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아이들의 웃음으로 희망을 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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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아이들의 웃음으로 희망을 일구다
  • 이지우
  • 승인 2025.12.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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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중산농원 정생규 대표

 

서울 근교 고양시에 위치한 체험 농장, 중산농원. 이곳을 운영하는 정생규 대표는 흔히 아는 농부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과거 레크리에이션 사업을 했던 그는 농업을 시작하며 수확물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보다 농업을 활용한 문화사업을 결심했다. 지난 97년부터 오로지 체험농장 외길을 걸어온 그를 1만 평(약 3ha)의 농원에서 만났다.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위치한 중산농원은 널찍한 부지에 아이들을 태우는 셔틀버스가 놓여있어 마치 작은 놀이공원 같다. 정생규 대표는 매일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을 맞이하며 농촌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긴 영락없는 시골이에요. 서울에서 30분이면 도착하지만, 느낌은 고향집과 같은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기죠. 시설이 다소 노후해 보여도 이곳이야말로 진짜 시골의 모습입니다. 굳이 지방에 멀리 내려갈 필요 없이 가볍게 와서 농사를 체험하며 시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중산농원만의 매력입니다.”
 

생산보단 체험이 우선
농사의 경험 중요해

정 대표가 농업에 뛰어든 것은 ‘어린 시절부터 농업을 간접 체험 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본인 역시 농업을 통해 삶의 태도를 다시 배웠다고 말한다.
“우리가 별 뜻 없이 밥상에 마주하는 모든 것이 누군가가 열심히 재배해서 얻게 된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하지만 이런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땅에서 소중한 먹거리가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죠.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중산농원의 주 작목은 고구마와 땅콩, 무, 배추 등이다. 연간 방문객은 봄의 감자, 옥수수 심기 체험객까지 합쳐 약 6천 명 수준이다. 정 대표는 지난 15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고 1인당 1만 5천 원의 비용을 유지하며 체험 농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운영의 어려움이 없지 않다.
“작년에는 직장 어린이집들이 많이 왔는데, 올해는 한 팀도 안 옵니다. 직장에서 체험 비용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안 주니 안 하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지만, 하던 일이니까 인건비라도 나오면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생산물을 따로 경매장으로 보내 팔지 않는다. 부지는 넓지만 모두 체험활동으로 쓰인다. 20여 년이 넘는 세월을 체험 농업에 종사했지만, 그는 여전히 농업인 테두리 밖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아쉬워한다.
“고구마, 땅콩, 배추 등 대부분의 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있어요. 그 누구보다 농업에 충실하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원책을 한 번도 받아본 일이 없습니다. 제가 임대 부지에 경작을 하다 보니 지원금이 땅 주인에게만 돌아가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혜택이없죠. 정부에서도 6차 산업을 강조하지만, 저처럼 시장을 개척한 사람도 인정을 못 받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더불어 그는 ‘사람들이 흙을 만지러 오는 것이 가장 관건인데, 흙을 안 만지니까 문제’라며 체험 농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아이들의 웃음으로 2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중산농원 정생규 대표. 70세에도 그는 하루 2만 보 이상 걸으며 농원의 건강을 책임진다.
트랙터를 개조한 셔틀버스를 타고 농장 곳곳을 누비는 아이들.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 농촌 체험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에 위치한 중산농원. 1만 평의 부지에서 고구마, 무, 배추 등 다양한 작목이 체험활동을 위해 재배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흙을 만지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아이들. 정 대표는 이들의 웃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굵고 좋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도록, 정생규 대표가 매일 아침 기계로 고구마를 미리 캐놓는 등 체험 활동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체험활동 후 점심시간.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오후 체험활동을 이어간다.

 

아이들을 향한 열정과
노년층이라는 새로운 활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해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던 정 대표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매일 아이들을 맞이하며 살아왔다.
“롯데월드 이벤트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이 좋아 체험 농장까지 하게 되었죠. 저는 아이들이 근심 걱정 없이 고구마를 수확하고 신나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3월 20일 전후 딸기 체험농장을 시작으로 한 해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메인인 고구마는 5월 말 정식해 11월에 아이들 체험활동에 쓰인다.
아이들 체험의 디테일을 들어봤다. 고구마 수확 시 아이들이 직접 캐면 미숙한 작물까지 다 뽑아버리는 문제가 있어, 그는 매일 아침 일찍 경운기 등의 기계를 이용해 굵은 고구마만 미리 캐서 밭에 놓아둔다. “젊은 선생님들 중 고구마를 캐 본 사람이 없잖아요. 우리는 큰 놈만 줘야 아이들이 보람을 느끼고 가져가서 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고객층이 생겼다. 바로 복지관을 통한 노인 단체 방문이다. 정 대표는 이들을 위해 1인당 1.5kg이던 고구마를 3kg에서 5kg까지 넉넉히 제공하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앞으로 노령 인구가 많아질 테니 복지관 체험도 괜찮은 활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 대표는 여전히 새벽 5시 30분이면 농원에 나와 혼자서 4인분 몫의 일을 해낸다. 그는 지금도 혈압약이나 영양제를 먹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거의 하루에 2만 보 이상 걷는다”며 웃는 그의 모습에서 농업을 향한 자부심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느껴진다.
“움직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못 살 수가 없는 겁니다. 힘이 닿는 한 끝없이 아이들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중산농원은 연중 쉼 없는 체험 활동을 위해 고구마 외에도 딸기, 땅콩, 무, 배추 등 다양한 작목을 재배하며 흙의 소중함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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