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맞은 이파리 회춘될까?
상태바
태풍 맞은 이파리 회춘될까?
  • 이혁희 국장
  • 승인 2022.04.05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산에 눈 홀기지 마세요.

요즘 괜히 인산에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산 당사자가 알면 무척 억울해 할 것 같다. 흙에 인산이 너무 축적되다 보니 무슨 해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인산이 200~300mg/kg (ppm과 같은 단위이다)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흙에는 기껏해야 20mg/kg밖에 없어서 개간지에서 인산비료를 주지 않고서는 농사를 짓지 못했다. 그래서 70년대부터 인산비료를 과다하게 주었기 때문에 1000mg/kg, 시설 하우스에서는 심한 경우 7700mg/kg짜리도 보았다.

인산이 많이 축적되면 문제가 생긴다. 논에는 이끼가 많이 낀다. 세포의 핵을 만드는 성분이라 작물뿐만 아니라 미생물, 특히 병원균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다. 그래서 인산이 많으면 병도 잘 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인산 때문만이 아니고 오래 농사를 지어서 다른 양분도 덩달아 많이 축적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염류장해도 생기고 병원균이 많아 연작장해도 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인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는 다른 양분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보다 훨씬 적다. 인산은 여자(-)양분이다. 그런데 여자양분끼리의 길항작용(양분끼리 서로 방해해서 흡수를 못하게 하는 현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하지만 남자(+)양분끼리는 매우 심하다. 특히 칼륨(K), 칼슘(Ca), 마그네슘(Mg) 등 세 가지 양분은 서로 길항작용이 매우 강해서 어떤 성분이 많으면 다른 성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등 문제를 크게 일으킨다. 인산은 직접적으로는 해가 거의 없다. 하지만 함께 축적되어 있는 이런 양분들 때문에 해가 생긴다.

인산의 원료가 되는 인광석은 해마다 값이 오른다. 그래서 덜 비쌀 때 미리 사서 흙에 축적해 두자는 학자들도 있다. 인산이 흙에 많이 축적되어 있어도 해가 그리 심각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말이다. 그러나 인산은 대부분 겉흙에 축적되어 있다. 그 때문에 침식으로 손실이 많아 실제로는 할 수 없는 방법이다. 대체로 흙에 인산이 1000mg/kg 이상이면 인산비료를 주지 말고, 500~1000mg/kg이면 추천량의 반을, 500mg/kg 이하면 표준량을 주도록 하고 있다. 흙에 인산이 아무리 많아도 철이나 알루미늄에 붙어 있는 인산은 고정된 인산이라 어린식물은 바로 이용하지 못하므로 착근비根肥라고 해서 성분량으로3kg/10a을 밑거름으로 꼭 주어야 한다.

미량요소 비료 어떻게 주나?

식물이 필요로 하는 성분은 모두 열일곱 가지다. 그 중에 탄탄소, 수소, 산소는 물과 공기에서 자동적으로 공급되므로 신경 쓸필요가 없다. 식물이 아주 많이 필요로 하는 성분은 다량원소라해서 질소, 인산, 칼륨, 황, 칼슘, 마그네슘 등 여섯 가지다. 이 가운데 황을 빼놓은 나머지 원소 즉 요소-용인 염화칼리-고토석회 등의 비료를 주면 된다. 황은 유안(황산암모늄)을 주어도 좋다.황은 기름을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가 공기 중에있어서 따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나머지 여덟 가지의 미량원소 중 염소는 염화칼리에서 공급되고 붕소는 붕사로 주면 된다. 그러나 철, 망간, 아연, 구리, 몰리브덴, 니켈과 같은 미량원소는 비료로 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농사를 짓다 보면 때로 미량원소의 결핍이 일어나 당황하게 된다.흙의 pH가 5.2 부근의 산성에서는 이들의 용해도가 높아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석회를 주어서 6.5~7.0 부근이 되면 용해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흙에 있어도 결핍이 일어나기 쉽다.

급한 경우에는 물비료(제4종복비)를 주면 되는데 돈도 들고, 또잎에 직접 뿌려 주어야 하는 터라 귀찮다. 이것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유기물을 주는 것이다. 매년 10a에 2톤 이상의 유기물을 주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유기물에는 모든 미량요소가 다 들어 있다. 말하자면 ‘종합 미량요소 비료, 또는 종합 비타민제’라고 할 수 있다.미량원소가 부족하면 다량원소처럼 크게 수량은 떨어지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질과 양에 나쁜 결과를 보인다.

시비법의 원리에 ‘최소율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생산량은 필요한 요소 중 가장 모자란 것에 의해 지배된다는 법칙이다. 만일철이 가장 부족하다면 철이 부족한 만큼 수량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일단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면 아무래도 그 작물은 타격을 받게 되므로 미리 유기물을 주어서 예방하는 게 현명하다. 물비료를 관주하거나 엽면시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질소비료는 양날 면도칼이다.

비료 중에 질소비료만큼 좋은 비료는 없다. 인산과 칼리비료는 아무리 주어도 외관상 작물에게 나타나는 효과가 없다. 이에 비해 질소비료는 한 주먹만 주어도 당장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처음에는 잎이 검푸르게 변하고 이어서 키가 훌쩍 자란다. 왜 그럴까?
질소가 들어가면 엽록소가 많이 만들어져서 잎이 검푸르게 보인다(반대로 질소가 부족한 늙은 잎은 노랗게 변한다. 엽록소가 분해되어 질소가 어린잎의 엽록소로 가기 때문이다). 엽록소가 많이 만들어지면 광합성을 많다.

엽록소는 탄수화물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공장이 많이 만들어지니까 생산물도 그에 비례해서 많이 나오게 된다. 질소비료를 주면 키가 클 수밖에 없다. 키만 더 크는 게 아니고 ‘공장 단지團地인 잎도 더 많이 만들어진다. 줄기에도 세포가 계속 만들어진다. 그 결과 자라는 데 가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질소비료를 ‘으뜸비료’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업인들은 질소비료만을 따로 살 수 없었다. 요소나 유안을 사면 반드시 과석이나 염화칼리를 얹혀 팔았다. 그래서 농업인들은 정부가 비료회사를 봐 주려고 쓸데없는 비료까지 끼어서 파는 거라고 오해하곤 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글=이완주
토양병원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