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가꾸는 데에 겨울철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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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가꾸는 데에 겨울철이 최고!
  • 월간원예
  • 승인 2022.02.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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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호미씻기’는 음력 7월 보름 경 백중, 양력으로는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에 해당한다. 논매기와 밭매기가 끝나서 호미를씻어 넣어 둔다는 뜻에서 나온 것인데, 삼복 동안 애쓴 농민들에게 잠시의 휴식을 주자는 의미였다. 그러나 백중 때의 호미씻기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진정한 호미씻기는 가을걷이가 끝나는 11월 중하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1년의 농사에 너나 할 것 없이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농업인들에게 매우 어려운 해였기 때문이다. 1월은 폭설과 혹한, 일조부족에 시달렸다. 3월 역시 혹한과 일조부족으로, 6월에는 늦서리로, 8~9월에는 늦장마와 태풍 곤파스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 해를 기약하면서 농업인들은 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분주했다. 영농 설계에도 열심이지만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흙을 분석하고 흙 가꾸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흙이 건강해야 재해에 피해를 덜 입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주인과 함께 흙도 지치게 마련이다. 흙은 작물의 요구에 응해서 지니고 있던 양분을 다 내어 준다. 게다가 작물이 먹고 싼 배설물(절대량이 수소이온(H))도 다받아 지니고 있다. 물론 자연은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다. 소모된 양분의 일부는 흙에 잠재해 있는 것이 녹아 나온다. 또 빗물이 배설물의 일부는 제거해 준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양분과 제거되는 수소이온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연의 도움만으로는 내년 농사를 풍작으로 이끌 수 없다. 때문에 토양개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토양개량의 핵심은 두 가지, 유기물과 산성을 개량하기 위한 석회(논에는 규산질비료)로 집약된다. 유기물에는 한 해 동안 작물이 빨아먹어 소모된 8가지 미량요소(붕소(B), 구리(Cu), 염소(CI), 철(Fe), 망간(Mn), 몰리브덴(Mo), 니켈(Ni), 아연(Zn)) 등이 다 들어 있다. 석회는 흙에 강하게 붙어 있는 수소이온을 끌어내고 그 자리로 들어간다. 그 결과 흙은 중성 쪽으로 이동하고 산성일 때 잠자고 있던 인산, 칼륨, 황, 몰리브덴, 구리, 붕소 등이 녹는 꼴로 바뀌어 쉽게 작물의 먹이가 된다. 석회비료 중에서도 석회고토(마그네샤석회)를 주면 산성도 개량되고 칼슘과 마그네슘이 동시에 공급되어서 일석이조가 된다.

그럼 왜 농한기를 토양개량의 적기라고 할까? 작물이 있을 때는 전면을 다 개량할 수도 없고 또 작업하기도 어렵다. 긴 겨울 동안 개량제가 흙과 잘 섞여 효과가 높아진다. 무엇보다도 미리 산성을 개량해 주면 내년 화학비료의 이용률이 높아진다는 이점이 있다. 10만 원 어치 비료를 넣을 때, 적어도 3만 원은 이득을 보게 된다.

유기물을 줄 때 주의사항 한 가지가 있다. 반드시 유기물을 흙속에 넣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흙과 접촉해야 부식으로 되어 십 년 내지 수백 년 두고두고 긴 효과를 낸다. 반대로 공기에 노출되면 삭아서 없어져 부식도 만들어지지 않고 질소 성분이 날아가는 등 손해가 크다.

왜 토양개량에 유기물 석회를 사용 하나?

완전한 인간이 드문 것처럼 완전한 흙도 드물다. 특히 우리나라 흙은 더욱 그렇다. 우리 흙 대부분의 현주소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양분을 지니는 용량(양이온 교환용량)이 낮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곡창지대의 1/5~1/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료를 많이 주어 영양과다증에 걸려 있고, 상당량의 비료가 지하로 새고 있다. 흙의 원료인 모암이 산성암이라 선천적으로도 강산성이다. 그런 흙을 경작을 통해서 개량해 왔다. 전혀 경작하지 않은 산 속의 흙은 pH가 4.4~5.0인데 비해 밭은 5.1~6.1, 논은 5.8~6.2로 높아졌다. 이는 석회나 규산질비료의 덕도 있지만 용인 같은 알칼리성 비료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작물이 좋아하는 pH 6.0~70보다는 낮다.

이런 우리 흙을 개량하는 데는 유기물과 석회(논에는 규산질비료)가 최고이다. 왜 그럴까?

방이 10개인 집이 있다고 치자. 그 중 방 5개가 쓸데없는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다. 석회는 이 집에 들어가 방을 깨끗하게 치워 방 10개 모두를 쓸 수 있게 해 준다. 방을 점령하고 있는 잡동사니는 수소이온(H)’이다. H은 전기적으로 흙 알갱이에 워낙 강하게 붙어 있어서 다른 양분은 그 자리를 넘볼 수 없다. 다만 석회만이 그 놈을 몰아낼 수 있다. 석회가 그 자리에 있으면 다른 양분은 쉽게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석회가 pH를 올리면 숨어있던 방 2, 3개도 슬그머니 나타난다. 이렇게 pH에 따라 방의 개수가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것을 pH의존전하’라 한다. 또 석회가 흙을 중성 쪽으로 올려 주면 산성일 때 잠자고 있던 인산, 칼륨, 황, 몰리브덴, 구리, 붕소 등이 잠에서 깨어나 작물이 쉽게 빨아먹는 꼴로 된다.

그럼 유기물은 어떻게 효과를 내나? 우리 흙은 양분저장 용량이 10개밖에 안 된다. 아주 작은 셈이다. 이에 비해 같은 무게의 유기물은 무려 방을 250개나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방이 25배나 많은 대형 콘도라 할 수 있다. 유기물을 넣어 주면 방 개수가 늘어나서 양분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유기물은 14가지의 필수양분 말고도 벼에 좋은 규소(Si), 콩에 좋은 코발트(Co)와 셀렌(Se) 등도 있어 잘 크고 인체에도 좋은 각종 미네랄을 공급해 준다.

유기물을 줄 때는 다음 사항을 꼭 기억하자. 유기물은 공기에 노출되면 삭아서 손실이 많다. 하지만 흙 속에 넣어 주면 수백년 동안 두고두고 효과를 낼 수 있다. 유기물이 분해되어 흙과 결합해야 비로소 부식이 되고, 그래야만 효과가 오래 간다. 

 


글=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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