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들꽃처럼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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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들꽃처럼 산다는 것은…
  • 월간원예
  • 승인 2010.01.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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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원예’에 2005년 1월호부터 ‘들꽃이 있는 풍경’이란 명제 하에 미천한 글과 사진으로 독자를 뵙게 된지 올해로 5년.
‘월간원예’는 천성적으로 바람처럼 들꽃처럼 살고픈 내 인생관에 부채질하여 바람으로 살아가게 만들었습니다.

들꽃에 매료되어 산과 들에서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보내고 다시 배낭끈을 여미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인생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카메라를 3번 바꿔치기 했지만, 자연을 품고, 닮고,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숙제이자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제주도와 고흥반도에서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한 해는 언제나 설레임과 흥분으로 맞게 되었지요.

해남의 땅 끝 마을 뒷산에선 현호색을 만나고 조계산 계곡에선 선녀 닮은 얼레지를 만나곤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 하였던가요?
하늘 한번 쳐다보고 발길 옮기니 태백산이었습니다.

깊은 숲속에서 불 밝히는 노랑제비꽃은 언제보아도 청초하기 그지없는데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나 봅니다.
늘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

한낮 햇살이 따갑게 쏟아지던 7월, 참나리의 주근깨를 촬영하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강물로 곤두박질 쳐졌습니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도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높이 치켜들어 이 사진을 겨우 얻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답니다.
 
함평천지 뙤약볕에서 해바라기를 그리고 천사의 섬 비금도에선 해당화를 스케치 했습니다.
코끝에 아리는 향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합니다.

아, 바람의 몸으로 달려가 외쳤던 그 이름,
고려엉겅퀴.
덕유평전의 산오이풀.
지금도 그날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어디서 촬영했더라…?
기억도 아련한 조각자나무와 자귀나무도 필경
온 정성을 다하여 찾아냈을 것입니다.
하찮은 풍광으로 덮어버리기엔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말오줌때나무는 내 탯 자리와 같은 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었습니다.

이제 경건한 마음으로
달랑거리는 달력의 마지막 장을 바라봅니다.
처음과 끝이 같았는지, 최선을 다하고자 했는지
되돌아 하나하나 짚어 봅니다.
천운(天運)으로 가슴 아렸던 여름과 절망했던 가을을 떠올려 봅니다.

다시 새로운 날을 만나면,
더 열심히 달려가겠노라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겠노라 다짐하며.
2010 경인년엔 호랑이처럼 용맹스럽게
포효하소서.
평안하소서.
글·사진 | 들꽃세상 대표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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