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에서 멜론과 토마토를 재배하는 ‘안녕, 삼촌농부’ 홍종민 대표는 요리사 출신의 청년 농부다. 영국과 미국
에서 양식, 일식, 한식을 두루 섭렵한 그는 식재료의 본질인 ‘맛’을 찾아 다시 흙으로 돌아왔다. 남들이 화려한 수경재
배 스마트팜에 열광할 때, 그는 묵묵히 토경 재배를 선택하며 자신만의 데이터와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안녕, 삼촌농부’의 스마트온실은 홍종민 대표의 재배 철학과 방울토마토의 생육 특성이 집약된 공간이다. 850평 규모의 재배동은 홍 대표가 설계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기후 변화에 대응한 여름철 장기 재배와 겨울철 저비용 난방 구조를 완성했다. 홍 대표는 “제한된 면적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골조 간섭을 최소화하고, 구상한 재배 동선에 맞춰 식재 환경을 정교하게 세팅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을 극복하고 연중 안정적인 고품질 생산을 이어가기 위한 결단이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첨단 시설 내에서 ‘토경 재배’를 고수하며 정밀한 제어 기술을 흙의 생명력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도입한 ‘수냉식 히트펌프’와 3중 스크린 시스템이 압도적인 효율을 뒷받침한다. 홍 대표는 “지난 1월 영하 15도의 혹한기에도 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 전기세만 약 120만 원 수준으로 관리했습니다. 이는 기존 면세유 난방 대비 파격적인 비용 절감입니다”라며 운영 효율성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가 이토록 토경을 고집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양액 배지는 흉내 낼 수 없는 온도 유지 능력, 즉 ‘땅심’에 있다. 홍 대표는 “배지는 뜨거워지는 순간 온도를 낮추는 방법이 제한적이지만, 토경은 땅이 데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른바 온도 완충 능력(Capacity)이 큽니다”라고 설명한다. 겨울에는 온기를 머금어 뿌리 내림이 빠르고, 한여름에는 배지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 유리하다는 점이 데이터로 증명되는 토경 스마트팜의 진짜 경쟁력이다.
홍 대표는 이러한 기술적 확신을 바탕으로 지역 특산물인 ‘수신 멜론’과 신규 주력 작물인 ‘토마토’의 전문성을 엄격히 분리하여 운영한다. 기존 수신멜론 농지를 2,000평으로 내실 있게 조정하고, 토마토는 별도의 스마트팜을 신축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구축했다.3월부터 6월까지의 멜론 소득으로 안정성을 꾀하고, 이후에는 토마토 온실 경영에 전념하며 수익 구조의 전문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작년 8월 1일 정식 당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압도적으로 양호한 생육 상태를 확인하며 연중 재배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왜 ‘토경’인가? 맛과 희소성으로 승부하다
홍종민 대표가 수경재배의 유혹을 뿌리치고 토경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가 아닌 철저한 생존 전략에 기반한다. 1,000평 미만의 중소규모 온실로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양액 재배 단지와의 물량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냉철한 판단 때문이다. 그는 규모의 경제를 이길 수 없다면, 양액 재배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맛의 깊이’와 ‘희소성’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 대표가 꼽는 토경의 가장 큰 매력은 적절한 ‘단수’를 통해 작물 스스로 본연의 맛을 응축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홍 대표는 “양액 재배로 깊은 맛을 내려면 정교한 영양 설계와 상당한 비용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토경은 물 공급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방울토마토 본연의 풍미를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물을 넉넉히 주면 이른바 ‘빵’이 커지며 수확량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저희는 크기보다 방울토마토의 밀도 있는 맛에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분 공급을 관리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러한 고집은 시장에서 수치로 증명되었다. 작년 천안 농협 공판장에서 그의 방울토마토는 시장 최상위권의 가격을 기록하며 경매사와 중매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유통 과정에서의 로스를 감수하고서라도 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완숙 방울토마토만을 수확해 ‘진짜 맛있는 방울토마토’라는 브랜드를 시장에 각인시킨 결과다.
장기적으로 홍 대표는 토경 재배를 발판 삼아 ‘유기농 전환’이라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현재의 관행 재배로 토경에 대한 숙련도를 완벽히 다진 뒤, 무농약을거쳐 최종적으로 유기농 인증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의미를 넘어, 갈수록 희귀해지는 토경 재배 기술에 유기농이라는 가치를 더해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포석이다.
홍 대표는 “고된 노동 탓에 토경 재배자가 점차 사라지는 상황에서 저희가 토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차별점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라며, 흙의 힘 즉 ‘땅심’을 믿는 선택이 날카로운 생존 전략임을 시사했다.
“실패는 반드시 온다, 실전 경험으로 무장하라”
홍종민 대표는 하반기부터 대추방울토마토를 넘어 이탈리아 품종의 ‘소스용 토마토’ 재배에 집중할 계획이다. 요리 전공자로서 국내에 아직 미진한 소스용 토마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이미 청년창업사관학교 지원 사업을 통해 ‘무가당 토마토소스’ 가공 식품화를 추진 중이며, 농장 내에 체험장을 구축해 직접 수확한 토마토로 요리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근 상권에 토마토 파스타와 피자 등을 선보이는 원푸드 레스토랑을 열어 생산부터 소비까지 수직 계열화하는 6차 산업의 완성형을 꿈꾸고 있다.
성공 가도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막대한 시설 투자비와 대출금, 그리고 곧 시작될 원금 상환 압박은 청년 농부의 어깨를 짓누른다. 최근 발생한 토양병 역시 4년 차 농부인 그에게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했다. 홍 대표는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과 예상치 못한 병해충은 늘 현장의 큰 변수입니다”라며 청년 농업인이 마주해야 할 현실적인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후배 청년 농부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실패를 안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1~2년은 남의 농장에서 ‘남의 돈’으로 충분히 배우고 시작하십시오. 실전 경험 없는 투자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홍종민 대표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어렵지만 토경과 유기농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국 농업의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힘들지만 흙의 정직함을 믿는 그의 고집이 대한민국 토마토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