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방지웅 연구관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처럼, 스마트팜 온실을 제어하는 전용 운영체제인 ‘아라온실 OS’가 현장에 무상으로 공급된다. 덕분에 영세한 농산업체들도 비용 부담 없이 표준 장비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술 독점이 아닌 생태계의 판을 키워 다 함께 상생하려는 새로운 개방형 플랫폼의 주역, 시설원예연구소 방지웅 연구관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스마트팜의 운영체제(OS)라 불리는 ‘아라온실’의 기술적 가치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방지웅 연구관(이하 방 연구관): 아라온실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하우스 파이프나 유리가 아니라, 내부의 모든 복잡한 ICT 장비를 총괄 통제하는 스마트팜 전용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다. 기존 시장은 A사 시스템을 설치하면 전용 프로그램과 폐쇄적인 화면만 써야 했고 타사 장비 연동이 불가능한 구조였다.아라온실은 스마트팜의 윈도우나 안드로이드를 지향하며 센서 데이터 수집, 구동기 제어 로직, 클라우드 통신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표준 엔진 역할을 한다. 제어의 주도권을 공급 기업에서 농민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기업들의 중복 개발 부담을 없애 소프트웨어 기초 체력을 다진 것이 핵심 가치다.
Q 아라온실 소스코드를 개방하는 배경과 유도하고자 하는 생태계 가치는 무엇인가.
방 연구관: 공직에 오기 전 민간 IT 기업과 농정원 빅데이터실에서 근무하며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 구축 등을 담당했을 때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서 민간에 폐쇄적인 시스템 개발을 맡기면 사업 종료 후 확산성이 제로가 된다. 기업들이 소스코드를 감추고 기술 독점을 통해 독과점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깨기 위해 아라온실을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하고 공통 소스를 공개했다. 중소기업들은 이제 밑바닥부터 제어 OS를 코딩할 필요 없이 검증된 소스를 활용해 개발 기간을 크게 줄이며 신속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판을 깔아줄 테니 민간은 고차원 서비스 경쟁에 집중하라는 상생 모델이다.
Q 공급 기업의 영세성으로 인한 AS 단절 고충이 크다. 기존 스마트팜 기업들의 한계와 아라온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방 연구관: 그것이 현장의 큰 비극이다. 냉정하게 짚자면, 현재 국내 1세대 스마트팜 기자재 업체들은 과거 하우스 파이프를 올리거나 개폐기 모터를 달던 제어공학 베이스가 주를 이루어 클라우드나 AI, 오픈소스를 내재화할 수 있는 하이엔드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장비 하드웨어 중심에만 기술이 갇혀 있다 보니 기업이 2~3년 만에 문을닫으면 농가는 부품 하나를 구하지 못해 멀쩡한 억대 설비를 통째로 걷어내야 했다. 아라온실은 부품 규격 가이드라인을 정립해 스마트팜을 레고 블록처럼 기성품화하려 한다. 컴퓨터 조립 시장처럼 가격이 투명하게 오픈되면 농민이 인터넷에서 표준 부품을 사다 직접 꽂아 쓰는 DIY 자가 정비 환경도 장기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특정 업체 중심의 폐쇄적인 공급 구조와 높은 유지관리 비용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인 셈이다.
Q 농민들이 데이터를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접근법과 ‘에너지 데이터’ 접근법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방 연구관: 농민들이 실생활에서 데이터의 가치를 즉시 체감하지 못하면 주체적인 데이터 주권은 확립될 수 없다. 우선 온실 내부에 대형 TV나 스마트 태블릿을 배치해 환경 데이터 변화를 실시간 시각 그래프로 노출시키는 판을 깔아준다. 또한 작물 재배 정밀 제어는 장기 플랜이 필요하므로 단기적으로는 농가 지갑에 당장 와닿는 에너지 데이터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유류 사용량과 전력량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비효율을 제거하는 연구다. 농가가 난방비와 전력비 절감 효과를 실제로 체감해야 데이터의 힘을 믿고 움직인다. 장기적 고도화와 단기적 비용 절감의 결합이 핵심이다.
Q 아라온실 플랫폼을 향후 ‘온라인 도매시장’과 연계하겠다는 청사진의 구체적 유통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방 연구관: 진짜 데이터의 가치는 온실 외부 유통 시장에 있다. 축적된 환경 데이터와 고정밀 생육 데이터를 아라온실 플랫폼으로 융합하면, 하우스에서 두세 달 뒤 언제 몇 톤의 농산물이 출하될지 신뢰도 높은 예측 모델을 뽑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농장의 토마토가 몇 월 며칠에 몇 톤 출하될 것인지”를 사전에 정밀하게 예측해 온라인 도매시장과 연계하면, 대형 바이어들이 수확 전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제 계약을 체결하는 거래 구조도 가능해진다. 농민은 가격 폭락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으며, 시장 역시 수급 예측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아라온실 생태계 동참과 스마트농업 발전을 위해 농산업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는 무엇인가.
방 연구관: 국내 시장과 우리 농민을 보호하려면 독자적인 오픈소스 생태계가 필수적이며, 아라온실이 그 주춧돌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기업들에게 꼭 아라온실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아도 좋으니 소스코드를 무상으로 활용해 비용을 줄이고 함께 생태계를 키우는 파트너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표준화는 단순한 공학 기술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의 기술 주권과 연결된 문제다. 상용화 드림팀을 통해 전국 신기술 보급 사업과 중소기업 밀착 기술 이전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만큼, 개방형 생태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