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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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 있는 풍경
  • 월간원예
  • 승인 2009.09.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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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만 안개가 끼는 것일까

파란만장(波瀾萬丈)한 8월이 가고,
물봉선 오똑 선 9월이 왔습니다.
지난여름,
별이 지고
석 달 열흘도 못되어
다시 별이 지고.
별 찾아 쏘아 올린 우주 발사체는
별똥별이 되었습니다.

세상만사(世上萬事)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아직 마음에 하얀 이질풀 꽃으로 소복하였으니
어찌 편안하리오.
이제 소원(所願) 합니다.
평안하소서.

꽃이 함께 떠난다.
혼자 떠나는 것을 생각할 때보다
사뭇 가벼워지고,
소리 내지 않고 울듯이,
소리 내지 않고 말하는 작은 벌레들이 바람에 날리며
남아있는 이 가을에 꽃은 벌써 지워지고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다.
돌 위에 돌이 한참 떠있고,
자주 빛 부리의 새 한마리가 돌 위에 앉아
톡톡 손마디만 꺽는다.
나무들은 발바닥에 소리 숨기고,
지나는 것들의 이름을 적어보지만,
외로움에만 안개가 끼이는 것 일까.
언덕너머 바람 속에 떠난 꽃은
내 얼굴을 묻고 이 가을을 넘기고 간다.
 
가을 초입에 용의 쓸개(龍膽)가 피었으니
불로하여 그 뜻 환상(還想)하소서.
영면(永眠)하소서.

이제 제법 단장한 꽃들이 제 땅 지키며
지천을 덮고 있습니다.
가는 것 도 없고,
오는 것도 없고,
머무는 것 또한 없다지만
나는,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이 땅에 남고 싶습니다.

남의 것을 제 것으로 만드는
이 녀석들의 끈기로
이 땅에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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