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세균성 병해 발생특성과 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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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세균성 병해 발생특성과 방제
  • 김민지
  • 승인 2021.07.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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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배 화상병 초기 증상(왼쪽·가운데)과 후기 증상(오른쪽)

 

배 과수원에서 실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병은 곰팡이균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 4~6월에 집중적으로 약제방제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최근 들어 과수화상병, 가지검은마름병, 녹줄기마름병 등 세균성 병해가 배과수원에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 세균성 병해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격리시키는 방법이 전 세계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감염환경이 되는 기상여건을 분석해 살균제로 예측방제를 하는 것, 방화곤충에 관련한 전파요인 차단, 작업자와 농기구의 위생관리, 생육기에 과도하게 햇가지가 무성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의 종합적 관리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최근 문제시 되는 배 세균성 병해로 과수화상병, 가지검은마름병, 녹줄기마름병의 발생특성과 실용적 방제기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배나무 세균성 병해 발생특성 


(1)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
과수화상병균과 배가지검은마름병균은 병원균이 어위니아(Erwinia spp.)라는 세균이지만 종명이 다르다. 그러나 병 진전과정과 외부증상이 비슷해 잎자루가 붙은 채 고사하고 낙엽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증상만으로 두 가지 병해를 쉽게 구분하기란 힘들다.


주로 새순과 주변 잎에서 특징적인 증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끈적거리는 세균덩어리가 노출될 경우 처음에는 연갈색을 보이다가 차츰 흑갈색으로 변한다. 이렇게 햇가지나 열매가 건조한 상태로 유지되다가 비가 오면 병원균 유출액이 씻겨 나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잎에서 증상을 보면 잎자루(엽병), 잎, 햇순 등으로 처음 전개되며 잎맥이 검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그림1).


흔히 혼돈할 수 있는 유사증상으로써 ① 장마 후 급격한 고온으로 수분 스트레스를 받거나, ② 줄기마름병(동고병)으로 인해 잎과 줄기가 함께 말라 죽는 증상, 그리고 ③ 붕소장애로 잎이 작아지고 햇가지(신초) 끝부분만 동시에 말라 죽는 증상이 있다.


이들 3가지 증상은 공통적으로 초기 증상에 있어 잎자루나 엽맥이 검게 변하지 않은 특성이 있어서 세균성 병해 증상과는 구분이 쉬운 편이다. 그러나 초기 증상을 벗어나 2주 이상 시간이 경과되면 증상 구분이 어려워지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4~6월에 걸쳐 주기적 예찰을 실시하고, 발병 초기에 전문기관의 정확한 진단과정이 필수적이다.

 

(2) 녹줄기마름병
최근 전남지역 배 재배농가의 성목 30주에서 부분적으로 가지고사증상이 진전됐고 병원균을 분리한 결과 Dickeya fangzhongdai 등 3종 병원세균이 분리됐다. 병 증상이 줄기에 한해 진행되고 건조할 경우 마치 녹물이 엉겨 붙은 것처럼 보여 녹줄기마름병(bleeding canker)으로 불린다.


녹줄기마름병의 증상은 1~4년생 줄기에서 초기 줄기 표면에 연한 흑갈색 수침상을 보이다가 줄기 내부에 수액유사물질이 꽉 차는 형태를 보인다. 이후 건조되어 녹물 색깔을 보이며 줄기표면을 따라 수액과 세균 혼합물이 나온다. 이후 신초와 줄기에서 고사증상이 진행된다.


이렇게 초기 증상은 일반 세균병인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의 증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흐르는 수액이 건조되면 철 녹슨 형태를 남기며, 일부 광택을 보이게 되는데 이때 외부 증상이 특징적이라 후기 진단이 쉬운 편이다(그림2).


이 병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일 증상이 보고됐으며, 태풍 후 늦여름에 집중적으로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녹줄기마름병균에 감염되면 우선 가지 일부만 말라서 죽지만, 그대로 방치하면 최종적으로 가지 전체로 확대되어 큰 가지가 죽고, 나무세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녹줄기마름병의 방제를 위해서는 조기에 감염부위를 잘라내서 과수원 밖으로 처리해 소각하도록 한다. 그리고 절단된 부위를 포함해 가지부위에 석회보르도액 등 동제제를 강우 전 2~3회 집중 살포하도록 한다. 이런 위생처리만으로도 이후 재발하지 않고 완벽하게 방제할 수 있다.

 

그림 2. 배 녹줄기마름병(가칭) 증상
그림 2. 배 녹줄기마름병(가칭) 증상

 

배나무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 방제기술


(1) 재배관리 작업
과수원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신발, 의복, 사다리, 전정도구, 신규 묘목 등에서 병원균의 차단이 필요하다.  특히 외부 전정사와 농작업 인부들이 올 때는 70%이상 에틸알콜로 분무소독을 해야 한다. 가위와 톱과 같은 전정도구는 작업하는 나무 줄이 바뀔 때마다 소독해 병원균 전파를 세심하게 차단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특히 지제부에 발생한 흡지를 수시로 제거해 병원균이 쉽게 정착하는 것을 차단하도록 한다. 신규 묘목을 심을 경우 병 발생이 되지 않은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묘목은 심지 않도록 한다. 구입한 묘목이 있다면 반드시 구입처와 구입날짜를 작업일지에 기재해 두는 것이 좋다.


