 좋아한다
  • 김민지
  • 승인 2020.12.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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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점장(아시아종묘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

상당수의 도시농부는 지차체에서 분양하는 다섯 평 내외의 텃밭에서 도시농업을 하게 된다. 그들이 재배하는 작물은 연간으로 해도 10여종을 넘어서지 않는다. 상추, 치커리 등 쌈채가 주류를 이루며 가을이면 김장을 위해 배추와 김장무를 재배하는 것이 대부분의 도시농부의 규칙적인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천편일률적인 것처럼 보이는 도시텃밭이 기존 농업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그것은 도시텃밭에는 다양한 색(色)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업 관련 이미지나 캐릭터에는 초록색이 공통적으로 포함될 정도로 녹색은 농업을 상징하는 색이다. 하지만 도시농업에서는 녹색이 더 이상 유일무의한 절대적인 상징이 아니다. 도시 텃밭에 가면 아직도 초록색 작물이 대다수이지만 다양한 컬러를 가진 작물이 많기 때문이다.

 

 

겉과 속의 색깔이 같은 작물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다. 보라무의 경우 겉과 속 모두 보라색이지만 과일무의 경우 겉은 흰색이지만 속이 빨간색이고, 노란색 비트는 겉은 오렌지색이고 속이 노란색이다. 다양한 색상의 방울토마토는 주말농장을 상징하는 작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고, 빨간색 잎을 가진 홍빛 열무, 보라색의 치커리, 노란 잎의 황경근대, 빨간색과 노란색의 비트, 보라색 무 등 다양한 색을 가진 작물이 도시텃밭에서 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도시농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물의 색은 아직까지는 초록색이지만 다른 컬러를 지닌 작물의 인기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다. 보라색 무, 빨간색 무, 빨간색 비트, 노란색 비트 등 화려한 색을 가진 작물은 도시농부가 선택하는 ‘최애’ 작물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빨간색의 적환무는 초보 도시농부의 통과의례처럼 선택받고 있으며, 당근의 경우도 기존의 오렌지색 이외의 노란 당근, 보라색 당근이 먼저 선택받고 있다. 가정에서 키우기 어려운 빨간색 배추도 직접 모종을 만들어 텃밭에서 키우겠다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도시농부들도 있다. 

 

다양한 색상의 치커리
다양한 색상의 치커리

 

도시농부가 색 있는 작물에 관심을 더 가지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 번째 이유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색깔을 가진 작물이 보기에 좋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생산되는 작물의 상당수는 날것 그대로 먹는다. 쌈채소는 물로 씻은 후 그대로 먹거나 고기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샐러드로 먹는 방식도 보편적이다. 초록색 채소 사이사이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채소가 섞인 샐러드는 보기에 좋고 입맛도 돋우는 훌륭한 음식이 된다.


쌈 전문식당에 가면 다양한 색상의 쌈채소가 제공된다. 저렴한 메뉴에는 초록색 쌈채소가 제공되는 반면 비싼 메뉴를 시키면 다양한 색상의 쌈채소가 제공된다. 비싼 메뉴에만 빨간색과 보라색 채소가 포함되니 이들 채소가 고급종이라는 인식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고급식당과 비싼 메뉴에만 제공되는 고급 채소를 텃밭에서 키우려는 도시농부들의 마음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도시농부에게 색을 가진 작물의 인기가 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 작물이 가지는 다양한 효능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 하루 다섯 가지 이상의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는데 다섯 가지 채소의 색은 다양하게 구성되곤 한다. 색을 가진 컬러채소에는 녹색채소에 없는 영양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색상의 채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채소의 빨강, 노랑, 보라 등의 색소 성분이 질병 발생률을 크게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고, TV 건강 프로그램에서도 잇달아 소개되고 있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은 보라색과 적색 채소, 베타카로틴 성분이 많은 노란색 채소, 라이코펜 성분이 많은 초콜릿색 토마토 등을 무농약 농업으로 직접 재배하려는 도시농부의 행동은 이 같은 전문가의 의견에 비춰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자색 아스파라거스
자색 아스파라거스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을 찾는 고객 역시 컬러를 가진 채소에 호의적이며, 초보 도시농부일수록 색이 있는 채소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다. 도시농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색은 보라색이다. 보라색 채소에는 대표적인 황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고 요리에 활용해도 색이 곱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안토시아닌 성분은 체내 유해물질인 활성 산소를 억제해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지속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말농장에서 인기 있는 자색채소는 자색 치커리, 자색 무, 자색 콜라비, 자색 당근 등이 있다. 이들  채소는 녹색 일변도의 텃밭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보라색 열무, 동치미용 보라색 무 품종은 색이 고와 백김치 등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보라색 아스파라거스도 재배면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주로 개인 소유의 텃밭에서 재배되고 있는 인기 컬러 채소 품종이다.

 

과일무(단홍무)
과일무(단홍무)


텃밭에서 재배되는 빨간색 채소도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빨간색 야채는 방울토마토이지만 최근 들어 적환무와 비트, 홍빛열무 등을 재배하는 도시농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20일 정도인 적환무는 20일무라고도 불리며 재배가 쉽고 재배기간이 짧아 도시농부에게 큰 인기를 모으는 작물이다. 통상 래디쉬로 불리는 무로 근피가 예쁜 선홍색이며 둥글고 속은 치밀하고 순백색 채소이다.

 

열무 중에서도 붉은색을 띄는 홍빛열무는 파종 후 한 달 지나면 수확할 수 있고, 도시농업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으며, 작게 키워 베이비채소로 활용하는 분들이 많아 인기 작물이다. 빨간색 비트의 경우 잎과 뿌리 모두 인기 있는 작물로 최근 TV 건강프로그램에 비타민 채소로 잇달아 소개되면서 텃밭의 대표작물로 급성장하고 있다.
비트는 ABC주스로 대표되는 건강채소로 널리 알려지면서 도시농부 사이에서도 필수 재배작물로 등장하고 있다.


텃밭에서 노란색은 단연 노란색 방울토마토가 일등이다. 아직까지 텃밭에서 노란색 채소를 찾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근대의 일종인 황경근대가 잎과 줄기에 노란색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초록 잎에 가려져 있지만 확실한 노란색을 특징으로 하는 채소가 있다. 바로 노란색 비트이다. 아시아종묘의 경우 ‘골든보이’ 품종으로 소개된 작물로 잎은 초록색이고 뿌리의 외형은 오렌지색이지만 육질은 완전한 노란색의 인기 채소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지자체가 분양하는 주말농장을 활용하는 도시농부의 입장에서 다섯 평 내외의 한정된 공간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의 수는 기껏해야 네다섯 종에 불과하다. 상추, 열무, 배추, 감자를 심으면 텃밭에 더 이상의 공간은 없다. 이처럼 작물의 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도시농부가 색이 고운 이색작물 재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도시농부가 색을 가진 작물에 관심을 가질수록 도시텃밭의 색은 더욱 컬러풀해지고 주말농장의 모습은 더욱 화려해질 것이다.

 

 

[농업 현장과 함께하는 월간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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