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강 문성필 차장
부산 사하구 신평공장 한가운데 유리온실이 있다. 4개 구획에 토마토, 파프리카, 오이, 딸기가 자란다. 1,430평 규모의 이 온실은 지난 30년간 굴뚝으로 그냥 날려 보내던 배기가스의 열로 사계절 냉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87% 절감, CO₂ 86% 감소. 현장에서 2년 넘게 작동하고 있는 수치다. 철강과 농업,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두 산업이 만나는 이 지점에서 폐열 활용 스마트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한제강의 그레프(GREF)에 대해 살펴본다.
Q 철강 공정의 폐열을 스마트팜과 연결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입니까?
부산 신평공장은 빌렛을 1,100℃로 가열해 철근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200~300℃의 저등급 폐열이 방출됩니다. 전기 생산엔 낮고 버리기엔 아까운 이 에너지의 답을 농업에서 찾았습니다. 시설원예 온실은 50~60℃ 온수만으로도 열교환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모기업 대한제강은 고철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전기로 제강 사업자로서 자원순환이 핵심 DNA입니다. 폐열의 농업 활용은 단순 캠페인이 아닌, ESG 경영을 본업의 연장선상에서 구현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였습니다. 여기에 보광 LED, 육묘 솔루션, AI 로봇 무인화 시스템을 통합해 한국 시설원예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Q 냉난방 시스템의 핵심 원리와 기존 에너지원 대비 강점은 무엇입니까?
난방은 폐열을 50~60℃ 온수로 변환해 온실 바닥 레일파이프와 팬코일에 공급하고, 냉방은 같은 온수를 흡수식 냉동기에 구동해 진공 증발 원리로 냉수를 생산합니다. 생산과 소비의 시차를 해결하기 위해 축열 버퍼 탱크를 운영하며, 공장 휴지기에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백업으로 가동합니다. 태양광을 연계해 작업공간 전력 자급도 확보했습니다. 경유나 전기요금 인상에 종속된 기존 시스템과 달리, 이미 버려지던 열을 회수하는 구조이므로 지정학적 에너지 위기에서도 완벽히 독립적입니다.
Q 신평 FarmLAB 실증을 통해 확인된 에너지 절감 수치와 작물 품질의 변화는 어떻습니까?
2023년 준공된 FarmLAB은 4개 구획 온실에서 실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반 경유 보일러·에어컨 온실 대비 에너지 소비는 81%, 연간 에너지 비용은 약 1억 원(87%), 탄소 배출은 86% 줄었습니다. 작물 품질도 확연합니다. 야간 온도 변동폭을 ±0.5℃ 이내로 정밀 제어하면서 파프리카 당도와 토마토 Brix가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한여름에도 흡수식 냉동기로 냉방을 유지해 딸기처럼 휴면기가 있는 작물의 작기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특히 배기가스 CO₂를 포집해 온실에 공급함으로써 광합성을 촉진,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실증에도 성공했습니다. 버려지던 탄소가 작물의 열매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Q 하동·당진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하려는 폐열 활용 솔루션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하동은 한국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와 MOU를 기반으로 발전소 온배수·폐열을 활용한 상업 규모 온실을 구축합니다. 당진 ECO-GRID 프로젝트는 인근 YK스틸 신공장의 폐열과 LNG 기화냉열, 포집 CO₂를 동시에 공급하는 철강-농업 통합형 순환 모델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잉여 폐열은 스팀 자가발전으로 전력화하여 ‘Net Zero 자립형’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폐열-스마트팜-생산성 솔루션을 패키지화하여, 국내외 산업단지를 보유한 지자체와 기업에 표준화된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에너지 위기를 겪는 농가와의 상생 모델로서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난방비는 작황과 무관하게 농가를 폐업 위기로 내모는 치명적 리스크입니다. 저희 모델은 농가가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직접 하지 않아도, 클러스터 입주만으로 시장가보다 현저히 낮은 단가로 에너지를 공급받게 합니다. 유가가 오르든 전기요금이 뛰든 경영비 구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죠. 이는 시혜적 사회공헌이 아니라, 철강의 부산물을 농업의 투입재로 전환해 산업 가치사슬을 재설계하는 ‘산업공생 모델(Mechanism for Life)’입니다. 공장의 배기가스가 농업의 에너지가 되고, 청년이 농업으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 저희의 ESG는 이렇듯 버려지던 것과 필요한 것을 연결하는 가장 실용적인 경영 전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