질소비료를 많이 시비한 경우 도장성 가지가 많이 생겨서 세균성 병해뿐만 아니라 곰팡이성 병해에도 취약하게 된다. 또한 배수가 불량한 과원은 지상부 생육이 강해지지만 조직이 연화되어 감염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맛있는 과실생산을 위해서라도 배수대책은 계획적으로 실행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4월 중하순 개화기 무렵에 세균성 병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에서 온 벌통을 주변에 배치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인공수분을 한 경우에도 수분도구와 꽃가루를 통한 병원균 전파를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꽃가루 사용을 자제하고 적과한 과실은 수거 후 매립해 잠재적 위험요소를 만들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5월과 6월에 적과, 유인, 하계전정 등을 하게 되는데 세균병 감염이 우려되는 지역은 고접이나 적심작업을 가급적 삼가하고 유인 위주로 신초를 관리하도록 한다. 또한 수확기에는 수확기계와 바구니, 가위, 사다리 등 수확도구는 과원 단위로 수시 소독하며 외부인의 과원 출입을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림 3. 개화 전 구리함유 살균제 처리시기

 

(2) 소독액 만들기
에탄올과 염소소독액을 이용할 수 있다. 70%로 에탄올 혼합액을 만들기 위해 에탄올(함량 83%) 250ml에 물 47ml을 섞어 혼합액을 만들면 된다. 에탄올 소독액은 작업복, 장감, 작업모 등에 작업도중 수시로 분무하여 소독할 수 있다.


염소 소독액은 200ppm으로 희석하여 사용하는데, 락스(염소함량 4%)의 경우 락스 100ml에 물 20리터, 염소함량이 12%일 경우 락스 33ml에 물 20L를 혼합해 사용하고, 혼합한 당일에 한해 사용하도록 한다. 전정가위와 톱은 이물질을 잘 씻어내고 염소 소독액에 5~10분간 충분히 담궈서 소독하도록 한다. 염소소독액은 금속성분의 농자재에 녹이 발생하거나 의복의 경우 탈색이 유발되므로 사전에 주의해 사용한다. 

 

(3) 주기적 병 발생 예찰
농업연구기관과 행정기관이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 발생지역의 모든 사과와 배 과수원을 대상으로 매년 4회에 걸쳐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관찰과 행정적 노력만으로 병 발생을 확인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 농작업 도중 농장주가 세균성 병해 의심증상을 발견할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과 관련된 기술정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혀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의심증상을 발견할 경우 시·군농업기술센터 담당자에게 반드시 알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세균성 병해라면 관계기관과 협력해 조기 차단조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언론기사를 참고해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균의 확산추세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일 과수화상병 의심주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식물방역법 제50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4) 약제방제
(개화 전 방제) 꽃눈이 발아해 비늘잎(인편)이 떨어지기 전에 살포하는 것이 약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림3에서 (나)와 (다)가 함께 보여서 각각 1:1 비율로 보일 때가 좋다. 이 때 사용이 가능한 살균제와 유기농업자재는 희석배수를 정확하게 지켜서 단용 처리를 하도록 한다.


석회보르도액을 사용할 경우 유기농업자재로 등록된 것을 사용하면 좋으며, 자가제조해 살포할 경우 4-4, 4-8, 6-6식으로 제조된 것을 이용하도록 한다. 월동기 병해충 방제를 위해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해야 할 경우 3월 중순까지 완료하고, 석회유황합제 살포 7일 후 개화 전 방제적기에 약제를 살포하도록 한다. 특히 등록된 살균제 살포가 어려운 무농약재배나 유기재배 농가는 개화 전 약제방제 시기에 유기농업자재로 등록된 석회보르도액을 1회 살포하도록 한다.


(개화 후 방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시·군 전체와 인접한 시·군 중 발생지 반경 5km이내 관리구역, 그리고 특별관리구역 내 과원을 대상으로 개화 후 방제를 실시한다.


방제시기는 꽃이 과수원의 80% 수준으로 핀 후 5±1일, 15±1일 로 구분해 2회에 걸쳐 살포하도록 한다. 개화 후 1차 살포는 꽃이 80% 수준으로 핀 후 5±1일, 즉 그림4의 (다)에서 5일 후에 살포한다. 그리고 2차 살포는 꽃이 과수원의 80% 수준으로 핀 후 15±1일, 즉 1차 살포 후 10일에 처리한다.


약제는 개화기 방제에 사용이 가능한 살균제를 정해진 희석배수, 안전사용 시기 등을 확인 후 살포하되, 미생물농약인 바실루스서브틸리스큐에스티713 수화제 등의 경우 환경조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개화 후에 감염위험이 높지 않은 조건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충남과 경북지역까지 과수화상병이 확산되고 있어서 배 농가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20여 년간 도시화와 노령화로 인해 배 산업이 계속 위축되는 상황에서 과수화상병 확산은 배 산업 근본을 흔들 정도로 위협이 되고 있다.


위기 앞에서 해야 할 일은 마음을 모으는 지혜다. 농업현장에서 주기적으로 예찰해 이상증상은 관계기관에 빨리 알리는 일, 각자 과원관리에 있어 철저하게 위생지침을 지키는 일, 그리고 폐원과 보상행정 처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일 등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지금도 과수화상병에 대해 묵묵히 연구하고 지도하는 관계자들을 신뢰하는 분위기를 견지하면서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글=농촌진흥청 배연구소 송장훈 농학박사   

정리=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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